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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는 수학적 알고리듬은 신뢰하되 오류를 범할 수 있는 중앙은행은 믿지 말라고 한다. 그러나 암호화폐에도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특히 암호화폐 지지자들은 중앙은행들이 지난 몇 년간 화폐의 질을 계속해서 떨어뜨렸으며, 중앙은행이 화폐를 발행하면서 세계 각지의 사람들을 빈곤에 몰아넣었다고 자주 말한다. 상상 속의 미래 암호화폐 세상에서는 실수투성이에 정치적 영향에서도 자유롭지 않은 중앙은행이 알고리듬으로 대체되고, 화폐 가치가 떨어지기는커녕 더 올라간다.


얼핏 그럴듯해 보이는 이야기지만, 여기에도 오류가 한둘이 아니다. 당장 어느 정도 인플레이션은 실질적으로 유용하다는 점이 밝혀졌고, 지난 30년 간 경기 불황 속에서도 물가는 계속해서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해선 안 된다. 독립적인 중앙은행들은 우리 경제에서 가장 신임받는 기관 가운데 하나이며, 또 가장 투명한 기관이기도 하다. 암호화폐의 시가 총액이 절대적인 기준으로는 커보일지 몰라도, 세계 경제의 나머지 부문과 비교해보면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암호화폐 일일 거래량은 현재 50~60억 달러 사이다. 외환시장 일일 거래량은 5조 달러에 육박한다.


암호화폐가 계속해서 성장한다고 해도 (또 그럴 가능성이 매우 크기는 해도) 블록체인의 약속이 실현되려면 사람들이 계속해서 전통적인 명목화폐를 사용해서 거래를 할 수 있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가 여러 가지 있는데, 그 중에도 기업이 맞닥뜨릴 경영상의 위험이 가장 중요하다.


오늘날 거의 모든 기업은 전통적인 명목화폐로 거래한다. 기업들은 매출 대부분을 명목화폐로 벌어들이고, 부채와 이를 갚는 일도 명목화폐로 관리한다.


회사들은 블록체인으로 거래할 때도 명목화폐로 거래하고 싶을 것이다. 제품을 유로화로 책정된 가격에 구매하려고 퍼블릭 블록체인을 통해서 계약을 실행하면, 아마도 유로로 정산하고 싶어 할 것이다. 환전을 하거나 여러 화폐로 상당한 금액의 돈을 보유하게 되면 사업에 외환 위험이 추가되므로 될 수 있으면 이러한 상황을 피하고 싶은 것이다.


블록체인에서 스마트 계약을 체결하는 회사들은 결제는 따로 은행을 통해 처리하고 블록체인에 결제에 대한 기록을 남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더 큰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는 목표에 썩 부합하는 솔루션이라고 할 수 없다.

일체형 암호화폐 자산 토큰


블록체인을 통해 사업 계약을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한 블록체인 안에서 자산 토큰으로 모든 거래를 완료하는 것이다. (제품을 대표하는) 자산 토큰은 가장 단순한 형태의 화폐 토큰으로 교환되지만, 한 블록체인 안에서 모든 토큰이 대표될 수 있다면 훨씬 더 정교하게 거래를 진행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재고를 담보로 대출을 받고, 재고가 팔리면 판매 대금으로 자동으로 대출금을 상환하는 식이다.


언스트앤영(EY)에서는 이것을 “전 주기 경제 계약(full cycle economic contract)”이라고 하는데, 상업용 블록체인을 사용하면서 기업들이 얻고자 하는 것을 망라한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전 주기 디지털 계약은 리스크가 낮을 뿐만 아니라, 자산과 책임이 모두 블록체인에서 투명하게 관리되므로 거래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거의 모든 종류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거래와 결제를 돕기 위해 토큰화된 명목화폐 수십억 달러가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사용돼야 한다. 이는 다양한 화폐와 토큰이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공존할 수 있도록 중앙은행이 규제 구조나 접근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퍼블릭 블록체인은 중앙은행 통제하에서 규제받는 네트워크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중앙은행이 관장하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앞으로 별로 큰 역할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글을 쓴 폴 브로디(Paul Brody)는 컨설팅 기업 언스트앤영(EY)의 글로벌 혁신 블록체인 부문 파트장이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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