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images

 

블록체인발 뉴스 혁명을 꿈꾼다는 시빌미디어컴퍼니의 창업자이자 홍보책임자 맷 쿨리지와 인터뷰를 하기 앞서 한가지 분명히 해둘 것이 있었다. 뉴스룸 격변이 일어나면 나도 일자리를 잃게 되는 건가?

"우리의 세계 변혁의 목표 가운데 코인데스크를 뒤엎는 건 아직 없어요"라고 그는 답했다.

일단 휴전이다. 이제 인터뷰를 할 차례다.

이더리움 기술 창업 보육 센터라 불리는 콘센시스(ConsenSys) 그룹 산하 프로젝트 가운데 아마도 시빌(Civil)프로젝트는 가장 시선을 끄는 기획 중 하나일 것이다. 가짜 뉴스의 확산미디어 이념적 분열, 검색 엔진과 SNS의 발전으로 인한 파괴적 혁신 등 갖가지 문제에 직면한 현대 저널리즘의 여러 문제를 다양한 각도로 해결한다는 게 시빌프로젝트의 목표다. 첨단 기술 혁신의 물결에서 저널리즘을 구하기 위해 역설적으로 또다른 첨단 기술 혁신, 즉 블록체인을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시빌 플랫폼은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기반해, 언론사가 올린 기사를 누구도 변조하거나 삭제할 수 없도록 보장한다. 또한 이더리움 기반의 스마트계약(smart contract)은 콘텐츠 제작자가 수익을 창출하고 분배하는 혁신적인 방법을 제공한다.

또한 시빌은 이더리움 기반 ERC-20 토큰을 사용해 탈중앙화된 거버넌스 실험도 하고 있다쿨리지 씨가 "시빌 경제 게임"이라고 부르는 시스템을 통해 한 때 우리가 잊고 지냈던 저널리즘정신을 부활시킨다는 거다.

"그 '게임'은 아직은 시작하지 않았지만CVL 암호 토큰의 판매는 임박했다고 쿨리지 씨는 말했다.

몇몇 언론사들은 벌써 시빌 플랫폼에 기사 게재를 시작하고 있다. 마리화나 산업 발전을 추적한 캐나비스와이어(Cannabis Wire), 뉴욕 이민자 공동체와 국가 이민 정책의 영향을 탐사보도한 도큐멘티드(Documented), 특수 이익 집단의 정치 로비 활동과 그 영향을 보도한 슬러지(Sludge) 등의 언론사들이다.

케나비스와이어 공동 창립자 앨리슨 마틴은 시빌 프로젝트에 대해 다음처럼 평했다.

 “미디어 산업에 새 해결책이 절실히 필요한 이 시대에, 내가 알고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저널리즘 실험 중 하나입니다.”

 이미 백 명에 가까운 기자들이 시빌 플랫폼에 가입했다고 쿨리지는 말했다.

영구적이며 검열불가능


시빌의 언론 변혁 계획을 이해하기 위해선 이 프로젝트가 활용하고자 하는 이더리움 블록체인 기술을 이해하는 게 도움될 것이다.

이더리움 블록체인은 물리적으로 특정 장소에 존재하지 않고한 개인에 의해 조종되지 않으며, 대규모의 분산된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해 저장되고 동시에 업데이트된다이는 시빌에 의해 보도된 기사가 정부해커 또는 다른 기관에 의해 변조되거나 삭제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빌에 뉴스룸을 차린 언론인들은 특히 이 점을 흥미로워한다.

삭제 불가능한 온라인 출판이라는 아이디어에 이끌렸죠.”  도큐멘티드 공동 설립자 맥스 지겔바움의 말이다.

슬러지의 공동 설립자 데이비드 무어도 비슷한 주장을 했다. 미국보다 훨씬 더 강력한 언론 규제와 정부 감시를 받는 나라의” 독자에게 이더리움의 검열 저항 방식은 "훌륭하다"는 것이다.

꼭 정부 개입이 아니더라도, 기자들은 종종 자신의 저작물이 하루 아침에 사라지는 일을 종종 겪고 그렇기에 변조불가능한 기록이라는 아이디어를 좋아한다. 2017년 11월 회사 사주가 갑자기 출판을 중단하고 일시적으로 콘텐츠를 온라인에서 지워버린 고타미스트나 디엔에이인포 등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반발이 커지자 해당 자료DB는 나중에 복원되었고 그 저작물은 매각되었다).

물론, 당분간은 시빌에 올라온 기사도 대부분은 뉴스룸의 중앙 집중식 서버에 실릴 것이며이는 기사가 삭제되거나 변경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시빌의 스마트계약 프로그램은 기사 전체를 다 저장하는게 아니라, 해당 기사의 해시값만 저장하고 독자들은 이 해시값을 원본과 대조 비교해 변조되지 않았음을 확인하게 된다. 해시는 특정 알고리즘에 데이터를 입력해 나온 일련의 숫자와 문자열이다. 만약 입력값이 똑같다면 출력문자열도 일치해야 하지만, 원래 데이터 문자 중 단 하나라도 변조되면 결과 해시값은 완전히 달라진다. 

시빌의 공동설립자이며 기술책임자인 댄 킨슬리는 이런 접근법을 "향후에 분산화된 데이터저장공간을 구축할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아주 중요한 기사의 경우는 지금이라도 기사 전체를 이더리움 스마트계약 위에 저장할 수 있지만, 블록체인에 계속 기록이 남아있게 하려면 게시자는 비싼 채굴 수수료를 내야만 한다.

새 수익 모델


이더리움의 스마트계약 프로그램은 누구나 투명하게 볼 수 있는 공개 코드로 작성되어 블록체인에서 실행된다. 이 기술은 언론사의 수익 모델도 바꿀 수 있다.

예를 들어독자는 언론사가 어떤 모델을 채택했든간에, 스마트 계약을 통해 기사 전체를 구독하거나, 개별 기사를 구매할 수 있다그리고 지불 결제 과정은 정부나 다른 누구도 막을 수 없다.

또 스마트 계약 덕분에 수익 배분이 더 참신하고 복잡한 방법으로 진행될 수 있다.

"하나의 기사가 세상에 나오는데 많은 사람이 참여합니다." 킨슬리는 편집자, 팩트체커, 기자, 사진기자, 기사에 인용된 저작물의 제작자 등을 거명하며 말을 이었다.

"저작권과 사용권 등을 고려해, 가치 사슬의 기여자 모두에게 정당한 몫을 배분하고 그 과정 모두를 블록체인에 남기는 것이 우리의 목표 중 하나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저작물 가운데 특정 부분만 세간에 크게 화제가 되어 퍼졌다고 가정합시다. 이 경우 원본 사진을 찍은 사진가에게 줄 몫과 인용된 사진 출처에 줄 라이센스비 등의 값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요?"

킨슬리는 아직 이런 혁신이 실용화 가능한 단계는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우리가 치열하게 해결하고자 하는 게 이 문제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머지않아 대부분의 결제가 신용 카드로 이뤄질 거라고 예상합니다"라고 명확히 전망했다.

마지막으로이더리움의 스마트 계약 덕분에 구독자가 언론사에 사전 주문 의뢰를 할 수 있으며, 기사 생산 방식와 지불 방식이 다양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슬러지 창업자 데이비드 무어는 언론사가 프리랜서의 보도에 대해 포상금을 줄 수도 있고, 후속 보도를 원하는 독자가 추가 상금을 걸 수도 있다는 생각에 흥분했다.

가짜 뉴스 잡아내기


주목할만한 점은 이런 수익 모델 뿐만이 아니다. 시빌 플랫폼의 가장 야심찬 측면은 토큰 기반 거버넌스 시스템에 있다.

아직은 출시 예정인 CVL 토큰을 이용하면, 현대 저널리즘의 가장 큰 문제를 해결하는 이른바 "암호 경제학(crypto-economics)"이 작동할 수 있다쿨리지가 설명한 것처럼이 시스템은 일종의 게임으로서, "비윤리적인 언론사를 찾아내는 것"을 목표로 하며성공하면 금전적인 보상이 따른다.

플랫폼에 있는 모든 언론사는 일정 수의 CVL 토큰을 보관하며한 참가자가 다른 이가 비윤리적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느끼면(예를 들어 가짜 뉴스를 올리거나, 편파적인 발언을 싣거나표절하거나폭력을 조장하거나, 그 밖에 시빌 헌장을 어기는 등의 각종 행동그들은 해당하는 토큰을 담보로 걸면서 해당 불량 언론사의 자격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이 건에 대해 다른 회원들은 그들의 토큰 소유현황에 따라 투표를 하게 된다그리고 만약 도전자가 이기면그 선정적인 언론사는 시빌로부터 퇴출당한다. (토큰은 승리한 쪽의 투표자에게 분배된다). 만약 도전자가 질 경우도전자들은 그들이 걸었던 토큰을 몰수당하고그들이 이의를 제기했던 언론사는 여전히 남아있게 된다.

이 메커니즘은 언론의 정직성을 유지해주면서도, 기계적 평등을 벗어난 주관적 견해에 기반해 작동한다는 게 특징이다.

"내가 언론사를 공격하는 이유가 꼭 내가 공화당원이고 당신이 민주당원이라서 그런 게 아니다."라고 쿨리지는 말한다.

쿨리지의 낙관적 전망에 따르면시빌의 뉴스 관리 체계는 가짜 뉴스에 대처할 뿐 아니라 언론사의 정치적 이념성 성향을 다양성”이라는 이른바 역방향의 잔향실(anti-echo chamber)"을 가능케 한다.

물론, 이 시스템의 악용을 우려하는 건 당연하다.

예를 들어 억만 장자 사업가인 피터 틸은 자신이 게이임을 폭로한 언론사 Gaker를 파산으로 몰고간 소송(이와는 관계 없는 문제에 다른 원고가 제기한 소송)에 자금을 지원한 적 있다. 즉 부유한 이용자에게 더 많은 투표권을 주는 토큰 경제 체제가 생기면, 성가신 언론사를 간단히 없앨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시빌 프로젝트 팀은 오랜 고민 끝에 플랫폼을 통제하는 독립적인 기구인 시빌 파운데이션을 창설했다. 이 기관을 통해 의사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고 부작용을 막으려 한다.

이 구조는 중재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일으키는 EOS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현재, 시빌 플랫폼에 들어온 기자들은 잠재적 부작용보다는 미래의 가능성에 더 주목한다지겔바움은 코인데스크에게 이렇게 말했다.

"시빌 프로젝트가 뉴스 산업을 더 번창시킬 실험의 장을 열었다는 점은 명백하다"
제보,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
저작권자 © 코인데스크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