2017년 1월 비트코인 가격은 977.69달러에서 시작했다. 11월 말에는 1만달러를 넘겼고, 그로부터 불과 열흘 만에 1만7천달러를 돌파했다. 국내 비트코인 가격은 12월 2500만원대를 찍었다. 연초 대비 20배에 달하는 무서운 상승률이다.상식을 뛰어넘는 가격 상승이 이어지며 투기 과열 우려도 높아졌다. 한국 정부가 12월 초 투기 과열 대책 마련에 나서고 경고의 메시지를 쏟아냈지만, 그효과는 잘 보이지 않았다. 사실 정부 정책의 효과를 평가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에 대한 정부의 암묵적인 입장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극단적으로 말해서 비트코인 가격이 0원이 되어야 정부 정책이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미 100만 명을 훌쩍 넘긴 투자자들이 하루아침에 천문학적 규모의 돈을 날리는 상황을 정부가 원하는 건 아닐 것이다. 적정 수준에서 비트코인 가격을 관리해야겠다는 목표를 세워야 하지만, 비트코인의 적정 가격이 얼마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어 보인다.

현재까지 비트코인의 가격은 전적으로 사람들의 심리에 따라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이 많으면 오르고, 반대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으면 떨어진다. 앞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어디로 향할지 논하는 것은 무속인의 영역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과거에 비트코인 가격이 어떻게 움직였고, 그 움직임의 배경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는 것뿐이다.










누구도 모르는 비트코인 ‘적정 가격’


2009년 1월3일 사토시 나카모토가 스스로 최초의 블록을 만든 이후 얼마 동안 은 암호학 커뮤니티에 속한 극소수만이 비트코인에 관심을 갖고 채굴을 했다. 당시 참여자들은 게임을 하듯이 비트코인을 채굴했다. 이들은 스스로를 ‘수집가’라 고 불렀다. 비트코인은 아무 가치가 없었다.

2010년 7월19일부터 2017년 12월 11일까지 비트코인 가격 자료: 빗썸 그래프

비트코인에 가격이 처음 매겨진 것은 2009년 10월5일이다. ‘뉴 리버티 스탠더드’(New Liberty Standard)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비트코인 수집가가 나름의 셈법을 고안해 자신의 홈페이지에 가격을 올린 것이다. 1달러=1309.03BTC(비트코인). 즉, 1BTC는 0.00076달러라는 얘기다. 이 괴짜는 한 달 동안 비트코인 채굴에 들어간 전기료, 자신의 집에서 컴퓨터가 차지하는 공간의 월임대료(당시는 개인용컴퓨터로 채굴이 가능한 시절이었다)를 한 달 동안 수집한 비트코인 수로 나눠 이런 가격을 제시했다. 가격이라기보다는 1비트코인 수집에 들어간 비용을 계산한 것이라고 보는 게 더 적절하다. 아무튼 초기에는 뉴 리버티 스탠더드의 가격이 참고할 유일한 비트코인 가격이었다. 이때에도 온라인 결제 서비스 페이팔과 전자우편을 이용해 개인적으로 비트코인이 거래됐는데, 거래 가격은 1BTC당 0.0005달러 수준이었다.








2010년 5월에는 비트코인 세계에서 전설처럼 회자되는 거래가 일어났다. 미국 플로리다에 사는 소프트웨어 개발자 라슬로 하녜크가 비트코인포럼이라는 커뮤니티에 자신에게 큰 피자 2판을 보내면 1만BTC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라슬로는 컴퓨터 중앙처리장치 대신 그래픽카드를 이용하면 훨씬 많은 비트코인을 채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발견한 사람이다. 라슬로의 발견 이후 비트코인 채굴 전용 장비를 개발하는 경쟁이 본격화됐다.) 며칠 뒤 한 비트코인포럼 이용자가 실제로 온라인 주문으로 라슬로에게 피자를 배달해줬고, 라슬로는 1만BTC를 지급했다. 이 거래는 비트코인 사상 최초의 실물 구매로 기록됐고, 1만BTC의 가치 는 41달러(1BTC=0.0041달러)로 평가됐다.

 2010년 7월 일본에 첫 거래소 등장


2010년 7월 세계 최초의 비트코인 거래소 마운트곡스(Mt. Gox)가 일본 도쿄에 문을 열었다. 이를 계기로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빠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라슬로는 5월 이후에도 몇 차례 비트코인으로 피자를 사먹었는데, 8월 이 되자 1만BTC가 600달러에 육박했다. 비트코인 부자 라슬로도 비트코인을 이 용한 피자 구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2011년 비트코인 가격은 극적인 폭등과 폭락을 경험했다. 2월 <슬래시닷>이라 는 정보기술(IT) 전문 매체가 비트코인을 다룬 기사를 게재하면서 달러-비트코인 환율이 처음으로 1달러를 돌파했다. 그해 4월엔 미국 잡지 <타임> <포브스> 에 비트코인이 소개되면서 가격이 10달러에 육박했다. 6월에는 <고커>라는 매체 가 실크로드라는 온라인 암시장을 다뤘다. 실크로드에서는 온갖 종류의 마약이 거래되며 비트코인이 결제 수단이라는 기사였다. 비록 불법적인 거래였지만 처음으로 비트코인이 진짜 거래에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었다. 이 기사가 나간 직후 비트코인 가격은 30달러를 돌파했다.








수직 상승한 비트코인 가격은 한 이용자가 비트코인 지갑을 해킹당해 당시 시세로 25만달러어치 비트코인을 도둑맞았다는 소식, 마운트곡스의 이용자 정보 유출 사고, 온라인 지갑 서비스 마이비트코인에서 일어난 비트코인 분실 사고로 순식간에 다시 10달러 아래로 폭락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10달러 선을 회복한 것은 이듬해인 2012년 9월이다.

2013년 비트코인은 두 번째 폭등기를 맞는다. 이번 폭등은 2011년에 비해 사회 경제적으로 훨씬 더 심각한 의미가 있다. 금융위기에 직면한 지중해의 섬나라 키프로스 정부는 2013년 3월16일 은행에 예치된 예금의 일부를 세금으로 일괄 압류하고, 대규모 예금 인출을 막기 위해 자금이체를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이틀 뒤부터 비트코인으로 돈이 몰리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스페인, 아르헨티나 등 금융 위기를 겪던 다른 나라들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다.

법정화폐의 가치를 뒷받침하는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을 때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대안으로 삼을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연초 13달러이던 달러-비트코인 환율은 4월에 266 달러까지 치솟았다. 100달러대로 다시 떨어진 환율은 그해 말 948달러를 찍었다.

급등한 가격은 2014년으로 넘어가면서 빠르게 꺼졌다. 2015년 비트코인 가격은 200~300달러 수준을 오르내리다 연말에 400달러를 넘었고, 2016년 한 해 동안 완만하게 올라(연간 100% 상승도 비트코인 세계에서는 완만해 보인다) 900달러를 넘겼다.







2017년, 세 번째 폭등기가 찾아왔다. 1월 977.69달러로 시작한 환율은 6월 3천달러를 찍었다. 상반기 가격 급등의 주요 동력은 하드포크(시스템 대규모 업데이트)로 보인다. 5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비트코인 콘퍼런스 ‘컨센서스’에서 비트코인의 작은 블록 용량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하드포크 실시가 합의됐다. 이에 반발한 중국의 채굴업계 공룡 비트메인이 주도해 8월1일 비트코인캐시를 탄생시켰다. 기존 비트코인 보유자들은 똑같은 양의 비트코인캐시를 공짜로 얻게 됐다.



중국 등 정부 규제 효과 없어


8월을 지나며 5천달러에 근접한 비트코인 가격은 세계에서 가장 큰 거래 시장인 중국에서 발목이 잡혔다. 중국 정부는 9월 초기코인발행(ICO·Initial Coin Offering) 중단, 암호화폐 거래 중단 등 초강력 규제를 잇따라 발표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3천달러대로 순식간에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규제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10월에는 또 다른 하드포크로 비트코인골드가 생겼고, 비트코인 가격은 다시 5천달러를 넘었다. 비록 무산됐지만 11월에도 하드포크가 예정돼 있었고, 2018년에도 몇 차례의 하드포크가 예고돼 있다. 2017년 12월1일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가 시카고옵션거래소 (CBOE)와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비트코인 선물 상장을 승인했다. 논리적 비약이 있지만 제도권 금융기관들이 비트코인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신호로 여겨지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1만달러를 훌쩍 넘겼다.


2017년 중국 정부의 경험을 통해 단일 국가 차원의 규제가 별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한국 정부가 고강도 대책을 예고해도 시장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전 두 차례의 폭등기와 달리 조정기도 거치지 않았다. 기존 지식을 바탕으로 비트코인 가격을 전망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명심할 것은하나다. 모든 투자는 자기 책임이라는 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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