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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거(Augur)가 드디어 출범했다.

실제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예측으로 내기를 거는 탈중앙화 플랫폼 어거는 이더리움 블록체인 위에 만든 첫 애플리케이션이었고, 어거를 만든 이들은 2015년에 “평판(REP)” 토큰을 500만 달러 넘게 판매했다. 당시만 해도 ICO나 유틸리티 코인 같은 개념이 많은 사람에게 낯설기만 하던 시절이었다. 플랫폼의 베타 버전이 이듬해 출시되었고, 프로젝트팀은 1월에 백서 수정본을 펴냈다.

어거를 개발한 비영리 기관 포캐스트 재단(Forecast Foundation)은 오랫동안 기다려온 플랫폼 출시를 선언했다. 어거 애플리케이션 최종 버전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로 출시됐다.

토큰 보유자들은 그동안 계속해서 출시가 미뤄지면서 좌절스러웠겠지만, 어거 팀은 그 덕분에 적극적인 내부 감사를 통해 코드를 검사할 수 있었고 버그 현상금 프로그램에도 두둑한 돈을 걸었다. 어거는 “중대한” 버그를 발견하는 사람에게는 20만 달러가 넘는 금액을 지급한다. (아쉽게도 아직까지 프로젝트팀이 5천 달러 이상의 보상을 지급한다고 발표한 적은 없다)

사실 어거 프로젝트가 이렇게 신중한 자세를 취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애초에 어거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포캐스트 재단의 운영 총괄 톰 카이사는 지난 2월 코인데스크에 이렇게 말했다.

이더리움에서 배포한 애플리케이션 중에 아마도 어거가 가장 크고 복잡한 애플리케이션이었을 것이다.

그는 또 “어거 메인넷이 출범하고 나면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어거에 대한 통제권을 전혀 갖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인넷이 출범한다는 건 어거가 이더리움 블록체인에서 정식으로 구동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어거 같은 복잡한 탈중앙 애플리케이션에 해가 될 만할 심각한 취약성이 나타날 가능성은 그저 학술적인 연구 대상에 그치지 않는다. 실제로 ICO, 출시, 해킹, 이더리움 포크와 뒤이은 분할에 이르는 전체 DAO 일대기가 어거의 토큰 판매와 출시 사이에 벌어졌던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모든 내기가 가능한 플랫폼


어거에 참여하는 이들은 그야말로 모든 것에 내기를 할 수 있다.

내기의 결과가 실제 세계에서 확인될 수만 있으면 사용자들은 이더리움 가격에서부터 브라질 선거, 월드컵 아이슬란드 대 아르헨티나 승자 맞추기에 이르기까지 어떤 것이든 예측시장을 생성할 수 있다.

어거가 전통적인 베팅 시장과 다른 것은 중간에서 내기를 관리하는 중개자가 없다는 점이다. 내기에 참여하는 이들이 내는 가격이 낮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베팅 시장에서 중앙화된 중개자가 사라지면 문제가 생긴다. 즉, 당연하게도 내기에 건 돈을 잃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널리 퍼져있는데, 이들 사이에 일어난 결과에 대해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어거의 시스템은 예측시장 생성자가 “기자(reporter)”를 지정해서 결과를 검증하도록 한다. 기자는 평판 토큰을 보증금으로 걸고 내기 결과를 공인한다. 만약 기자가 결과를 잘못 알렸다가 다른 사람이 마찬가지로 평판 토큰을 걸고 이의를 제기해 이의가 받아들여지면 기자는 보증금으로 건 평판 토큰을 잃게 된다. 기자는 이밖에 결과를 공인하는 데 대한 일정 보수를 받는다.

매일 진행하는 내기는 평판 토큰 대신 이더리움 블록체인의 기본 토큰인 이더를 매개로 진행된다. (어거는 궁극적으로 이더리움 기반 다른 토큰도 지원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사용자들은 특정 예상치를 주식처럼 사거나 팔 수 있다. 예상치에 붙는 가격은 시장이 각각의 결과에 부여하는 확률에 따라 달라진다.

싸구려 도박 그 이상의 예측시장


어거는 백서에서 내기하는 사람들에게 현존하는 플랫폼보다 훨씬 매력적인 대안을 제공하여 플랫폼 사용료가 “시장이 낮출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낮아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카이사가 말했듯 어떠한 단체도, 심지어는 포캐스트 재단도 어거에 대한 통제권이 없기 때문에 정부가 이 플랫폼을 차단하거나 검열하기는 매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스포츠 도박이 불법인 곳에서 어거는 더욱 각광받을 수 있다.

그러나 어거의 창립자들은 패디 파워(Paddy Power) 같은 게임 사이트보다 어거가 훨씬 더 많은 것을 구현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생각한다. 어거 프로젝트 웹사이트는 선거나 분기 제품 판매량 등을 예측하는 데 어거가 유용할 것이며, 자연재해처럼 일어날 가능성이 작지만 발생했을 때의 영향이 큰 사건사고에 대비할 수도 있다고 제안한다.

포캐스트 재단의 공동 창립자이자 선임 개발자인 조이 크러그는 작년에 어거 팀의 야망을 다음과 같이 한 줄로 요약했다.

비트코인이 우리에게 탈중앙화된 화폐를 줬고, 이더리움이 탈중앙화된 컴퓨터를 구현했다면, 어거는 탈중앙화된 금융 시스템을 활성화할 것이다.

또 하나의 크립토키티?


그러나 어거가 세계 금융 시스템을 완전히 바꿔 놓으려면 먼저 사용자를 충분히 모아야 한다.

평판 토큰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어거 프로젝트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암호화폐 투자 펀드 멀티코인 캐피탈(Multicoin Capital)의 공동 창립자이자 경영 파트너인 카일 사마니는 코인데스크에 어거 팀은 “시끄럽고 부산한” 출시보다는 “느리고 안정적인” 출시를 원한다고 말했다.

“주류 소비자 마케팅을 하지 않고 있어서 수요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다.”

다만 암호화폐 투자회사 블록타워 캐피탈(BlockTower Capital)의 투자 분석가 코리 밀러는 수요가 실제로 나타나면, 어거가 이더리움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밀러는 카이사가 한 말에 동의하며 어거가 “이더리움에서 출시되는 가장 복잡한 분산 애플리케이션(dapp)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더리움은 복잡한 것을 잘 다루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밀러는 어거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이지 않더라도 크립토키티가 가장 큰 인기를 누렸을 때처럼 이더리움 네트워크가 점점 더 느려지고 거래 비용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즉, 어거의 생각과 달리 출범이 시끄럽고 부산해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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