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비트코인을 비롯한 디지털 암호화폐 가격이 급등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하드포크’가 꼽힌다. 각 화폐 시스템의 업데이트를 뜻하는 하드포크가 왜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본다.

우리가 흔히 쓰는 컴퓨터를 생각해보자. 컴퓨터를 켜면 윈도 같은 운영체제(OS)가 시작되고 인터넷 검색이나 문서 작성, 음악 감상 등을 할 수 있는 익숙한 화면을 보게 된다. 윈도는 우리가 컴퓨터로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가장 많이 쓰는 운영체제인 윈도의 경우 보통 주당 한 번씩 보안 업데이트가, 매달 한 번씩 기능 업데이트가 이뤄진다.





하드포크와 소프트포크


암호화폐도 마찬가지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은 윈도처럼 각 블록체인의 특성에 맞는 거대한 블록체인 시스템이 동작할 수 있게 해주는 환경을 바탕에 깔고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 시스템도 윈도처럼 발견된 취약점에 대한 보안 업데이트나 기능 업데이트가 진행된다. 이것이 바로 ‘포크’(Fork)다. 암호화폐에서 포크는 소프트포크(Soft Fork)와 하드포크(Hard Fork)로 나뉜다. 소프트포크는 윈도 보안이나 기능을 위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개인용 컴퓨터의 경우 윈도 보안 업데이트가 진행돼도 이전에 작업했던 것을 사용하지 못하는 일은 없다. 이와 비슷하게 소프트포크가 진행되더라도 큰 변화 없이 해당 블록체인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반면 하드포크는 새 기능을 추가하기 위해 이전과 다른 블록체인으로 갈아타는 것과 같다. 컴퓨터와 비교하면 기능을 추가하려고 중앙처리장치나 메모리 등 하드웨어를 업그레이드하는 것과 같다. 컴퓨터 하드웨어를 업그레이드하면 운영체제를 새로 설치해야 제대로 쓸 수 있다. 암호화폐에서도 하드포크가 이뤄지면 기존 블록체인과 다른 새로운 블록체인을 이용하게 된다.








여기서 암호화폐와 윈도는 큰 차이점이 있다. 윈도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독자적으로 만든 운영체제인 만큼, 이 회사가 원하는 대로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다. 이게 바로 ‘중앙화’ 시스템이다. 반면 암호화폐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은 ‘탈중앙화’ 시스템으로 이뤄져 있다. 누군가 강제적으로 바꿀 수 없고, 민주적 절차에 따라 결정된다는 뜻이다.

소프트포크의 경우 기존 블록체인을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업데이트 여부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기존 블록체인과 호환되지 않는 하드포크일 경우 해당 블록체인 참여자 중 누군가가 반대해 변경되지 않거나 기존 블록체인을 계속 사용하겠다는 참여자가 나올 수 있다. 후자가 바로 우리가 말하는 하드포크로 인해 새로운 암호화폐가 쪼개져서 생겨났다고 말하는 경우다.

2017년 8월1일 비트코인의 첫 번째 하드포크가 일어났다. 이때 하드포크된 비트코인 블록체인에서 떨어져 나와 기존 비트코인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탄생한 암호화폐가 바로 비트코인캐시(BCH)다.

하드포크로 인해 새로운 화폐가 생겨난 것이 가격 변화에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일까? 이를 알려면 먼저 ‘에어드롭’(Airdrop) 개념을 살펴봐야 한다.

에어드롭은 암호화폐 거래소나 코인 재단이 책정한 가치만큼 신규 코인을 기존 코인 보유자에게 지급하는 행위를 말한다. 거래소가 정하는 에어드롭 시점을 ‘스냅샷’이라고 한다. 즉, 하드포크로 인해 특정 암호화폐를 에어드롭할 경우 스냅샷 시점까지 보유한다면 무료로 신규 화폐를 얻게 된다. 예컨대 A가 10비트코인(약 1억2천만원)을 갖고 있었다면 비트코인캐시 상장과 함께 A는 10비트코인캐시(약 1800만원)를 무료로 얻는다.



돈을 하늘에서 뿌린다?

암호화폐 거래소나 해당 코인 재단이 에어드롭으로 신규 암호화폐를 무료로 주는 데는, 궁극적으로 거래를 활성화해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원활한 운영과 거래 수익을 얻으려는 일거양득의 노림수가 있다.

비트코인의 첫 번째 하드포크로 탄생한 비트코인캐시의 경우, 국내외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비트코인캐시 상장과 함께 비트코인 보유 수량만큼 비트코인캐시를 에어드롭했다. 스냅샷 시점까지 비트코인을 보유한 투자자들에게 동일 수량의 비트코인캐시를 지급한 것이다. 비트코인캐시는 국내외 거래소 상장과 동시에 1비트코인캐시당 40만원 이상에 거래를 시작했다.














2017년 10월25일 암호화폐 채굴 업체 라이트닝ASIC의 주도 아래 비트코인 하드포크로 탄생한 비트코인골드(BTG)도 마찬가지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과 코인네스트, 코빗 등은 비트코인골드 출시 직전인 10월24일을 기준으로 11월 24일 정식 거래 시작과 함께 비트코인 보유 수량만큼 비트코인골드를 에어드롭했다. 비트코인골드는 2017년 11월 말 기준 40만원대에서 거래됐다.

하드포크는 블록체인 참여자들의 민주적인 참여 절차로 이뤄지는 만큼 종종 무산된다. 2017년 11월15일 예정됐던 비트코인 세그윗2X 하드포크는 애초 80% 이상의 블록체인 참여자가 찬성하면서 무난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하드포크 4일 전 반대로 힘이 쏠리면서 찬성 비율이 70% 이하로 내려앉았다. 결국 세그윗2X 하드포크는 무산됐다. 하드포크가 무산되기 전에는 세그윗2X 하드포크의 결과로 BT1(기존 비트코인)과 BT2(세그윗2X가 적용된 비트코인)로 분리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 때문에 신규 가상화폐를 에어드롭으로 얻으려는 수요가 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했다.

참여자 동의가 필수






현재까지 발표된 비트코인 하드포크는 슈퍼비트코인, 비트코인플래티넘, 비트코인우라늄, 비트코인캐시플러스, 비트코인실버 등 다양하다. 전례를 봤을 때 국내외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이들 암호화폐가 하드포크로 출시될 경우 스냅샷을 통해 에어드롭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암호화폐의 하드포크는 해당 블록체인 참여자들의 찬반에 따라 진행되는 만큼 하드포크가 무산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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