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images

 

가격 변동이 심하지 않은 암호화폐를 일컫는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을 만드는 시도는 암호화폐가 생겨난 이래 계속됐다. 이번에는 21세기 블록체인 기술이 대공황 이후 정착된 20세기 제도와 손을 잡고 미국 달러에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 개발에 나선다.

스트롱홀드(Stronghold)라는 이름의 스타트업이 달러 앵커(USD Anchor)라는 이름의 스테이블코인을 출시한다고 지난 17일(현지시각) 발표했다. 달러 앵커는 스텔라 블록체인에서 합의 알고리듬에 따라 거래를 검증하는 방식으로 발행된다. 앵커 토큰 한 개의 가격을 실제 미화 1달러와 연동하는 신용 보증기금 역할은 네바다주 정부의 허가를 받은 신탁회사 프라임 트러스트(Prime Trust)가 맡는다. 그리고 프라임 트러스트가 발행된 앵커 토큰에 상응하는 미국 달러를 예치해놓은 은행 계좌의 지급 보증은 미국 연방 예금보험공사(FDIC, Federal Deposit Insurance Corp.)가 담당한다.

원래는 뉴욕시에 본사를 둔 시그니처 은행이 새로운 스테이블코인의 지급 보증을 맡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IBM은 시그니처 은행이 막판에 이번 사업에 참가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IBM은 스트롱홀드와 제휴를 맺고 처음부터 스테이블코인 개발에 깊이 관여해 왔으며, 자사 고객 가운데 금융기관들이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는 방법을 찾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IBM의 금융 분야 블록체인 서비스를 이끄는 제시 런드는 코인데스크에 이렇게 말했다.

"디지털 거래를 취급하는 모든 종류의 네트워크나 서비스가 같은 블록체인상에서 자체 디지털 화폐로 바로 결제까지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스트롱홀드는 말 그대로 스텔라 블록체인 네트워크로 가는 닻(anchor)이자 배에 타고 내릴 때 오가는 통행로 역할을 한다. 스트롱홀드가 발행하는 디지털 자산은 프라임 트러스트가 토큰 하나에 거기에 상응하는 1달러가 있다는 사실을 보증하고 궁극적으로는 미국 예금보험공사가 지급을 보증하는 자산이다. 미국에서 은행에 가면 출입문 한쪽 구석에 어김없이 예금보험공사 스티커가 붙어있다. 대공황 이후인 1933년 창설된 이래 지난 85년간 미국인들이 저축한 예금의 지급을 보증해 온 기관이 바로 예금보험공사다.

"디지털 통화는 물론 전통적인 통화도 그 종류에 상관없이 자산을 더 편리하게 관리하고 거래하는 쪽으로 진화할 것이다. 자산과 연동된 토큰은 모든 통화에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고, 결과적으로 전 세계적으로 돈의 흐름이 개선될 것이다."

스트롱홀드의 공동창업자이자 CTO인 션 베넷은 보도자료를 통해 위와 같이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는 신용 화폐를 토큰으로 만들어 거래를 더 간편하고 빠르게 처리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요컨대 암호화폐처럼 거래 속도는 빨라지고 효율은 높아지지만, 암호화폐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높은 가격 변동성은 줄이는 것이 목표다. IBM은 먼저 국제 송금이나 소액 환전 등 국경을 넘나드는 결제 과정에 앵커 토큰을 활용할 생각이다.

제시 런드는 이미 IBM의 고객인 주요 기관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할 수 있다며, "최대한 신속히 많은 분야에 적용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IBM이 후원하고 지원해 온 많은 솔루션 가운데 몇몇은 아마도 올해가 가기 전에 실험해볼 수 있을 것이다.

누구도 풀 엄두를 못 냈던 문제


앵커 토큰도 얼핏 보면 테더(Tether)와 비슷한 문제를 겪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스테이블코인의 선두주자 가운데 하나인 테더는 발행한 토큰에 상응하는 미국 달러를 보유하지 못한 채 영업을 계속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두 경우 모두 현실 세계의 신용 화폐를 그에 상응하는 토큰으로 바꿔 예치하면, 그 토큰이 블록체인상에서 거래와 결제에 쓰인다. (테더는 테더 토큰(USDT), 프라임 트러스트는 앵커 토큰을 쓰는 셈) 런드도 테더에 관한 이야기가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누구나 테더를 먼저 떠올리겠지만, 우리 프로젝트와 테더 사이에는 몇 가지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당장 가장 명확한 지점은 예금보험공사가 지급을 보증해준다는 점이고, 주 정부의 허가를 받은 신탁회사가 신용을 보증해준다는 점도 다르다. 투자자들은 앵커 토큰이 100% 보증된 자산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 특히 당사자도 아닌 제삼자의 모호한 잔액 확인을 근거로 달러 보유량이 충분하다고 말하는 테더보다는 훨씬 신뢰가 가는 대목이다.

프라임 트러스트의 CEO이자 신용 부문 총책임자인 스콧 퍼셀은 앵커 토큰은 정식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테더는 회계법인과 이견을 좁히지 못한 끝에 감사 절차를 밟지 않았다) 또한, 예금보험공사가 마찬가지로 지급을 보증해주는 주요 은행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예금보험공사는 은행이 부도났을 때 25만 달러까지만 보상해준다. 그래서 25만 달러가 넘는 계좌는 여러 은행에 나누어 예치해야 안전하다. 어떤 은행에 돈을 맡기느냐가 중요한 이유다. 퍼셀은 "우리가 보관하고 있는 투자금, 예금은 전액 예금보험공사가 지급을 보증한다고 봐도 된다."라고 말했다.

프라임 트러스트는 또 트루 달러(True USD)와 같은 다른 스테이블코인 업체와도 비슷한 협약을 맺었다고 퍼셀은 말했다. 또한, 앵커 토큰을 보유한 이들은 토큰을 달러로 사거나 팔 때마다 고객파악제도(KYC), 돈세탁방지(AML) 등 관련된 신원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테더 토큰과 앵커 토큰 사이에 언뜻 보기에는 명확하지 않은 차이도 있다. 먼저 테더 토큰은 암호화폐 거래소 안에서 빠르게 자산을 옮겨가며 차익 거래를 하는 트레이더들이 주로 사용한다. 반면 IBM은 앵커 토큰을 사용하는 쪽은 주로 금융기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은 금융 기관들이 주로 결제 관련 분야에서 토큰을 쓰겠지만, 이어 식료품 추적이나 전 세계를 아우르는 무역망, 공급망 관리 등 수많은 분야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런드는 말했다.

"단지 암호화폐 자체를 거래나 투자용으로 쓰는 것을 넘어서 매일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거래에 암호화폐가 직접 편리하게 쓰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

IBM의 꿈


IBM에 스테이블코인이란 수많은 디지털 통화를 취급하고 관련 생태계를 구축해나가는 데 있어 첫걸음이다.

"우리는 다양한 종류의 자산이 공존하는 네트워크를 꿈꾼다. 디지털 유로, 디지털 달러, 디지털 파운드를 동시에 보유하고 있어도 하나의 네트워크 안에서 쓰인다면 불편함이 없을 것이다."

런드는 이렇게만 해도 기업들에 실질적인 혜택이 있다고 설명한다.

"지금처럼 기업들이 자산을 나누어 이른바 외환 헤지를 할 필요가 없어진다. 이제 환전은 결제와 동시에 기저에서 자동으로 진행되는 사소한 절차로 바뀐다. 그것만 해도 엄청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뿐더러 국제 무역과 송금의 절차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셈이다."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로 지난 10월 공인된 IBM과 스텔라 블록체인의 제휴 관계는 더욱 공고해졌다. 당시 IBM은 스텔라 블록체인 프로토콜과 협력해 자체 토큰인 루멘스(lumens)를 남태평양 섬나라들 사이의 송금, 환전을 연결해주는 통화로 쓰는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IBM은 해당 사업의 개발, 확장을 거듭했고, 이제 네트워크상에서 제품을 출시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아직 아무것도 발표된 것이 없지만, "여러 나라와 지역 정부 등에서 각각 공인된 금융기관을 비롯해 수많은 참가자를 이미 확보했다"고 말했다.

런드는 IBM이 스텔라와 함께 일하는 이유로 스텔라의 국제 결제 관련 사업 경험과 채굴 없이도 합의 알고리듬을 효과적으로 운영해 확장성 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점을 꼽았다. IBM은 하이퍼레저 패브릭에 가장 많이 투자했고 관여하고 있는 회사이지만, 지난 1년간은 특히 스텔라와 많은 프로젝트를 같이 했다. 런드는 앞으로 IBM이 더 많은 블록체인 네트워크와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양한 활용 사례가 필요해질수록 IBM은 더 많은 블록체인 프로토콜과 계속해서 협력함으로써 블록체인 생태계를 더욱 풍부하게 가꾸어나갈 것이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제보,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
저작권자 © 코인데스크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