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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처한 암호화폐."

최근 몇 주간 타격을 입은 암호화폐 시장을 다룬 주요 언론 보도에 계속 등장한 표현이다. 그런데 5년 이상 암호화폐 시장을 봐온 사람들은 이렇게 반문한다.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있었는가?"

나는 이 위기가 자연스러운 상태라고 말하고 싶다. 세계 경제의 결을 바꿔놓겠다는 아이디어로 뭉친, 다원적이고 세계적이며 리더 없는 커뮤니티를 동반한 오픈소스 기술로서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 대대적인 실험의 결과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5천 년 역사를 가진 중앙화 기록 방식을 탈중앙화 모델로 교체하는 것에 대한 잠재성이 무르익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이로 인해 투기와 과대 선전이 난무하리라는 사실도 받아들여야 한다.

나아가 암호화폐 실험은 종종 두려움과 실망을 동반한다. 암호화폐 가격이 널을 뛰는 것도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업계에 들어온 지 5년이 넘은 암호화폐 '베테랑'들은 암호화폐 시장의 위기와 비트코인이 이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았던 역량을 보면 그 가치를 알 수 있다고 말한다.

비트코인의 회복력은 종종 벌꿀 오소리에 비유되곤 한다. (2011년 인터넷에서 'Honey badger don't care'라는 비디오가 유행했다). 하지만 나는 그보다 안드레아스 안토노폴로의 '하수구 속 쥐' 비유를 더 좋아한다. 비트코인이 지하에 사는 쥐의 손톱만큼 강하고 세상이 무엇을 던져주든 받아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경제는 갈수록 널리 퍼지며 분야마다 각기 다른 특징을 보인다. 이런 경제에는 상처를 자가 치유할 수 있고 위협에 굴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공개된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런 회복성을 만드는 가장 빠른 방법은 시스템을 위협에 노출해 시스템이 자기 교정을 통한 자가 대응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기업 IT 부서마다 설치한 방화벽의 보호를 받지 않는 비트코인이 바로 이 도전에 나섰다.

이쯤 되면 내가 암호화폐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 차, '위기' 상황 이후 암호화폐 가격이 회복돼 틀렸음이 증명된 암호화폐 비관론자들과 같은 운명을 맞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이번 달 CNBC에 출연해 비트코인 가격이 곧 0이 될 것이라고 말한 페이팔 전 CEO 빌 해리스도 여기에 포함된다.)

하지만 이 칼럼의 목적은 그것이 아니다.

역사는 반드시 되풀이되는 서사가 아니다. 비트코인이 2013년 말 당시 최고가이던 1,150달러를 갱신한 후 210달러로 떨어졌다가 다시 회복했다고 해서 현재 6,500달러의 가격이 지난해 말 기록한 역대 최고가인 19,783달러까지 다시금 오르는 건 시간문제라고 전망해서는 안 된다. 비트코인 가격은 얼마든지 지금보다 더 하락할 수 있다.

 

가격에 얽매이기보다는 제대로 된 교육을


이 위기의 순간에 암호화폐 커뮤니티가 가격 변동에 신경을 쓰는 대신 블록체인 기술의 잠재력을 논의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가격 폭등"이나 "벼락부자" 등에 대한 논의를 접어두고 P2P 거래, 스마트 계약,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의 잠재력에 대해 더 많은 논의를 하자는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암호화폐 기술이 현재보다 훨씬 더 원숙하게 발전했을 때 세상이 어떻게 바뀌었으면 좋겠는지 자문해볼 시간이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이 무엇을 이뤄내면 좋겠는지, 그리고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을 해야 한다. 2018년에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커뮤니티가 대표하는 것은 무엇인가?

암호화폐 개발자 가운데는 정체성에 대한 질문으로 괴로워하는 것 역시 가격에 목매는 것만큼 의미 없는 일이라고 일축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코드를 작성하는 것과 실제 위기상황에 노출돼 시험을 거친 가능성이라는 것이다.

버블이 지나간 후 투기꾼들과 과대 선전이 사라지고 나면 개발자들이 작업하기 좋은 시기가 온다. 세그윗(비트코인 거래에서 증인 서명 정보를 별도로 분리한다는 의미)과 라이트닝 네트워크가 비트코인 가격이 소강상태일 때 개발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더리움 토큰 표준 ERC-20도 이 시기에 생겨났고, 2016년과 2017년 암호화폐 공개(ICO) 붐으로 이어졌다.

이런 기술이 발전하는 데 기여한 다른 참여자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기존 기업들도 블록체인 기술의 개발과 발전에 상당히 이바지했지만, 암호화폐 세상에서는 종종 기업의 공로를 무시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블록체인 커뮤니티의 정체성은 이렇게 복잡하고 다면적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프라이빗 블록체인에서 배울 점


예전에 비트코인 시장이 마비됐을 때 비트코인 개발자들은 다양한 "위기" 상황(블록 크기 관련 토론)에서 솔루션을 확장했다. 그러는 동안 변호사, 은행원, 공급망 관리자, 규제 담당자 등 개발자가 아닌 이들이 블록체인 기술에 관심을 보였다.

이들 이익에 부합하는 다양한 허가형 블록체인 플랫폼들이 등장했다. 하이퍼레저 프로젝트에서 도입된 IBM의 패브릭(Fabric), R3 컨소시엄의 코다(Corda)가 바로 그것이다.

2018년 현재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손해를 떠안고 미래가 어떨지 궁금해하는 동안, 허가형 기업 솔루션들은 발전을 거듭하며 개념 증명을 거쳐 실제 기술 도입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세계은행은 호주 커먼웰스은행과 협업해 최초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채권을 곧 발행할 예정이고, 해운업계의 거인 머스크(Maersk)와 IBM이 개발한 블록체인 물류 플랫폼 트레이드렌즈(TradeLens)에는 벌써 94개 회사가 합류했다.

많은 암호화폐 개발자들은 비잔틴 장애 허용(byzantine fault tolerance)이나 신뢰 독립체(trusted entity) 같은 비트코인 이전의 합의 방식을 사용해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기업형 블록체인 솔루션이 검열에 취약하므로 블록체인 본연에 어긋나는 역행성 솔루션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허가형 블록체인이 결국 공개형 시스템보다 열등하다는 점이 밝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1990년대에 개인 기업들이 사적으로 통제된 환경에서 제공했던 "인트라넷"보다 오픈 인터넷의 혁신과 방대한 네트워크가 결국 우위를 점하게 된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해도 허가형 블록체인 솔루션에서 진행되는 작업의 가치는 눈여겨봐야 한다.

라이트닝과 샤딩 같은 확장 솔루션이 완전한 기능을 갖추고 작동할 때까지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퍼블릭 블록체인은 거버넌스와 연산 제약이 적은 허가형 블록체인에서 할 수 있는 정도의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 도입을 꿈도 꿀 수 없다. 그때까지는 실제 기업형 블록체인이 어떻게 접목되고 제기되는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지켜보며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아니 배워야 하는 부분이 아주 많다.

트레이드렌즈 프로젝트만 해도 배송사, 제조사, 관세사들이 스마트 계약을 도입해서 다양한 국가로 재화를 운송하면서 어떤 표준과 관행을 채택할 것인지를 합의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공통분모를 찾아서


"우리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다른 커뮤니티에서 서로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믿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다양하고 심지어는 정반대의 성격을 띤 커뮤니티들(퍼블릭 블록체인과 프라이빗 블록체인, 비트코인과 비트코인캐시, 과격주의자와 다른 사람들)에도 얼마든지 동의할 수 있는 공통의 비전이 존재한다. 이러한 공통의 정체성이야말로 커뮤니티 외부에서 흔히 정의하는 것(세상 물정 모르는 광신도적인 집단)보다 더 건설적으로 정의해야 한다.

(참고로 빌 해리스 전 페이팔 CEO는 "비트코인 광신도들은 비트코인이 빠르고 무료이며 확장 가능하고, 효율적이고 안전하고 세계적으로 용인될 뿐 아니라 유용한 것"이라고 주장한다며 이를 조롱 섞인 말투로 반박했다. 그의 모습은 기독교를 광신도로 치부했던 제정 로마 기득권의 모습과 비슷하다. 그리고 인터넷 덕분에 삶의 질이 크게 개선된 사람들은 왜 암호화폐 기술이 정체될 운명이라고 생각하는가? 확장성이 제한돼 있다고, 또 지금 현재 비트코인을 자유자재로 쓸 수 없다는 이유로 기술 자체를 무시하는 것은 1995년 28 bps 모뎀이 너무 느리다며 인터넷이라는 기술로 제대로 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건 허풍이라고 단정 짓는 것과 같다. 엔지니어들은 이미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책을 찾고 있다.)

어떻게 하면 사회가 블록체인 커뮤니티의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을까? 모두를 아우르는 핵심적인 공통점은 무엇일까?

나는 다양한 집단이 공유된 정보의 진실성에 대해 함께 평가하는 탈중앙화된 합의 매커니즘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고 인식해야만 사회가 신뢰에 대한 비용이라는 해묵은 문제를 더 효율적으로 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이 모델을 토대로 금융기관의 중개 없이 모든 가치를 교환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또 그렇게 함으로써 모든 이에게 더 나은 결과를 가져다주는 혁신을 이루고 시장을 개방할 수 있을 것이다.

블록체인은 복잡하고 다면적인 사회적 기술이다. 따라서 잠재성을 완전히 실현하는 데는 다양한 전문 지식이 요구된다. 물론 프로토콜 개발이 많이 필요하지만, 사용자 경험과 애플리케이션 디자인도 중요하다. 공학 영역 이외에도 법이나 제도 개혁과 거버넌스 솔루션, 표준 계약, 마케팅, 교육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따라서 2014년과 2015년의 가격 안정에서 배울 점이 있다. 당시 은행과 법조계는 2013년에 시장의 지나친 광풍을 목격한 뒤 암호화폐 투자에는 흥미를 잃었다. 하지만 그 기반인 블록체인 기술을 본격적으로 이해하려고 하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도전 과제와 기회에 대한 가치 있는 사회적 토론이 생겨났다.

비트라이센스(BitLicense) 같은 서투른 규제가 생겨나고 은행들이 “비트코인 없는 블록체인”을 개발하려는 어설프고 잘못된 시도를 하기는 했지만, 관련 논의가 주류에서 시작되자 코인센터(Coin Center)나 디지털 상공회의소(Chamber of Digital Commerce)같은 합리적인 기술 찬성론자들이 생겨나 정책 입안자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와 가치 있는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증권 규제당국이 토큰 시장을 어떻게 정의하고 관리할지를 놓고 머리를 싸매고 있는 동안 토큰얼라이언스(Token Alliance) 같은 광역 멤버십 산업 이니셔티브가 자가 규제를 위한 유용한 프레임워크를 만들어 내는 것을 보면서 나는 바로 여기서 더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거품이 가라앉고 시장 과열이 줄어들고 있는 지금이 바로 이러한 다양한 참여자를 끌어모을 수 있는 이상적인 시기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Michael J Casey Michael J. Casey is CoinDesk's chief content officer. Previously, Casey was the CEO of Streambed Media, a company he cofounded to develop provenance data for digital content. He was also a senior advisor at MIT Media Labs's Digital Currency Initiative and a senior lecturer at MIT Sloan School of Management. Prior to joining MIT, Casey spent 18 years at The Wall Street Journal, where his last position was as a senior columnist covering global economic affairs. Casey has authored five books, including "The Age of Cryptocurrency: How Bitcoin and Digital Money are Challenging the Global Economic Order" and "The Truth Machine: The Blockchain and the Future of Everything," both co-authored with Paul Vigna. Upon joining CoinDesk full time, Casey resigned from a variety of paid advisory positions. He maintains unpaid posts as an advisor to not-for-profit organizations, including MIT Media Lab's Digital Currency Initiative and The Deep Trust Alliance. He is a shareholder and non-executive chairman of Streambed Media. Casey owns a small amount of bitco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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