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images

어느 EOS 텔레그램 채널을 가봐도 비슷한 질문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EOS 메인넷이 구동되고 있나요?”

기술적 관점에서 EOS 블록체인은 6월10일 오후 10시(한국시각)에 공개됐지만, 위 질문에 대한 대답은 “실제로는 아니다”이다. 40억달러(약 4조3000억원)에 이르는 ICO를 통해 블록원이 만든 암호화폐는 EOS 네트워크가 21명의 블록프로듀서(BP)를 선출할 때까지 락업에 걸려있기 때문이다. 아직 투표는 일어나지 않았고, 현재 누구도 EOS를 사용할 수 없다.

블록프로듀서 선출 위한 선거에 전체 토큰의 15%(1억5000만개)가 지분을 넣어야 EOS가 가동된다. EOS 보유자는 최대 30명의 블록프로듀서에 투표할 수 있고, 보유한 토큰이 많을수록 더 많은 표를 행사할 수 있다.

이 과정이 진행중이긴 하지만, 우리는 EOS 공개 과정을 통해 블록체인의 자치(self governance)에 대해 한 가지 교훈을 얻었다. 사람들은 시간이 있다면, 그 시간을 충분히 사용할 것이란 사실이다.

1억5000만 토큰의 참여는 언제든지 달성될 수 있지만, 많은 텔레그램 채널 참여자들에게는 실망스럽게도 지금까지 참여는 천천히 진행되고 있다. 지분 참여가 점차 열기를 더하고 있기는 하다. 6월10일에는 1000만 토큰만 참여했지만, 이 기사를 쓰는 12일 오전에는 3000만 토큰이 넘었다.

하지만 여전히 투표 절차가 시작되기 위해서는 다섯 배에 이르는 토큰이 참여해야 한다.

유력한 BP 후보 중 하나인 EOS 뉴욕의 커뮤니티 리더 케빈 로즈는 아시아 지역이 밤인 시간에 EOS가 런칭한 게 느린 출발과 관련이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EOS 토큰 보유자의 상당수가 아시아 몇몇 나라에 집중돼 있다.

아시아가 아침을 맞은 다음날 참여 토큰이 세 배로 뛰었다는 점을 보면 이런 설명도 설득력이 있다. EOS SW/Eden의 바히드 투시(Vahid Toosi)는 조금 다른 설명을 내놨다. 그는 현재 투표 참여에 심리적 저항이 있는데, 4000만 토큰이 넘는 순간 지분 참여가 밀물처럼 쏟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EOS 커뮤니티의 많은 이들은 투자자들이 자신의 토큰을 참여시키는 데 몇 가지 이유로 조심스러워하고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대량의 토큰을 보유하고 있는 ‘고래’들이 머뭇거리고 있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투표 도구가 부족하고, 보안과 관련된 우려도 있다.

EOS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펀드인 멀티코인캐피탈(Multicoin Capital)의 카일 사마니(Kyle Samani)는 코인데스크에 이렇게 말했다.

“투표가 천천히 진행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거래소들이 투표 절차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고, 고래들과 펀드들은 보수적으로 접근하기 마련이다.”

블록원은 이와 관련한 문의에 답하지 않았다.

 

대기중인 고래들


EOS에 큰 돈을 투자한 이들이 상황을 주시하며 기다리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투시는 “고래들이 서로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 같다. 다른 고래들이 투표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투표를 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BP 후보인 EOS Tribe의 스티브 플로이드(Steve Floyd)는 이미 몇몇 고래들이 작전에 나섰다고 믿고 있다.

“지금 상위 10위에 올라있는 후보들 중 일부는 갑자기 등장했다. 그들이 어떻게 그런 지위를 얻었는지는 뻔하다. 스스로 대량의 토큰을 보유하고 있고, 스스로에게 투표를 한 것이다. 이건 고래들의 선거다.”

EOS 뉴욕의 로즈는 일부 고래들이 자기 입맛에 맞는 후보를 뽑고 있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그런 고래들의 역할에 대해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들이 잘못된 결정을 하면 EOS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가 훼손될 것이고, EOS의 가치가 하락할 것이다”

여러 비판자들은 대량 보유 주소들이 EOS가 중앙화됐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이는 다소 과장된 측면도 있다.

우선, 블록원은 대량의 EOS 토큰을 보유하고 있지만 첫 BP 선거에는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리고 가장 큰 EOS 지갑들 중 상당수는 고객을 위해 EOS 토큰을 보유하고 있는 거래소들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OS 생태계는 고래들이 지배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 만큼 많은 사람들은 고래들이 왜 즉각 투표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지 궁금해하고 있다.

 

콜드월렛에 묶인 유권자들


투표를 위한 정교한 메커니즘이 없어서 투자자들이 망설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BP 후보 EOS Cafe Calgary의 시드 자프리(syed Jafri)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투표 도구에 대한 점검이 끝나고 안전하다는 게 확인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멀티코인캐피탈의 사마니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했다. 그는 멀티코인캐피탈 펀드의 투자자들은 항상 프라이빗키를 콜드 스토리지에 보관해야 한다는 정책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투표툴은 핫월렛에서만 작동한다. 우리는 콜드월렛에서 투표할 수 있을 때까지 투표를 하지 않을 것이다. 다른 여러 대량 보유자들도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프리에 따르면, 콜드월렛이냐 핫월렛이냐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들이 당장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EOS 블록체인 테스트 단계에서 중대한 취약점이 발견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근 발견된 취약점 때문에 투자자들은 이 블록체인이 정말 안전한지 확인하고 싶어한다. 신뢰가 구축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투표 방법이 어렵다


콜드 스토리지에서 투표하는 문제뿐만 아니라, 투표 방법 자체에 대한 메시지도 헷갈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코드 입력을 하지 않고 투표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기술을 모르는 이용자들한테는 어려운 일이다.

메인넷 공개에 임박해서 보다 사용자 친화적인 투표도구들이 나타났고, 그중에서도 스캐터가 만든 투표툴이 인사이더들 사이에서 지지를 받았지만, 메인넷 공개와 동시에 BP 후보들의 한 연합체는 “CLEOS” 명령어를 통한 투표만 할 것을 권고했다.

거래소 지갑에 토큰을 보관하고 있는 EOS 보유자들의 경우 명령어를 통한 투표를 할 수 없다. 일부 거래소들은 고객들을 위해서 투표도구를 개발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거래소 지갑에서 이뤄진 투표가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블록원이 쉽게 투표를 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로즈에 따르면 블록원은 투표 도구 개발을 포함해 메인넷 공개 과정에 손을 대지 않겠다는 태도를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토큰 매수를 위한 집착?


투표를 하지 않는 또다른 이유는 토큰을 팔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현재 EOS 지갑에 있는 EOS 토큰은 메인넷 가동 전까지 동결돼 있다. 하지만 거래소의 EOS 토큰은 여전히 사고팔 수 있다. 메인넷 런칭과 동시에 가격이 급등하거나 급락할 경우 토큰을 팔고 싶어하는 투자자들이 토큰을 거래소에 보관하고 락업을 피하기 위해 투표 참여에 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프로토콜이 가동된 직후에 대규모 매각은 벌어질 수 없는 만큼 이런 생각을 하는 보유자들도 투표에 참가해도 상관없다. 왜냐하면, 첫 BP들이 선출되고 나서도 토큰은 곧바로 활성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용자들이 즉각 지분제공을 해제하려고 해도, 해당 명령이 효력을 발휘하려면 72시간이 걸린다. 처음에는 모든 토큰이 투표에 참여한 것과 마찬가지로 처분이 제한되기 때문에 투표에 참여하지 않을 이유는 없어 보인다.

EOS 블록체인이 가동되기 시작한 뒤에도 BP 선거는 계속된다. 매 2분마다 어느 BP가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최초 BP도 언제까지 그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른다.

어쨌든 지분참여가 이전에 비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만큼 이런 문제들은 곧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로즈는 사용자들이 힘을 합쳐 런칭시키는 이 블록체인의 함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앞으로 며칠 동안 투표가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리더가 없는 자유시장 머신이 작동하는 것을 목격하는 중이다.”
Brady Dale Brady Dale is a senior reporter at CoinDesk. He has worked for the site since October 2017 and lives in Brooklyn.
제보,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
저작권자 © 코인데스크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