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블나는 책과 사람-#3(상)] 고란 “비트코인과 금 중에 선택을 한다면?”
기자와 금융전문가가 함께 쓴 <<넥스트 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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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태
고경태 2018년 9월4일 11:08
“표지 디자인이 좋네요.”
“디자인만 좋으면 안되는데.”

“최신 정보도 많아요. 가장 커렌트해요.”
“지은이가 기자이다 보니….”

“개론서보다는 역사책 같아요.”
“맞아요. 나중에 봐도 역사적 흐름을 알 수 있게 쓰고 싶었어요.”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암호화폐 가격이 폭등했다. 관련 보도도 폭증했다. 종합일간지들도 앞다퉈 지면에 기사를 쏟아냈다. 그 중 눈에 띄는 이름 하나가 있었다. <중앙일보>의 고란(39). 뭔가 고심해서 기획한 흔적이 보이는 종합일간지의 암호화폐 기사 크레딧엔 그 외자 이름이 박힐 때가 많았다. 발생 기사나 보도자료 갈무리를 넘어, 이쪽 분야의 이슈와 인물을 한 발짝 앞서 탐색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몇 개월 지난 뒤 소문이 돌았다. “고란 기자가 책을 쓴다더라.”
2018년 6월 22일 고란 이용재가 지은 <<넥스트 머니>>(다산북스)가 출간되었다. 한달만에 구해읽었다. 575쪽. 국내 저자가 쓴 블록체인 책 치고는 꽤 두꺼웠다. 사토시 나카모토의 비트코인에서 데이비스 손스테보의 아이오타까지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의 역사와 기술적 쟁점들을 친절하고 꼼꼼하게 풀어놓았다. 법무부가 으름장을 놓은 가운데 정부 부처가 우왕좌왕하던 국내 시장 소용돌이의 현장까지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신문 기사에 다 채울 수 없었던 고란 기자의 열정과 분투가 느껴졌다. 그녀는 어쩌다가 블록체인에 빠졌을까. ‘열블나는 책과 사람’ 에 모시지 않을 수 없었다.

 

고란 중앙일보 기자. 사진=고경태


 

#미친 가격이 ‘주력도서 후보’에 드리운 그림자


지난 8월13일, 인터뷰 장소인 합정역 인근의 카페에서 고란 기자와 마주앉았다. 책에 대한 인상비평 겸 칭찬부터 꺼냈다. 첫째, 표지 디자인의 단순미. 둘째, 내용의 최신성. 셋째, 개론서보다 역사책 느낌. 고란 기자는 세가지 코멘트에 간단하게 몇 마디 답하더니 바로 <<넥스트 머니>>의 탄생 과정을 속사포 같은 말투로 순식간에 설명했다. 20분 남짓 걸렸는데, 10가지로 정리하면 이렇다.
1. 2017년 2월 금융사 홍보팀장과 밥 먹는 자리 갔다가 어느 자산운용사 대리를 만났다. ‘당신은 무슨 투자하냐’고 습관처럼 물었는데, 비트코인을 말하더라. 그때 비트코인을 알았다.
2. 마침 젊은 기자들이 돌아가며 직접 투자해보고 그 결과를 쓰는 디지털 연재물이 있었다. 비트코인 투자를 직접 해보기로 했다. 1비트코인에 130만원할 때, 20만원 넣었다.
3. 어, 매일매일 장이 안 끝나네? 가격이 왜 이렇게 빨리 변하지? 이게 정상적인 시장 맞나? 그렇게 기사를 쓰면서 암호화폐에 관해 조금씩 알아갔다.
4. 경제부 기사는 정치나 사회 분야에 비해 디지털 열독률이 잘 안 나오기 마련인데, 암호화폐 기사는 완전 달랐다. 그러다보니 부장이 암호화폐 기사를 자꾸 주문하더라.
5. 2017년 6월, 첫 기사 영감을 준 자산운용사 대리가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다니는 전문가를 소개해줬다. 아는 형이라면서. 바로 이용재(35)씨다.(현재는 자발적 암호화폐 리서치 그룹 ‘마스터마인드’의 공동대표)
6. 이용재씨를 만났더니 그렇게 신나 하더라. 그동안 대화할 상대가 없었는데 내가 마구 물어보니까. 금융의 역사적 맥락에서 암호화폐를 이야기해주는데 무척 흥미로웠다.
7. 내 기사에 등장했던 ‘한 관계자’는 대부분 이용재씨였다. 관련 기사를 자주 쓰다보니 ‘책 한번 내보라’는 권유를 듣게 됐다. 서점 검색을 해보니 읽을 만한 책이 별로 없더라.
8. 이용재씨한테 책 쓰자고 꼬드겼다. 본인의 커리어를 위해서도 필요하지 않냐며. 함께 책 줄기를 잡아 출판사를 물색했고, 2017년 9월 다산북스랑 출판계약을 맺었다.
9. 계약 뒤 꿈에 부풀었다. 출판사 사장이 주력도서로 밀어주겠다고 했다. 주말이면 4살, 2살 딸을 남편에게 맡기고 글을 썼다. 기술 부분은 이용재씨가 초안을 쓰면 내가 쉽게 고쳤다.
10. 12월부터 관련 책들 쏟아지고, 암호화폐 시장은 미쳐 돌아갔다. 올해 5월에 출판사에서 조심스레 책 내지 말자고 했다. 마케팅 안 해도 좋으니 일단 책은 내자고 설득했다.

고란 기자의 첫 직장은 외환은행이다. 언론사 입사를 꿈꿨지만 여의치 않자 2001년 12월 은행에 들어갔다. 강원도 양양 시골에서 농사 짓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대학 졸업 직후 백수로 지내는 걸 스스로 용납할 수 없었다. 은행을 다니며 언론사 시험을 준비하려고 했다. 강남 테헤란로 2호선 전철역 근처에 위치한 지점의 소매금융부에서 일했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 특히 신용불량자들을 상대하는 일은 심신을 지치게 했다. 매일 밤 9시 넘어 귀가하자마자 곯아떨어졌다. 용기를 내 5개월만에 은행을 그만뒀다. 언론사 시험을 다시 준비했다. 2003년 2월 <중앙일보>에 입사했다. 사회부, 편집부를 거쳐 2005년부터 <중앙일보>와 <중앙선데이>를 돌아가며 경제부서에서 일했다. 올해 7월1일부터는 <중앙선데이> 경제부문 소속이다.



# 해시드 김서준 대표 강연에 ‘돈오’


 

암호화폐 기사를 주로 쓰는 기자 입장에서, <중앙일보>는 어땠나요?
“도와주지도 않고 간섭하지도 않았어요. 저는 주로 온라인 기반으로 기사를 써요.(암호화폐 연재물 ‘고란의 어쩌다 투자’도 온라인물이다) 데스크를 아예 안 볼 때도 많죠. ‘니가 알아서 하라’는 식. 그중 이야기된다 싶으면 종이신문에도 쓰는 거죠. 또 주로 거래소가 문제되거나 가격 폭등할 때 지면에 기사를 내요. 지면 기사는 데스크를 세게 봐요. 제목도 좀 안 좋은 쪽으로 달릴 때가 많고. 신문 매체 특성상 그럴 수밖에 없다는 점 이해해요. 그래서 놀랐던 것 중 하나가 한겨레에서 코인데스크코리아를 만들었다는.(웃음)”

 

블록체인의 탈중앙화 정신은 한겨레 정신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요.
“제가 책에서 ‘뜬금없는 선한 의지’라는 표현을 썼는데, 서울대 블록체인연구회 디사이퍼를 비롯해 순수한 친구들이 너무 좋아요. 서양에서 IT 하는 친구들 보면 자본주의 꼰대들이 이해할 수 없는 목적의식 가진 경우가 많아요. 꿈이 뭐냐고 하면 우주평화라고 답하는데, 이런 게 말이 되는. 하고 싶은 게 뭐냐고 물으면 ‘전 세계 소외계층에 금융혜택을 주고 싶다’고 하면서 그런 꿈에 정말 진지하게 접근하는 거예요. 암호화폐의 정신은 해시드(블록체인 엑셀러레이터 기업)의 김서준 대표 강연에서…”

 

책 말미에 김서준 대표 강연에서 ‘돈오’(문득 깨달음)를 느꼈다고 썼어요.
“어떤 컨퍼런스였는데 ‘블록체인 기술은 주식회사 모델을 뛰어넘어, 협동조합의 현대적 모델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다’라는 말이었죠. 20세기 초 협동조합과 주식회사가 경쟁하다가 협동조합이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주식회사의 효율성에 밀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잖아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기술이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으로서 21세기 이후에 협동조합 모델을 가능하게 해 줄 수 있지 않겠냐는 말이 와닿은 거예요.”

 

 <코인데스크코리아>의 법인 이름이 21세기를 넘어 ‘22세기미디어’입니다.(웃음)
“아, 정말이에요? 안타까운 부분 중 하나가 한국에서 암호화폐에 관심 가진다고 하면 투기꾼 취급받는 거죠. 그런 인식 개선에 기여하고 싶어 책을 냈고요. 제가 미디어를 통해 암호화폐 용어를 처음 각인시킨 점은 자부해요. 2017년 9월에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 만나고 나서 가상화폐라는 말은 문제 있다고 생각하고 개인적으로 선언을 했어요. 난 암호화폐라고 쓸 거야!”

 

‘암호화폐를 암호화폐라 부르면서 글을 시작하겠다’는 책 서문의 마지막 문장이 인상적이었어요. <코인데스크코리아>도 선언까지는 안 했지만, 창간 직후부터 ‘암호화폐’를 공식용어로 씁니다. 가상(Virtual)은 포괄적인 개념이잖아요.
“가상은 ‘허상’이라는 느낌이 있어서 안 좋게 보는 거죠. 물론 정부에서 가상통화라고 부르는 건 일면 이해해요. 통제를 하고 싶은 정부 스탠스가 있으니까. 근데 언제까지 그럴 거냐고요.”

 

#이더리움에서 비트코인 근본주의자로


고란 기자는 이미 책을 두 권 냈다. <<여자 재테크, 쇼핑하듯 즐겨라>>(새로운 제안, 2008)와 <<굿바이, 빚>>(원앤원북스, 2009). 앞의 책은 여자들에게 단순 저축 대신 투자를 장려한다. 월급의 2/3를 보장성보험과 연금, 펀드에 투자하라는 식이다. “여자들이여, 1억원은 만들어라. 그래야 자신의 몸값을 높이기 위한 재투자가 가능하다”고 목청을 높인다. 뒤의 책은 “투자보다 빚부터 해결하라”고 말한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 본인이 혹시 투자의 탐욕을 부추기지 않았는지 돌아보며, 보수적인 자산운용을 권하는 책이다. 근 10년 뒤 세번째 책 <<넥스트 머니>>에서는 독자들에게 암호화폐를 말한다.

 



 

 

 

 

 

 

 

 



 

 

 

 

 

 

 

 

 

 

 

본인은 투자 하시나요?
“올해 1월 초에 부장이 와서 ‘고란 너 수십억 벌었냐?’고 묻는 거예요. 어이없어 했더니 ‘네가 투자하면서 기사 쓰는 것에 대해 씹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면서 가지고 있는 암호화폐를 팔라더군요. 그런 소문 자체가 기분 나빠서 처음에는 ‘안 판다’고 했다가 구설수에 오르내리기 싫어 보유하던 암호화폐(이더리움ㆍ비트코인)를 1월 말쯤 팔았어요. 아쉬웠죠. 사람 마음이 고점에 팔고 싶잖아요. 시장이 갈 거라 믿는데 팔라니. 수익률만 따지면 엄청납니다. 워낙 초기에 투자했으니. 다만 투자금이 적다는 건 함정(웃음). 초이노믹스(최경환 전 부총리) 말 듣고 집 사느라(웃음) 진 빚 갚느라 여력이 없는데, 여윳돈 생기면 투자하고 싶어요. 다만, 적립식으로요. 적립식의 전제는 내리고 오를 지라도 길게 보면 시장이 갈 거라는 믿음에서 가능한 투자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이 물어보면 ‘투자할 거면 비트코인을 적립식으로 하라’고 하죠. 월급 타면 몇 십 만원 넣는 식으로.”

책을 보면 ‘암호화폐 안 사면 후회할 거야’라는 뉘앙스가 있어요.
“있죠.”

예를 들면 이런 내용입니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는 경제학의 기본개념만 떠올려도, 비트코인의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오를 수밖에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법정화폐를 모으는 것보다 비트코인을 모으는 것, 둘 중 어느 쪽이 더 나은 재테크 방법일까.’(153쪽)
“실체도 없는 법정화폐가 지배하는 시스템에서 현금만 들고 있는 행위는, 방탄모도 착용하지 않은 채 빗발치는 총알을 뚫고 적진으로 돌진하는 것과 같다.”(20쪽)
“굳이 표현하자면 러시아 혁명가 레닌이 말한 ‘반대 막대 구부리기’예요. 너무 법정화폐에 대한 믿음이 강하기 때문에 정반대로 구부려 얘기해서 꺾어버리겠다는 거거든요. 저는 원래 이더리움의 열렬한 지지자였어요. 비탈릭 부테린을 만났을 때 ‘기술적 측면에서 비트코인보다 이더리움이 훨씬 앞섰다, 비트코인은 처음에 나왔다 뿐이지 별 거 없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공부하다 보니 오히려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근본주의자)로 사상이 옮겨가는 경지가 됐어요.”

왜요?
“이더리움이나 3세대, 4세대 표방하는 암호화폐들이 대부분 기술적 비전을 갖고 있지만, 그 비전이 실현된 적 없어요. 나아갈 길이 굉장히 멀죠. 하지만 비트코인이 암호화폐 생태계에서 기축통화로서 차지하는 위치는 이미 확실해졌다고 봐요. 비트코인은 새로운 시대의 디지털 금이라고 생각해요. 금은 인류 5000년 역사를 거쳐 최고의 가치저장 수단으로 스스로를 증명했죠. 특히 사회 혼란기에는 말이죠. 마르크화가 불쏘시개 만큼의 가치도 못 받는 하이퍼인플레이션 상황에서도 금은 그 가치를 유지했어요. 아, 우리 IMF 때 금 모으기를 떠올리면 어떨까요. 국민들 돌반지 팔아서 달러 사들여 위기 극복한 거죠. 하지만 금은 어쨌든 아날로그 시대까지 가능했던 가치저장수단이에요. 보관과 운반이라는 현실적인 단점에도 금을 선호한 건 금을 대체할 만한 그 무엇이 없었기 때문이죠. 이제는 소위 4차 산업혁명 시대죠. 전 블록체인, 혹은 암호화폐는 일종의 플랫폼 혁명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달라진 세상에서 금의 현실적인 한계마저 극복한 가치저장수단이 바로 비트코인인 거죠. 특정 암호화폐는 사라질 거에요. 일부는 99%는 망한다고도 하죠. 하지만 암호화폐 시장은 더 커질 겁니다. 그렇다면, 달러처럼 기축통화 역할을 하는데다 발행량까지 제한된 비트코인은 그 가치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봐요.”


# 비트코인 적립식 투자를 권하는 이유


 

리스크가 있잖아요.
“당연하죠.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가치라는 게 커뮤니티의 합의에 의해서 생기는 거잖아요. 하루 아침에 전 세계 모든 인구가 비트코인은 디지털 코드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면 가치가 제로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단계는 이미 탄생 10년을 거치면서 넘어섰다고 봐요. 만약 각국 정부들이 전지구적 차원에서 비트코인의 소유 및 거래를 불법으로 한다 해도 가치는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되레 블랙마켓에서는 최고의 거래수단이 되겠죠. 다만, 왜 적립식으로 사라고 하느냐면 아직까지 커뮤니티의 합의가 완전하지는 않기 때문이죠. 일부는 그 가치를 인정하지만 일부는 인정하지 않는. 그리고, 적정 가격에 대한 인식도 없고요. 뭐가 싼 건지, 비싼 건지에 대한 감각이 없죠. 또한 저는 암호화폐를 통한 플랫폼 혁명이 일어날 거라고 보지만, 그 시기가 언제가 될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죠. 생각보다 빠를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요. 세상의 환희에 휩쓸려 무턱대고 샀다가 인고의 세월을 수년, 수십 년 감내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휩쓸려 사면 아마 그 인고의 세월을 감내하지 못하고 팔아버릴 게 뻔하고요. 현실적으로 당장 돈이 필요한 일도 살다 보면 많잖아요. 집을 산다든가 차를 산다든가. 한 방에 목돈을 넣었는데, 그게 하필 단기 고점이면 정신적, 물질적 타격이 크죠. 그렇지만 제 기준에선 장기 상승을 믿기에 비트코인 적립식 투자를 권하는 겁니다.”

<하편에 계속>

 

  • 열불납니다. 아니 열블납니다. 불 말고 ‘블’입니다. ‘열심히 블록체인 블라블라’의 준말이라고 해둡시다. 블록체인의 어제와 오늘과 내일에 관해 뜨겁게, 또는 냉철하게 기록하고 조망한 책들을 찾아 여행을 떠납니다. 책의 주인공도 만납니다. 이름하여, 열블나는 책과 사람! 책과 저자를 추천해주실 분은 k22@coindeskkorea.com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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