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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는 아직 테러 집단이 자금을 모으는 데 유용한 수단이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고 지난주 워싱턴 D.C.의 한 싱크탱크가 새로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그러면서 각종 테러 집단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자금 확보를 시도했지만, 매번 실패하거나 아주 제한적인 성공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이번 보고서는 ‘불법 자금조달 방지를 위한 민주주의 보호센터 재단’이 작성한 것으로 미국 하원 금융위원회의 주재로 열린 테러 자금 조달 청문회에 제출되었다. 이후 재단의 야야 파누시 이사장은 하원 금융위원회 웹사이트에 해당 보고서를 게재했다.

보고서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은 기본적으로 불법이 아니며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는 전제와 함께 암호화폐를 이용해 자금 유치 활동을 벌인 일부 테러집단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여기에는 다수의 친 ISIS 웹사이트, 가자지구 내 지하드 단체,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 알카에다(Al-Qaeda) 연계 조직으로 추정되는 테러집단, 극단주의 무장단체 ISIS의 조직원 양성단체 등이 포함된다. 보고서는 또 지난 2015년, 자신이 ISIS 세력을 지원했던 인물이라고 소개하며 블로그를 통해 ISIS가 비트코인을 이용해 어떻게 테러 자금을 모으는지 설명했던 알리 슈크리의 사례도 인용했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술은 아직 전쟁 지역에서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데는 적합하지 않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일반 대중이나 전 세계 지하드 세력이나 디지털 통화를 사용해 자금을 운용하는 것은 여전히 대안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다행인 것은 대부분 테러집단, 특히 지하드 전사로 활동하고 있는 테러집단은 암호화폐 사용이 용이한 환경에 거주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하며, “그렇긴 한지만 암호화폐 거래의 대중적 속성을 포함해 각종 장애물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경계했다.

 

구체적으로 인용된 사례

재단은 또한 지난 2017년 발표된 테러 자금 유치 캠페인 보고서도 인용했다. 해당 캠페인은 가자지구 내 이슬람 무장단체 무자헤딘의 ‘무자헤딘 최고회의(Mujahideen Shura Coucil, MSC)’ 소속 지하드 전사들이 주도했다. 캠페인 이름은 자헤조나(‘준비하다’는 뜻의 아랍어)로 전사 한 명당 2,500달러를 모금할 계획을 세웠지만, 최종 모금액은 500달러 남짓에 그쳤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것은 재단 측에서 해당 기금이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암호화폐 거래소 BTC-e를 통해 예치되었다고 주장한 점이다.

이 외에도 프로젝트 알사다카(아랍어로 ‘자선 기부’라는 뜻)도 비트코인을 통한 자금 유치를 시도했으며, 마련된 자금은 모두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테러리스트 지원금으로 사용됐다. 알사다카는 알카에다와 관련된 프로젝트로 알카에다의 선전·선동 영상과 문구를 직접 홍보하기도 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그러나 알사다카가 확보한 비트코인 총액은 우리 돈으로 약 80만 원에 불과했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테러리스트가 설립한 말하마 택티컬(Malhama Tactical)이 유치한 자금 규모도 약 10만 원으로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말하마 택티컬의 설립자는 지난 2013년 시리아 반군으로 합류하기 전 러시아군에서 복무한 바 있다.

테러집단의 암호화폐 프로젝트 성공을 저해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는 이들의 모든 거래 활동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미국 규제 당국의 노력을 꼽을 수 있다. 보고서는 미국 규제 기관이 “암호화폐 거래 내역을 분석하는 역량도 탁월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암호화폐가 가까운 시일 내에 테러집단의 전통적인 자금 확보 방식을 대체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테러집단이 실생활의 각종 재화나 서비스에 점차 익숙해지면 암호화폐 역시 활발하게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인질이나 해킹을 빌미로 돈을 요구하는 테러에 대응하는) 기관들은 블록체인 분석을 전문적으로 하는 인력을 확보하는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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