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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용 블록체인이 수년간의 논의와 계획 끝에 현실이 되고 있다. 보험, 의료, 금, 석유와 가스, 금융 등 다양한 산업이 블록체인을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다시 한 걸음 물러서서 그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신은 기업이 작동하는 방법이 그 기업이 속한 시장이 작동하는 방법과 어떻게 다른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대부분 회사는 CEO, 이사회, 그리고 효과적인 경영에 필요한 각각의 부서로 이뤄진 표준화된 기업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런 구조의 특징은 권한이 중앙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즉 중앙화된 구조는 기업 경영의 근간이다. 하지만 시장은 탈중앙화되어 있다. 중앙에서 시장을 책임지고 이끌어가는 조직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기업과 기업이 속한 시장이라는 두 불가분의 주체는 완전히 상반된 방식으로 작동한다.

수십 년 전 정보기술(IT) 혁명이 시작되었을 때 기업과 기타 중앙화된 기구들은 자연스럽게 정보기술을 채택했다. 기업의 운영을 최적화하면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정보기술을 도입하고 업무 수행 방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지휘 및 통제 메커니즘이 필요했다.

따라서 최근 수십 년간 정보기술 산업의 업적을 돌이켜보면, 기술 플랫폼 도입이 주로 기업에 집중되었다는 점, 그것도 대부분 해당 기업만을 최적화하기 위해 사용되어왔다는 점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산업과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전혀 다른 시나리오를 마주치게 된다. 그렇게 많은 시장에서 그토록 변화가 없었다는 사실은 놀랍기까지 하다. 오늘날의 국제 무역은 300년 전의 상인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다. 복잡한 재보험 계약을 협상하는 역학은 100년 전과 대동소이하다. 유사한 예는 수도 없이 많다.

중앙화의 비용


사실, 금융 시장이 고도로 통제되는 중앙화된 기반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시장이 권한을 중앙으로 몰아주는 중앙집권적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을 때 우리는 산업 수준에서의 근본적인 변혁을 목격했다.

결과는 매우 인상적이었지만, 치러야 하는 대가도 만만치 않았다. 새로운 중개 기관이 생겨났고, 위험은 더욱 집중되었으며, 새로 생겨난 기관들이 자신들의 이익만 좇아 비생산적 활동에만 몰두하자 시장 전체의 혁신을 가로막지 않도록 관련 법규를 정비해야 했다.

최근까지도 우리가 아는 기술은 사실상 거의 다 중앙 권력이 통제하고 관리해야만 제대로 작동됐다. 현존하는 모든 소프트웨어를 떠받치는 뿌리 깊은 가정은 대개 다음과 같다.

“소프트웨어는 기업이 설치하고 그 기업이 통제한다. 해당 기업에 의해서, 해당 기업만을 위해 운용되는 소프트웨어의 결과물이기에 이 결과를 보증할 수 있는 이들도 해당 기업의 직원들뿐이다.”

따라서 현재 각 기업은 수백 혹은 수천 가지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으로 무장된 터무니 없이 복잡한 정보기술 시스템을 소유하고 있다. 그 애플리케이션 대부분이 하는 일이란 경쟁사의 애플리케이션과 똑같다. 실제 상황은 더 형편없다.

한없이 중복된 애플리케이션이 한데 엉켜있을 뿐 서로 의미 있는 공유도, 협력도 일어나지 않는다. 거래나 계약의 한쪽이 상대방과 같은 데이터를 가졌는지 끊임없이 서로 대조하고 확인해야 한다.

비트코인의 교훈 


그렇지만 비트코인이 출현함으로써 우리는 아주 흥미로운 사실을 배우게 되었다. 서로 신뢰하지 않더라도 거래를 원하는 이들끼리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것도 모두가 신뢰해야 하는 새로운 중앙 기구를 통하지 않고서 거래가 가능해졌다.

같은 논리를 법률 계약과 의료 기록, 혹은 재보험 증서와 복잡한 대출 같은 영역에 적용한다면 매우 강력하고 비약적인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제까지 소프트웨어는 잘 맞지도 않는 중앙화 모델을 따라 시장이 바뀌도록 강요하였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탈중앙화한 솔루션을 제공하여 모든 시장을 최적화할 수 있는, 모두가 찾던 성배가 될 수 있다. 또한, 생산성을 대폭 높여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 점이 바로 R3에서 일하는 우리가 블록체인 기술을 기업에 적용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이라고 믿는 것이다. 올바로 사용된다면 블록체인 기술은 “내가 보는 것이 당신이 보는 것”이라는 믿음이 절대적으로 보장되고, 프라이버시와 확장성이 보증되는 가운데, 누구든지 열린 네트워크상의 누구와도 직접 거래를 할 수 있게 해준다.

이제 기업용 블록체인 기술 덕분에 모든 시장이 변화하고 있지만, 새로운 중개 기관을 만들거나 자유분방한 시장에 부적절한 중앙화된 모델을 강요하지 않는다.

블록체인은 현재뿐 아니라 앞으로 10년의 시장을 위한 탈중앙화 소프트웨어이다. 이 기술은 전 세계 모든 산업의 표준이 될 것이다.


* 이 글을 쓴 리처드 브라운은 기업용 블록체인 소프트웨어 회사 R3의 최고기술책임자(CTO)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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