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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채굴 방법을 바꾸자는 주장이 오랜 논쟁끝에 드디어 큰 지원군을 얻게 된다.

비트코인 거래가 바르게 진행되었다는 걸 확증해주는 네트워크 합의 방법을 작업증명(Proof-of-Work, PoW)이라 부른다. 이 작업증명을 더 나은 알고리듬으로 변경하자는 얘기가 오래전부터 끊이지 않았는데, 이 아이디어를 더 고도로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PoWx라 불리는 재단이 6월말 출범했다.

PoWx 재단은 현재의 작업증명방식보다 더 에너지 효율적인 이른바  "광학작업증명"(optical proof-of-work)  기술 도입을 주장한다. 목표는 터무니없이 높은 채굴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이다. (2009년 초만 해도 비트코인 채굴을 하려면 그냥 보통 노트북만 있으면 됐다. 지금은 채굴 목적 외엔 아무짝에도 쓸 데 없는 수천달러짜리 전문 컴퓨터를 구입해야 한다.)

PoWx 재단 개발자들이 비트메인이라는 일개 채굴 회사가 네트워크 전반에 걸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실태를 지적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정확한 숫자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비트메인은 전체 채굴 하드웨어의 50%~80%를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배경에서, 채굴 알고리듬 교체 주장은 특히 위기 이슈가 터질 때 주로 불거졌지만, 네트워크 공격 야합과 같은 진짜 나쁜 일을 채굴자들이 벌일 경우에만 실시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PoWx 창립자 마이클 듀브로브스키는 이제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그는채굴의 중앙화를  비트코인의 "셀던 위기"라고 부른다. 이는 아이작 아지모프의 소설 "파운데이션"에 나오는 개념으로 지구를 산산조각낼 위기가 닥쳐오는데 그 사태를 더는 되돌릴 수 없게 된 그런 상황을 뜻한다.

듀브로브스키는 코인데스크에 말했다:

비트코인은 개인의 자유와 소유권에 있어 엄청나게 중요한 혁신이다. 그리고 PoW는 비트코인 합의기술에서 가장 중요한 혁신이다.

이런 혁신을 위해 기반 기술을 바꾸는 것은 "다음 십년 동안 암호화폐 산업이 성장할 수 있을만큼 충분히 채굴 생태계가 건강해지고 확장가능해지도록" 도울 거라고 듀브로브스키는 주장한다.

더 나은 길?


더 넓게 보자면, 개발자들은 오랫동안 비트코인이 얼마나 "중앙화"되어있는지 , 일개 관계자가 기술 전체를 얼마나 통제할 수 있는지를 두고 걱정해왔다.

만약 이 문제가 진지하게 다뤄지지 않는다면 채굴 중앙화가 이끄는 미래는 결국 비트코인이 원래 전복시키려했던 기존의 금융체제와 닮은 뭔가가 될거라는 게 개발자들의 우려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개발자들은 다양한 대안 기술을 제시해 왔다.

듀브로브스키는 작업증명 방식 자체를 바꾸는 것이 해법이라는 생각에 점점 끌리기 시작했고, 1년 전부터는 광학작업증명이야말로 최고의 해법이라고 확신하게 되어 이를 실현하는 데 몸담기로 했다.

PoWx팀에 따르면, 만약 새 알고리듬이 구현만 된다면, 두 가지 부분에서 비트코인을 혁신할 거라고 한다. 첫 번째는 반도체 칩을 생산하는 스타트업 기업의 진입장벽을 낮춤으로써, 네트워크의 탈중앙화를 가속한다. 둘째로, 전력 소모를 줄인다. (현재 비트코인은 세계 전력소모의 0.1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PoWx가 넘어야 할 한 가지 장애는 아직 자금을 다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그들의 목표는 야심차다. 단기적으로는 광학작업증명을 실행할 오픈소스 하드웨어를 개발하고, 2019년 1분기까지 이 오픈소스를 시연할 테스트 네트워크를 공개한다고 약속했다.

장기적으로는 아라키스 포토닉스라고 불리는 영리 기업을 출범시켜 이 최첨단 광학채굴장비를 실용화할 계획이다. (그들의 발표내용을 보면 제조 예정 장비의 기술 구성을 포함해 상세한 설명이 담겨 있다.)

언젠가 올 그날


이토록 아이디어가 풍부한데도, 비트코인 작업증명 방식을 바꾸는 일은 간단치 않다. 너무 중요한 시스템이라서 그렇다.  만약 광학작업증명의 내용이 정식 제안서에 코드화되어 있다면, 모든 사용자가 그에 맞춰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해야만 한다.  만약 사용자 다수가 증명방식 변경에 동의하지 않으면, 비트코인 캐시가 그랬던 것처럼 비트코인은 기술적 지향점의 차이로 인해 두 개의 다른 암호화폐로 갈라지게 된다.

사용자들이 진짜 원하는게 뭔지 말하긴(이 아이디어 자체가 이미 소송 위협까지 나올 정도로 논란을 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르다.  비트코인은 탈중앙화된 시스템이므로 사용자들의 의견은 모두 제각각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듀브로프스키는 다른 선택이 없다고 주장한다. 비트코인 공동체는 변화해야 한다.

"어려운 일이겠지만, 우리 제안은 단지 하나의 개선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는 코인데스크에 말했다. "만약 암호화폐가 진정으로 탈중앙화되며, 수조달러의 가치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이동하는 데 쓰이려고 한다면, 이런 류의 혁신이 꼭 필요하다"

그러므로 PoWx는 비트코인 공동체와 더불어 변화를 만들어 나갈 것을 목표로 한다.

지금까지 이 노력은 비트코인 핵심 기여자인 루크 다쉬르와 bitcoin.org 운영자인 익명의 개발자 코브라의 지지를 얻었다. 이 두 사람은 비트코인계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들로 논란이 있는 다른 주장들도 옹호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트코인 개발자 대다수는 아직 이 제안에 대해 공개적인 성명을 발표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작업증명방식이 바뀐다 하더라도 결국 다시 채굴이 중앙화되지 않겠냐는 의문이 여전히 남아있다. 하지만 듀보르스키는 그럴 가능성은 적다고 주장한다.

"광학작업증명 방식이 채택되면,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수준의 중앙화가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물론, 그는 문제를 현실적으로 보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PoWx가 어떻게 작동할지 불투명하다는 점도 동의한다. 또한 설사 작동하더라도, 여전히 비트코인의 미래엔 풀어야할 숙제가 남아있다는 점도 인정한다.

그의 결론이다:

 "미래의 위기를 해결하는데 PoWx가 기여하기를 바랍니다. 아무튼 문제가 닥치면 결국 답을 찾게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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