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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팔(PayPal) 2.0?

암호화폐를 이상적인 결제 수단으로 여기던 초기 비트코인 지지자들이 했을 법한 주장이다. 하지만 비트코인이 기술적 한계에 이르자 당시의 열광하던 분위기는 한풀 꺾였다. 이제 제2 레이어(layer-two) 기술인 라이트닝 네트워크 기반의 앱들이 개발되면서 이 아이디어는 다시 힘을 얻을 듯하다. 라이트닝 앱들은 올해 베타 버전 시험에 들어갔고, 이미 전통적 결제 시스템이 처리할 수 없던 트랜잭션을 시연하고 있다.

라이트닝 네트워크 덕분에 암호화폐는 전통적인 기술을 사용하는 카드 회사나 결제 스타트업을 뛰어넘을 기회를 잡았다. 지금 가장 주목받는 애플리케이션은 라이트닝 네트워크가 처음으로 실현한,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의 디지털 결제다.

예를 들어, 사토시트윗(SatoshiTweets)이라고 불리는 앱에서 아주 적은 사용료를 내고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통해서 공유 트위터 계정에서 트윗을 내보낼 수 있다. 한 사용자는 이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이런 트윗을 남겼다.

방금 느낌표 한 개 구매 완료. 

그 사용자는 마침표 하나의 가격이 1원이 채 안 되는 10사토시(satoshi)라고 했다.

트위터에 글을 올리는 데 돈을 내야 한다면 사용자로서는 어처구니없지만, 사토시트윗은 어쨌든 참신한 아이디어로 관심을 끌었다. 기본적으로 이런 종류의 트랜잭션은 현재의 일반적인 결제시스템을 통해 처리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지금껏 사용자에게 직접 부과된 적은 없지만 디지털 결제에는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페이팔은 트랜잭션당 0.05달러와 결제금액 비율에 따른 수수료를 받는다. 다시 말해, 그 정도 적은 금액을 결제한다면 페이팔이 청구하는 수수료가 결제 금액을 초과할 수 있어 트랜잭션을 실행하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

초소액 결제가 그다지 설득력이 없어 보일 수 있다. 또한, 혹자는 새로운 결제 시스템을 쓰는 데 드는 심적 비용이 너무 크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암호화폐 연구자들은 초소액 결제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고, 심지어는 공상과학소설에나 나올 법한 이용 사례를 가능케 할 것으로 믿는다.

라이트닝 네트워크의 능력 덕택에 전통적, 중앙화된 대규모 결제 회사를 앞지를 수 있다는 비트코인의 꿈이 현실이 되었다. 여기에 힘입어 이런 소액 결제가 어떻게 다른 앱에 적용될 수 있는지 증명하기 위한 갖가지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다.

 

라이트닝의 영향력


무엇보다 먼저, 많은 앱이 라이트닝 네트워크 때문에 가능해진 저렴한 수수료의 이점을 활용하고 있다.

라이트닝 네트워크에서 운영되는 온라인 도박 앱 라이트닝 스핀(Lightning Spin)의 개발자 루이 고메즈는 코인데스크에 “페이팔을 쓰면 1,000사토시, 혹은 0.06달러 이하의 금액은 수수료가 더 비싸서 송금할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또한, 고메즈는 온라인 카지노는 소액의 수수료 때문에 사업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온라인 카지노는 일정한 수입을 올리기 위해 판돈을 걸 때마다 소액의 수수료를 부과하기 때문이다.

라이트닝 스핀은 라이트닝 네트워크가 어떻게 더 신속한 결제를 가능하게 하는지도 단적으로 보여준다.

비트코인의 경우 사용자는 자신의 트랜잭션에 대한 채굴자의 확인을 기다려야 하므로 즉시 현금화할 수 없다. 하지만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쓰면, 사용자가 결제 채널을 가지고 있거나 혹은 네트워크의 다른 동료(peer)와 연결이 되어있다면 실시간 결제는 식은 죽 먹기다. 고메즈는 말했다.

“오로지 한가지 목적, 즉, 입금과 수익금의 인출을 즉시 할 수 있는 베팅 게임이 가능함을 보여주기 위해 (라이트닝 스핀을) 만들었다.”

비트코인 기반 결제 기술의 또 한 가지 장점은 이런 결제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하는 회사가 소프트웨어 개발을 좀 더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비자카드(Visa)는 개발자가 결제 방법을 앱에 통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반면, 사용자는 웹사이트에서 등록해야 한다. 이는 비자가 어느 정도는 누가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는지 통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점에 대해, 라이트닝 앱을 개발해서 최근 해커톤 핵데이(hackday)에서 발표한 데이비드 크네직은 이렇게 말했다.

비트코인 결제는 누구든지 어떤 것과도 통합할 수 있다. 다른 많은 시스템과 달리 허락을 받을 필요도 없다.

 

귀여운 것부터 초현대적인 것까지 


그러한 자유로움 덕택에 개발자들은 장난스럽고 귀여운 애플리케이션에서 공상과학소설에나 등장할 법한 애플리케이션을 마음에 그리고 있다.

크네직은 라이트닝 결제를 하면 사탕 자동판매기에서 엠앤엠(M&M) 초콜릿을 내보내는 라이트닝 앱을 개발했다. 크네직은 어떻게 하면 비트코인 결제가 디지털의 영역을 넘어 현실로 다가설 수 있는가를 보여주기 위해서 이 재미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라이트닝의 “킬러앱”은 아니지만, 라이트닝 사용자 사이에 확고히 뿌리를 내린 앱이 있는데 바로 디지털 아트보드이다.

‘사토시의 집(Satoshi’s Place)’이라고 불리는 이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면, 사용자가 픽셀 단위로 구매하거나 65달러에 아트보드 전체를 구매해서 온라인 캔버스에 그릴 수 있다. 이 애플리케이션은 저속한 낙서, 인터넷에 유행하는 이미지, 갈수록 치열해지는 영역 싸움을 보여주는 암호화폐 상징 등이 여기에서 만들어지면서 지난 6월 아주 큰 관심을 끌었다.

그리고 이 앱은 지금도 가장 인기 있는 라이트닝 앱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사토시의 집’을 관리하는 라이트닝 코알라(Lightning K0ala)라는 가명을 쓰는 개발자는 이 앱이 단순한 낙서 수준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믿는다. 오래된 아이디어이지만, 라이트닝의 떠오르는 이용 사례에 대해 라이트닝 코알라는 이렇게 말했다.

“언젠가는 스팸 방지 기능의 일환으로 소액 결제를 활용하는 방식의 가능성을 보여줄 것이다.”

그렇지만, 라이트닝 네트워크는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훨씬 더 원대한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

예를 들면, 인공지능 이미지 회사인 클라우드사이트(CloudSight)는 가장 의욕적으로 일찍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채택한 회사 중 하나인데, 이 회사의 CEO는 라이트닝 네트워크가 자율 기능을 가진 기계 간의 실시간 소액 결제를 가능하게 하리라고 믿고 있다.

기계 간에 왜 결제가 필요할까? 클라우드사이트의 창업자 CEO인 브래드 폴켄스에 따르면, 자율주행 차량이 연료 가격이나 교통 상황 등의 아주 작은 데이터를 제공하는 대가로 서로 결제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는 많은 이용 사례 중 하나일 뿐이다.

클라우드사이트는 지금 당장은 더 간단하고 재미있는 용도로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사용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자신들의 인공지능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사용하고자 하는 고객에게 라이트닝 결제를 허용하기 시작했다. 고객이 API에 이미지를 보내면, API는 인공 지능이 만든 캡션을 제공한다. 폴켄스는 이렇게 말했다.

“이 새로운 도구로 인해서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정보의 교환을 위한 진보된 형태의 가치 상호작용이 이제 가능하다.”

 

비트코인의 미래를 향해


모든 사람이 라이트닝의 장점에 열광하는 듯하지만, 그래도 구성 자체가 복잡하다는 것은 큰 결점이다.

클라우드사이트의 애플리케이션 측면에서 보면, 라이트닝을 통한 결제 방법은 꽤 복잡하고 길어서, 비트코인 노드가 100GB를 넘어야 하는 등 사용자에게 상당히 큰 저장 용량을 요구한다.

이런 요구 사항은 약간의 개인 정보와 신용카드 번호만 있으면 바로 결제를 시작할 수 있는 페이팔의 편리함과는 확연히 대조되는 부분이다.

이런 문제점과 네트워크가 실제 사용되면서 일어날지 모르는 다른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이 처음 발표된 후 그랬듯이 라이트닝도 기술이 성숙함에 따라 사용이 간편해지리라는 희망 섞인 전망도 있다.

언젠가는 사용자가 눈도 깜짝하지 않고 느낌표와 사진 캡션을 구매할 정도로 사용하기 쉬워질지 모른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많은 암호화폐 지지자들이 기대하는 비트코인의 미래상이다.

이런 맥락에서, 비트코인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크리스 스튜어트가 올린 최근의 트윗은 인상적이다.

라이트닝은 비트코인이 2013년에 광고된 모습에 딱 들어맞는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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