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1년 넘는 준비 끝에 마침내 코다 기업형 블록체인(Corda Enterprise)이 출시됐다. 블록체인 스타트업 R3는 지난 10일 대표적인 오픈소스 코다 블록체인의 유료 버전을 공개했다.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번 제품에 R3는 24시간 기술 지원, 문제가 생겼을 때 발 빠른 복구 지원 등 여러 기능을 추가했다.

R3는 지난해 1억 7백만 달러를 모금한 뒤 13개월 만에 이번 제품을 출시했다. 당시 R3는 투자금을 기존 제품의 성능을 강화하고 새로운 기능을 장착하는 데 사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기업들이 R3의 오픈소스 코드를 바탕으로 자체 인력을 동원해 직접 서비스를 개발해야 하는 부담도 없어진다.

그런 가운데 가장 많은 관심은 역시 R3의 기업형 블록체인이 내세운 몇 가지 특징에 집중되고 있다. 코다 기업형 블록체인 플랫폼 광고에 이미 등장했던 내용이기도 하지만, R3는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 사상 최초로 방화벽(Firewall)을 도입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우리가 아는 그 방화벽과는 다르다. 코다의 블록체인 방화벽이란 각기 필요한 정보가 다른 네트워크 환경에서 운영되는 블록체인 노드들끼리 정보나 자료를 무한정 자유롭게 주고받지 못하게 제약을 걸어뒀다는 뜻이다. 코다 이용자들은 대부분 상당히 높은 보안 수준의 데이터 센터를 각자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내가 지금 쓰는 코다 플랫폼을 방화벽이 보호하고 있는 한 아무나 내가 블록체인에 올리는 데이터를 들여다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방화벽이 블록체인에서 중요하다고 하는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을 저해하지는 않을까? R3의 CTO 젠달 브라운은 R3 기술팀이 프라이빗, 퍼블릭을 넘나드는 수많은 코다 노드들이 최대한 서로 많이 연결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양쪽의 장점만 취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노드들은 기업의 핵심 시스템과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네트워크상의 다른 노드들과도 연결되어야 한다. 아무리 네트워크 구조가 복잡하더라도 양쪽으로 다 연결되려는 것이 노드의 속성이다.

그래서 방화벽은 코다 밖에 있는 노드를 일단 통제한 뒤 코다 블록체인에 연결돼도 좋은 노드만 선별해 받아들이는 역할을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코다 기업형 블록체인의 방화벽은 창의적인 오픈소스 커뮤니티를 구축하려는 R3의 노력을 기술적으로 뒷받침하는 핵심 요인이 된다. 한때 개발 자금이 떨어져 가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던 R3로서는 회심의 카드인 셈이다. 젠달 브라운은 말했다.

"이제는 코다 사용자도 많아져 코다가 보도자료를 내면 이내 코다 활용 후기가 올라오고, 아예 직접 개발팀에 메신저로 관련 문의가 들어오기도 한다."

새로운 돌파구

R3와 브라운은 블록체인 방화벽 기능이야말로 기존의 오픈소스 블록체인에 비해 코다 기업형 블록체인이 갖는 장점이자 매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존에는 기업들이 데이터 보안에 필요한 기능을 직접 만들어 집어넣어야 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브라운은 기존 (기업형) 블록체인이 사실상 한 가지 애플리케이션만 구동할 수 있고 상호운용성은 사실상 고려하지 않은 채 돌아가거나, 다양한 일을 처리한다고 하더라도 해당 기업이나 조직의 핵심 기능을 수행하지는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한다.

반면 코다 블록체인의 작동방식은 다음과 같다. 기업형 블록체인의 일부 노드는 블록체인 네트워크 밖에도 걸쳐 있으며 이 일부 노드는 인터넷에서 확인할 수 있다. 브라운은 이 부분을 일종의 "비무장지대"라고 불렀다.

"비무장지대에 나와 있는 일부 노드의 보안은 철저히 유지된다. 바로 이 노드가 마치 태아가 탯줄을 통해 영양분을 공급받는 것처럼 기업의 메인 블록체인과 바깥 네트워크 사이에 데이터가 오가는 통로 역할을 하게 된다. 그리고 블록체인 노드를 이렇게 두 가지로 나누어 안전하게 관리하고 운영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블록체인 방화벽의 핵심 기능이다. 이 기능은 블록체인의 근간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고객에게 새로운 기능을 제공하는 것뿐 아니라 R3로서도 의미 있는 진전이 아닐 수 없다. 기업들의 컨소시엄으로 출발한 R3가 시장에 내놓을 제품을 개발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역시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삼았던 것은 바로 상호운용성이 보장된 코다 블록체인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야만 블록체인 생태계가 확장하면서 더 많은 개방형 블록체인이 생겨나도 이들이 서로 원활히 연결되며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

새로운 종류의 네트워크

상호운용성을 강조하기에는 기술적 기반이 아직 탄탄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지만, 브라운은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상호운용성을 토대로 업계를 재편해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상호운용성에 관해 브라운은 기업형 블록체인 시장은 몇몇 주요 플랫폼으로 압축될 것이고, 그렇게 되고 나면 남아있는 블록체인끼리 데이터를 안전하고 원활하게 주고받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브라운은 코다가 이미 이런 환경에 대비해 자체 오픈소스 코드나 코다를 도입한 기업들끼리 원활하게 데이터를 주고받는 것은 물론이고 하이퍼레저 등 다른 블록체인 플랫폼과도 긴밀히 협력하며 상호운용성을 강화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이 성숙할수록 오픈소스 플랫폼의 데이터 가운데 일부만 뚝 떼어내 다른 플랫폼에서는 열어볼 수도 없는 데이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고객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이라고 브라운은 말했다.

"코다 블록체인의 노드 묶음을 각기 다른 곳에 접목해 서비스를 설치해놓았는데, 한 조직 안에서 같은 코다 블록체인 데이터끼리도 주고받을 수 없다면 얼마나 끔찍할지 생각해 보면 이 문제를 잘 이해할 수 있다."

브라운은 상호운용성 강화에 초점을 맞춘 R3의 이번 코다 기업형 블록체인 출시 발표가 그동안 상호운용성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오던 기업들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사실 다른 플랫폼만 보더라도 '우리 블록체인 기술만으로' 문제를 다 해결한 서비스에 매달려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 애플리케이션도 하나, 네트워크도 하나, 혼자서 다 해결할 수 있다는 발상의 종착지는 모든 자산이 각기 따로 놀고 연결되어 있지도 않은, 우리가 가지 말아야 할 세상이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Ian Allison 이안 앨리슨 기자는 코인데스크에 합류하기 전 와 에서 핀테크 분야를 담당했다. 2017년 스테이트 스트리트 데이터 혁신 기자상을 수상하기도 한 앨리슨 기자는 DAO 토큰을 소량 구매했었지만, 이를 회수하지는 않았다. 앨리슨 기자는 현재 암호화폐나 블록체인 프로젝트 어디에도 투자한 자산이 없다.
제보,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
저작권자 © 코인데스크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