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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유명 메시징 앱 킥(Kik)이 다시 한번 대대적인 기술 변화를 예고했다.

킥의 암호토큰 킨(kin)은 현재 이더리움 기반 ERC-20 토큰 형태로 존재하지만, 앞서 코인데스크는 킥이 이더리움 및 스텔라 기반의 블록체인을 동시에 지원하는 이중체인 시스템을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8일, 킨 개발을 총괄하는 비영리 단체 킨 재단(Kin Foundation)은 스텔라에서 하드포크해 자체적인 블록체인을 만들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기존 계획을 뒤집은 것이다.

애초 킥이 이중체인 시스템을 고안한 것은 이더리움 기반 블록체인에서 발생하는 트랜잭션 수수료 때문이었지만, 킥은 스텔라에서 발생하는 아주 작은 금액의 수수료조차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디지털 고양이 수집 게임 크립토키티(CryptoKitties)가 인기를 끌면서 이더리움 블록체인의 규모도 급속도로 커졌고 수수료도 비싸졌다.

킨 토큰과 관련해 스텔라가 문제 되는 이유는 명확하다. 스텔라 기반 블록체인에서 트랜잭션이 일어나면 미미한 수수료가 발생하는데, 이 비용은 스텔라의 자체적인 암호화폐 루멘(XLM)으로만 지급할 수 있다. 반면 킥이 자체적인 블록체인을 운영하면 수수료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이는 킥이 암호화폐를 통해 이룩하려는 목표를 고려하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킥은 앞서 단돈 10원 혹은 그보다도 적은 금액의 소액 결제도 인터넷에서 더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정자의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원활한 소액결제가 가능하다면 기업은 사용자 간 거래를 촉진하는 새로운 디지털 서비스, 이를테면 소액의 개별 대화창, 스티커나 이미지 같은 디지털 선물, 맞춤 사진 등을 고안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하드포크 결정과 관련해 킥의 CEO 테드 리빙스턴(Ted Livingston)은 코인데스크에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킨은 제품이 기술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우리는 결코 기술이 제품을 주도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기업과 기업가들이 킥 앱에서 원하는 서비스를 구현하도록 장려하는 차원에서 킨 재단은 엄청난 액수의 킨 토큰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토큰은 경제 활동에 나서 킨 생태계에 참여하면 그 대가로 기업들에 자동 지급된다. 이러한 일련의 보상 시스템을 킨 보상엔진(Kin Reward Engine, KRE)이라고 한다. 이 보상엔진은 킨 토큰에 대한 분담금을 매일 지급하며, 그날 산출된 경제 활동량을 바탕으로 각각의 앱에 보상금을 지급한다.

지난 8일 발표된 바에 따르면, 이 모든 활동은 킨 블록체인 상에서 이루어질 예정이다.

하지만 이더리움은 여전히 거래에 포함된다. 킨 창립자들은 원하는 수준만큼 킨을 벌어들이고 나자 아토믹 스왑(각각의 블록체인을 사용하는 암호화폐끼리 거래소와 같은 중개기관의 도움 없이도 거래할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을 이용, 킨 블록체인의 내용을 이더리움에도 옮겨 기록하려 했다. 요컨대, 모든 킨 토큰은 이더리움 블록체인과 킨 블록체인이라는 두 개의 원장 상에 존재하는 것이다.

실제 사용자의 지갑에 있는 킨 토큰이 절반이라면, 나머지 절반은 같은 내용을 복사해 일종의 백업처럼 이더리움에 (스마트 계약으로 묶어서) 보관하는 식이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발표된 로드맵은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다. 리빙스턴은 그러나 구체적인 도입 시기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킥은 스텔라 프로토콜에서 복제한, 자체적인 오픈소스 코드베이스를 구축하고 있지만, “우리의 운명은 우리 손에 맡겨져 있다”는 리빙스턴의 말처럼 모든 공은 킥에 넘어가 있는 상태다.

연합 노드, 수수료 면제

리빙스턴은 여전히 스텔라의 성공을 낙관하고 있다. 다만 이용 가능한 솔루션을 탐색하며 여러 블록체인을 평가해본 결과, 스텔라도 킥에 100% 적합한 형태는 아니었다.

“(스텔라의) 수수료가 너무 비싸다는 말은 아니다. 문제는 작더라도 비용이 발생하면서 스팸메일을 보내는 이들이 개입할 여지가 생긴다는 점이었다.”

애초 킥은 트랜잭션 수수료에 보조금을 지급하면 되리라고 생각했지만, 이를 위해서는 사용자의 지갑을 루멘으로 채워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게 되면 네트워크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나쁜 세력이 지갑을 대량으로 생산해 루멘을 긁어모으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킥은 수수료 부담이 없고, 승인된 노드만을 사용하는 블록체인을 개발했다. 이와 관련해 리빙스턴은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기존의 스텔라 네트워크와 킨에서 하드포크된 스텔라 네트워크를 비교해보면, 전혀 다를 게 없다. 하드포크된 스텔라 네트워크에서는 연합 노드를 운영한다는 점 딱 한 가지만 빼면 말이다..”

예를 들어, 킨 재단이 초기 노드를 운영하게 된다고 가정해보자. 리빙스턴은 킨 재단이 더 많은 파트너와 제휴하게 되면 그 파트너들도 노드를 운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노드가 동등한 자격을 갖기 때문에 킨 재단이 처음에는 블록체인 전체를 통제하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재단의 영향력은 점차 약화될 것이다.

스텔라의 연합 노드와는 달리, 킨의 파트너들은 트랜잭션 인증 과정에서 수익을 내지 못한다. (만약 수익을 내려면 트랜잭션 수수료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리빙스턴은 미래의 킨 노드는 이른바 '킨 경제'를 주도하는 대형 서비스들에 의해 운영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들은 킨 보상엔진을 통해 대규모의 수익을 얻을 것이다. 이들은 킨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는 데 깊은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만큼, 노드 역할을 자청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보다 많은 디지털 서비스가 등장할수록, 킨 생태계가 커지면서 사용자들이 늘어날수록 연합 노드를 운영하는 이들에 돌아가는 보상도 더욱 확대될 것이다.”

블록체인 캐피털의 스펜서 보가트를 포함한 업계 전문가들 역시 연합 노드 중심의 운영 방식이 향후 트렌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방식은 분산화와 높은 처리량 간의 균형을 유지한다. 그러나 보가트는 이것이 혁신적인 블록체인 시스템으로 거듭날 가능성에 주목하기보다 현재의 중앙집권화된 시스템과 유사하다는 데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리빙스턴은 별도의 신용 확인이 필요 없는 구조에 중대한 차이가 있다고 반박한다.

리빙스턴은 “암호화폐가 전 세계 수천 개 디지털 커뮤니티 수십억 사용자들의 공용 화폐가 된다면, 이는 신용확인 자체가 필요 없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네트워크상에서 그 누구도 다른 이의 암호화폐를 빼앗을 수 없다는 사실을 굳게 믿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감시와 검열은 어떻게 피하나?

하지만 연합 노드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암호화폐의 근본적인 존재 이유, 곧 감시와 검열을 어떻게 피하느냐의 문제다.

예를 들어, 킨 토큰이 그냥 스텔라에서 운영된다면, 검증과 서비스는 분리될 것이다. 검증자(validator)는 네트워크 보안에 기여한 대가로 수익을 올리고, 킨을 사용하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검증자에게 네트워크 사용에 대한 수수료를 지급할 것이다. 그러나 킨의 새로운 운영 시스템에서는 대중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큰 기업들이 네트워크 검증 작업도 직접 관할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네트워크 사용을 방해하는 악성 코드나 네트워크를 공격하는 서비스를 가려내고 이를 차단하는 기준을 세우고 결정을 내리는 것도 결국 해당 기업의 몫이 된다. 기업이 네트워크 검열을 주도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오늘날 인터넷이 킨 블록체인 형태와 유사하게 만들어졌다고 가정해보자. 대규모 노드, 즉 사용자 간 거래를 효과적으로 유도하고 촉진하는 이베이(eBay), 엣시(Etsy), 비메오(Vimeo) 같은 업체는 서로 연합하여 기업 혹은 소비자가 공격적으로 받아들이는 특정 사이트의 거래 중지 결정을 직접 내리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대규모 이용자를 확보한 여러 대기업이 소위 독재자 행세를 하겠다고 나서기도 전에,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군소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이 연합해 만든 스텔라 노드가 오히려 먼저 집단적인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겠다고 나서게 되는 꼴은 아닐까?

물론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이는 암호화폐 전문가들이 분산화된 암호화폐 프로토콜 사용하는 데 있어 가장 경계하는 부분이다. 리빙스턴 역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생각만큼 그리 우려할 만한 부분은 아니라고 말한다.

“문제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이건 전 세계적인 관점에서 함께 해결하면 된다. 정작 문제가 되는 건 중앙집권화된 힘인데, ‘과연 킨이 킨 생태계 내에서 주요 권력으로 거듭날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이다. 물론 우리가 원하는 대답은 ‘아니오’다.”

이와 함께 리빙스턴은 현재 암호화폐 시장에서 가장 흥미로운 주제 가운데 하나로 지배구조와 의사결정 문제를 꼽았다. 킥의 팀원들도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엔지니어 관점에서 봤을 때 가장 흥미로운 사실은 블록체인 시스템의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고 산업을 이끌어가는 데 있어 현재 킨이 가장 선두에 서 있다는 점이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Brady Dale Brady Dale is a senior reporter at CoinDesk. He has worked for the site since October 2017 and lives in Brookl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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