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플리커

승인받은 사용자만 참여할 수 있는 프라이빗 블록체인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퍼블릭 블록체인과 마찬가지로 생태계를 구축해 네트워크 효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적어도 금융 블록체인 앱스토어 레저커넥트(LedgerConnect)의 생각은 그렇다. 레저커넥트는 은행들이 핀테크와 소프트웨어 업체가 제공하는 분산원장 기술(DLT) 솔루션을 더욱 쉽게 사용하도록 돕고, 반대로 핀테크와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고객인 은행들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주는 금융 블록체인 앱스토어다.

지난달 30일 출시한 레저커넥트는 은행 소유의 외환결제 기관인 CLS와 기업용 소프트웨어 거인 IBM이 함께 만든 앱스토어이며, 바클레이와 시티그룹 등 주요 은행도 창립 회원으로 참여했다.

또 금융 기관 9곳이 레저커넥트의 개념 증명(Proof-of-Concept, PoC)에 참여하고 있으며, 배턴 시스템즈, 칼립소, 콥 클라크, IBM, 엠퍼시스, 오픈리스크, 신스왑과 퍼시스턴트 시스템즈 등을 포함하는 여러 핀테크,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서비스를 제공한다.

금융 기관은 레저커넥트를 통해 고객 신원조회 서비스, 제재 여부 확인, 담보 관리, 파생상품 거래 후 처리, 계정 조정과 시장 자료 등의 영역에서 분산원장 기술 기반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

신생 핀테크 업체와 대형 IT 회사 모두 분산 네트워크를 만들어 은행 고객을 유치하고 싶지만, 비용도 많이 들고 기술적으로 복잡해 정작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고도 고객을 찾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IBM의 금융시장 담당 부사장인 키스 베어는 레저커넥트가 새로운 응용프로그램 허브 역할을 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안전한 네트워크와 검증된 인프라를 갖춰 앱스토어와 유사한 모델을 구현할 수 있다. 즉, 은행은 앱스토어에서 인증된 핀테크 및 소프트웨어 공급자의 응용프로그램을 골라 블록체인 네트워크상에서 편리하게 설치, 사용할 수 있다.”

분산원장 기술 분야에서 매우 적극적인 바클레이 은행은 레저컨넥트를 적극적으로 시험해보고 있다. 바클레이의 투자은행 최고기술책임자(CTO) 부서에 속한 리 브레인 박사는 실제 비즈니스 상황에서 분산원장을 설계할 때 고려할 몇 가지 설치 옵션이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특정 용도를 위한 관리 및 비즈니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CLS 같은 금융시장 인프라 공급자가 은행을 대신해 노드를 관장하면 시장에 더욱 빠르게 진입할 수 있다.

“은행들도 자신들이 직접 노드를 관장하는, 더욱 탈중앙화한 설치 옵션을 고려할 수 있다. 바클레이는 레저커넥트의 개념 증명에 참여함으로써 시장 인프라 공급자가 관장하는 노드와 은행이 관장하는 노드를 연결하는 프라이빗 분산원장 네트워크의 경험을 쌓고 있다.”

레저커넥트 자체도 IBM의 블록체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프라이빗 블록체인에서 부분적으로 운영된다. IBM의 블록체인은 오픈소스 블록체인 플랫폼인 하이퍼레저 패브릭(Hyperledger Fabric)을 이용하여 개발되었는데, 현재 앱스토어의 모든 앱이 이 소프트웨어로 만들어졌다. 그렇지만 앱스토어의 창립 회원사들은 앱스토어에 다른 기업용 블록체인 솔루션을 허용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CLS의 혁신 및 솔루션 책임자 램 코마라주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R3의 코다(Corda)이건 쿠오럼(Quorum)이건 기술이 탄탄하고 보안 관점 등에서 요구 사항을 충족한다면 다른 기술의 분산원장이라도 얼마든지 설치할 수 있다. 오히려 원칙적으로 한 가지 기술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 우리가 더 바라는 바다.”

최초의 블록체인 컨소시엄

한 걸음 물러서 보면, CLS는 사실상 최초의 블록체인 컨소시엄이기도 하다. 물론 이 회사는 첫 번째 블록체인이 만들어지기 6년 전인 2002년 외환 거래를 중개할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그렇지만 하이퍼레저가 시작되지도 않았고, R3가 주목을 받지 못했던 2015년 초부터 이 회사는 블록체인 기술을 시험해왔다.

CLS의 선구적인 블록체인 작업은 이후 CLSNet으로 공식화되었다. CLSNet은 블록체인을 이용해서 메인 플랫폼에 있지 않은 새로운 통화의 거래를 시험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시험은 미완성의 블록체인 기술이 60개의 대형 금융 기관이 사용하는 핵심 정산 엔진(core settlement engine)에서 분리된 가운데 이루어졌다.

“마지막 중요 절차인 정산을 하기 전에도, 은행과 외환 구매 고객을 위해 처리해야 하는 매매 관련 업무량이 상당하다.”라고 코마라주는 밝혔다.

따라서 CLSNet은 새로 생겨난 레저커넥트 포털의 첫 응용프로그램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레저커넥트 포털에 등록된 응용프로그램은 대개 금융 거래시 발생하는 계정 조정 비용을 줄이거나 데이터 중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앱이다. 예를 들어 파생상품 계약의 주요 내용을 담은 합의 사항을 하나의 디지털 장부에 기록, 공유함으로써 비용을 줄이는 식이다.

“현재 자본 시장을 보라. 은행은 대개 같은 비즈니스 논리, 같은 정보기술을 사용하는 회사와 거래를 하면서도 모두 자체적으로 독립된 오피스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코라마주의 말이다.

IBM과 CLS는 오랫동안 관계를 맺어 왔다. CLS의 메인 플랫폼은 IBM이 개발했다. 그리고 레저커넥트는 두 회사의 금융 인프라와 블록체인 작업을 융합해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CLS가 해오던 블록체인 작업을 외환 업무에서 다른 자본시장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코마라주는 “두 회사의 협업은 은행이 소유한 CLS의 세계적으로, 또한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시장거래 기능과 IBM의 투자를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달성하려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오랜 개념 증명에서 오는 피로

코마라주에 따르면, 평균적인 개념 증명과는 달리 레저커넥트의 개념 증명은 이미 상당히 진전된 상태다.

“우리는 오래전에 개념 증명에 착수했다. 기관들이 선택한 다양한 이용 사례가 이미 구현되었고, 이제 기술을 증명하기 위한 막바지 단계에 와있다.”

현재는 바클레이와 시티은행 두 곳만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밖에 CLSNet의 회원사인 JP모건과 골드만삭스 같은 대형 은행도 참여하고 있다는 분석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또한, IBM의 소프트웨어 서비스(SaaS) 형태로 하이퍼레저를 사용하고 있는 위트레이드(we.trade) 플랫폼을 쓰는 은행들도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코마라주는 왜 CLS가 레저커넥트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을 모두 밝히지 못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면서 대형 은행 일부가 블록체인 개념 증명 단계에서 다소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고 에둘러 말했다.

“모든 은행의 동의를 (아직) 받지 못했기 때문에 은행 명단을 지금은 모두 공개할 수 없다. 일부 은행은 개념 증명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길 원하고, 몇몇 은행은 아직 내부 승인을 받는 중이다.”

한편, IBM의 베어는 개념 증명 단계에서 피로감을 느끼는 진짜 이유가 많은 참여 회사에서 진전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블록체인을 접목할 필요가 없는 사업에 억지로 끼워 맞추려 했거나 블록체인 기술을 잘못 활용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대개는 설치 및 운영에 비용이 많이 들고 네트워크도 복잡한 것이 문제다.

“개념 증명 단계에서의 피로감을 없애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개념 증명 자체를 빨리 마쳐야 해결될 문제이기는 하지만, 불가피한 면이 있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Ian Allison 이안 앨리슨 기자는 코인데스크에 합류하기 전 와 에서 핀테크 분야를 담당했다. 2017년 스테이트 스트리트 데이터 혁신 기자상을 수상하기도 한 앨리슨 기자는 DAO 토큰을 소량 구매했었지만, 이를 회수하지는 않았다. 앨리슨 기자는 현재 암호화폐나 블록체인 프로젝트 어디에도 투자한 자산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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