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만리장성. 사진=gettyimages

 

올해 초 필자는 기업들이 퍼블릭 블록체인의 장점을 깨닫게 될 것이라는 칼럼을 쓴 바 있다. 프라이빗 블록체인 세계에서 기업과 규제 기관, 중앙은행은 책임 있는 중앙화된 기관이 개입한다는 점에 안도감을 느낀다. 그렇지만 프라이빗 네트워크에서는 퍼블릭 네트워크를 사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혁신이나 네트워크 효과는 절대 기대할 수 없다.

만일 기업이 프라이빗 네트워크를 고집한다면 소프트웨어 회사와 운영 조직이라는 중개인을 금융 기관이라는 또 다른 중개인으로 대체할 뿐이다. 그러나 이 두 기능을 합쳐서 탈중앙화한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구현하는 것이 가능하며, 또한 그렇게 해야만 한다.

퍼블릭 네트워크의 원래 취지를 달성하려면 두 가지 중요한 전제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첫째, 규제기관이 퍼블릭 네트워크에 존재하는 토큰, 자산, 그리고 스마트 계약을 평가하는 명확한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 기업이 이런 규정을 퍼블릭 네트워크의 탈중앙화한 환경에서 실행해야 한다.

첫 번째 전제 조건과 관련해서는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 그리고 세계 각국이 네트워크상에서 무엇이 자산이고 화폐인지 혹은 유가 증권인지 정의하고 있다. 모든 규제기관이 같은 결론을 내리리라고 기대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의견이 수렴되는 듯하다. 예를 들면 암호화폐는 화폐나 자산으로 간주하는 반면, 유틸리티 결제용 코인은 증권으로 분류하고 있다.

앞으로가 특히 중요하겠지만,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는 토큰화한 명목 화폐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의 문제다. 만일 당신이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소유한 1달러 토큰에 대해 예탁 계좌에 입금된 미화 1달러가 지급 보장된다면 이 토큰은 증권인가 화폐인가? 그리고 여기에는 어떤 규정이 적용되어야 하나? 아직은 어떤 규제기관도 이 새로운 종류의 블록체인 토큰에 관한 규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두 번째 전제 조건은 규정이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든 간에 토큰과 스마트 계약에서 구현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전반적인 블록체인은 탈중앙화하더라도 중앙은행이 블록체인상에서 화폐를 발행하고 취소할 수 있어야 하며, 기업은 토큰으로 전환된 자산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자산의 변신? 


토큰화한 자산 관리의 중요성을 예를 들어 설명하기 위해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기업과 기업 사이에 어떻게 비즈니스가 이루어지느냐는 질문, 즉 상품 혹은 자산 토큰을 화폐 토큰과 교환하는 방법으로 돌아가 보자. 기업이 재고와 자산을 토큰화해서 계약이나 금융서비스에 사용하기 시작하면 전통적인 금융 기관이라는 중개인은 필요 없게 된다. 결과적으로 기업이 중개인의 감독 책임을 맡게 되는 것이다.

가치를 지닌 토큰은 화폐와 마찬가지로 손쉽게 이동할 수 있다. 여기서 소비재 제품 회사는 이전에는 전혀 생각조차 할 필요가 없던 상황에 놓인다. 예를 들어 포장된 세제를 토큰화하면, 이 토큰은 실효 환율을 적용해서 실제 화폐나 다른 상품으로 교환할 수 있기 때문에 합법적 혹은 비합법적인 모든 형태의 거래에서 완벽한 결제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소비재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도 고객파악(know-your-customer, KYC)과 자금세탁방지(anti-money-laundering, AML) 규정을 준수해야 하는 책임이 생긴다.

이런 책임 때문에 기업이 퍼블릭 네트워크를 사용하지 않는 걸까? 그렇지는 않다.

스마트 계약과 블록체인 토큰의 큰 장점 중 하나는 토큰의 유통과 관리, 사용을 프로그램으로 제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감사, 고객파악, 자금세탁방지 규정이 스마트 계약과 토큰에 내장될 수 있고, 실제로 그런 방향으로 기술이 발전할 전망이다. 토큰 교환 통제 및 기타 확인 기능과 연동해서 블록체인을 중앙화하지 않고도 퍼블릭 네트워크에서 토큰이 언제, 어떻게 사용되는지 제어할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도난과 분실에 대비해서 토큰을 취소하고 재발행하는 기능도 여기에 포함될 예정이다.

규제의 통제에서 완전히 벗어난 퍼블릭 블록체인이 사라진다면 분명 많은 이들에게 실망을 안겨줄 것이다. 블록체인의 원래 취지를 완성하려면 불가피한 일이지만,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가 매우 중요하다.

만일 규제에 맞추기 위해 다시 중앙화 모델을 택한다면 혁신은 크게 훼손되고 인터넷을 다시 탈중화하겠다는 꿈은 사라지게 된다. 필자가 이전에 집필한 블록체인 관련 논문의 제목을 “기기 민주주의(Device democracy)”라고 정한 이유가 있다. 필자의 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선택지도 있다. 바로 탈중앙화한 골격 안에서 규제를 준수하는 방법이다. 자발적 합의에 기초한 선택적 참여 모델이란 기업이 블록체인을 사용하되, 과도하게 위험을 떠맡지 않는 형태를 뜻한다. 그러나 개인과 스타트업은 누구에게도 허락을 구하지 않고 급진적인 실험을 이어나갈 수 있다.

 


이 글을 쓴 폴 브로디(Paul Brody)는 컨설팅 기업 언스트앤영(EY)의 글로벌 혁신 블록체인 부문 파트장이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제보,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
저작권자 © 코인데스크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