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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OS 블록체인에는 아무도 손댈 수 없는 토큰이 든 계좌(eosio.saving)가 있다. 처음에는 3,500만 달러어치였던 계좌 속 토큰의 가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최근 EOS의 시장 가격이 토큰 하나에 4.79 달러임을 고려하면 EOS가 출범한 지 12개월 만에 잔고의 가치는 1억 9,200만 달러가 된 셈이다.

이 돈은 원칙적으로 EOS 커뮤니티에 보탬이 되는 사업에 쓸 돈이다. 새로운 기술 기능을 개발하거나 보안 감사를 시행하거나, 혹은 회의를 개최하거나 변호사와 로비스트를 고용하는 등의 활동에 자금을 댄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실제로 자금을 지급하려 해도 그 경로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 6월 메인넷 출범 당시 EOS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완전하지 않았다. 네트워크의 “헌법”과 백서에 명시된 기능이 아직 다 개발되지 않은 상태였다. 백서는 EOS 프로토콜의 핵심으로 “지배구조와 의사결정 절차가 명확히 정의돼 있다”는 점을 꼽는다. 다른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즉석에서 비공식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탓에 발생한 예상치 못한 결과”로 애를 먹지만, EOS는 다르다는 주장이었다.

EOS 토큰을 보유한 이들이 보유량에 비례해 토큰을 걸고 투표에 참여해 대표노드(BP)를 뽑는 것이 잘 알려진 대로 EOS 의사결정 절차다. 그런데 이러한 투표 절차가 공고히 자리를 잡지 못했고, EOS의 지배구조는 출범 이래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그래서 EOS 계좌의 돈이 궁극적으로 어디에 쓰일지에 관한 질문은 결국, 투표 시스템을 어떻게 확정할 것인지에 관한 질문이기도 하다.

백서에는 투표에 대한 언급이 없지만, EOS 헌법에 따르면 eosio.savings 계좌의 자금을 사용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등 명시적으로 전체 네트워크에 영향을 주는 결정을 내릴 때는 정해진 절차를 밟아야 한다. 또 순환 논리의 오류같이 들리지만, 아직 조건부인 헌법 자체를 비준하는 데도 투표가 필요하다.

대표노드 후보인 EOS 네이션의 공동 창립자이자 COO 다니엘 키즈는 EOS가 더 발전하려면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고 말했다.

출범 당시 개발된 투표 시스템이 없었다. 커뮤니티는 우선 힘을 모아 투표 시스템부터 개발해야 한다.

키즈는 투표 시스템을 개발하고자 협력하는 여러 대표노드 후보들로 구성된 팀의 프로젝트 매니저로도 활동하고 있다.

동시에 EOS 핵심 작업자 제안 시스템(WPS, worker proposal system)을 개발하는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이 시스템은 모든 토큰 보유자들이 투표에 참여하여 eosio.saving 계좌의 토큰을 사용해 자금을 댈지를 결정하는 시스템이다. 개발에 나선 이들은 워킹그룹을 만들었고, 이미 필요한 코드를 다 짰다. 이 투표는 EOS의 대표노드 선거와 마찬가지로 토큰 보유량에 비례해 1원 1표 방식으로 진행돼야 하므로, 워킹그룹은 EOS의 전체 투표 시스템이 정착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2억 달러, 써야 할까?


그러나 EOS 커뮤니티가 이 자금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는 중이라서 작업자 제안 시스템의 정착과 도입 여부는 더욱 중요하다. 워킹그룹 회원들을 포함해 커뮤니티에 이로운 쪽으로 자금을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없지 않지만, 작업자 제안 시스템 자체를 백지화하고 eosio.savings 계좌도 없애는 게 낫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심지어 현재 계좌에 든 모든 토큰을 써버리거나 파괴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 걸음 물러나서 생각해 보면, 현재 저축계좌에 있는 돈은 “인플레이션”으로 증식하고 있다. 이 인플레이션이란 전체 EOS 토큰 공급에서 예측 가능한 증가분을 뜻한다.

매년 공급은 5%씩 늘어나고, 증가분의 80%가 자동으로 이 계좌에 입금된다. 이는 출범 당시 EOS 프로토콜에 포함된 코드에 정해진 기준이다.

워킹그룹은 최근 블로그 포스트에서 100만 EOS 토큰(약 480만 달러)을 eosio.saving 계좌에서 출금해 (토큰 보유자 간에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EOS 중재 포럼, 보안 테스트, 작업자 제안 시스템을 위한 온라인 포털 등 몇몇 우선 과제에 자금을 대는 데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또 “긴급 위원회”를 설립하여 프로젝트 제안을 평가하기로 했다. “긴급” 상황이 해결되고 나면 위원회는 해체된다. 위원회가 승인한 제안들은 토큰 보유자들이 참여하는 투표에 부쳐진다 (이는 EOS 대표노드를 뽑는 상시 투표와 비슷하지만, 투표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토큰 보유량 기준이 낮다는 점이 다르다).

대표노드 후보 EOSYS의 커뮤니티 창시자이자 워킹그룹의 회원인 오키드 킴은 투표 메커니즘을 만들고 자금을 미래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데 쓰는 것이 “EOS가 기대를 충족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블록원(Block.one) 재단이나 대표노드 또는 자유 지원제에 언제까지나 의존할 수는 없다.”

블록원은 댄 래리머가 이끄는 재단으로 EOS 프로토콜의 코드를 개발했고 ICO로 40억 달러를 끌어모았지만, 네트워크 출범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킴은 이래저래 손보고 합의해 나가야 할 부분이 많다는 점을 인정한다.

탈중앙화된 프로세스를 독자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은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다. 개발하고 수정할 것이 매우 많다.

 

2억 달러, 태워버려야 하나?


그러나 킴과 생각이 정반대인 커뮤니티 회원들도 많다. 이들은 EOS가 작업자 제안 시스템에 돈을 대는 것처럼 되어버렸기 때문에 토큰 인플레이션을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블록원의 CEO인 브렌단 블러머가 7월 말에 이러한 주장에 동의하여 이목을 끌었다.

블러머는 한 트위터 사용자가 “복리의 마법이 있더라도 거래를 검증하는 대표노드들이 그 대가로 받는 보상인 1%가 충분하지 않다.”라고 한 주장에 동의했다. 이어 해당 트위터 사용자는 아주 많은 토큰을 보유하고 있는 대표노드를 뜻하는 “고래”들이 작업자 제안 시스템이 받는 돈을 자신들이 지원받도록 해 결과적으로 보상을 새로 생성되는 블록의 4%로 늘리려 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 레딧 사용자는 “우리는 이미 투표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목격했다.”라며, 고래들이 특정 대표노드에 표를 몰아주고 그 대가로 수익을 나누어 갖는다는 이야기를 언급했다.

일반 투표 시스템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대표노드를 선출하는 투표 방식은 이미 정해져 있다. 이 시스템은 1원 1표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EOS 커뮤니티 안팎의 사람들이 토큰을 많이 들고 있는 계좌들이 투표 결과를 좌우한다고 믿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WPS를 완전히 없애는 것이 최선”이라는 주장이 지지를 받는 것도 결국 그러한 이유에서다.

킴은 워킹그룹이 “커뮤니티 내에서 제기되는 두려움을 잘 알고 있다”며, 지속해서 eosio.saving 계좌에 있는 토큰 절반을 태우는 방안을 포함해 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가지 견제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곧 견제 장치가 도입될 전망인데, 키즈는 제안을 투표에 부치는 데 필요한 시제품을 테스트하고 투표도 직접 해보는 시험이 이르면 이달 초에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시험 결과에 따라 완전한 도입 여부와 시점이 결정된다.

WPS에 대한 논쟁과 비슷하게 아직 커뮤니티 전체 투표를 통해 비준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까지 “임시” 상태인 EOS 헌법을 둘러싼 지속적인 토론이 남아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현재 EOS에서 쓸 수 있는 투표 메커니즘은 규정된 것이 없다). 키즈는 EOS의 남은 질문들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투표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현재 EOS가 쓸 수 있는 기금이라는 작업자 제안 펀드에 매일 100만 달러가 쌓이고 있는데도 이를 쓸 도리가 없다. 자금 사용법을 규정해야 할 헌법은 임시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고, 하루빨리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우리는 최대한 빨리 시장에 무언가를 내놓아야 한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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