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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이 암호화폐를 미국 달러화와 함께 보조 법정 통화로 도입하려는 마셜제도 공화국(Republic of the Marshall Islands)의 계획에 우려를 표명하며 계획을 철회할 것을 권고했다.

남태평양 폴리네시아 지역의 섬나라 마셜제도는 지난 2월 '자주적인'이라는 뜻이 있는 소버린(Sovereign)이라는 이름의 암호화폐를 법정 통화로 도입하는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 침체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전 세계 금융 시장에서 점점 배제되고 고립되는 국가 경제를 살리는 방편으로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에 눈을 돌린 것이다.

하지만 IMF는 마셜제도 관리들과 면담을 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듣고 분석한 뒤 지난 10일 펴낸 보고서를 통해 암호화폐를 법정 통화로 도입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IMF는 먼저 현재 마셜제도 국가 경제가 기후변화와 자연재해로 인해 외부의 원조에 크게 기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재 마셜제도 국내 은행 가운데 미국과 외국환 거래은행 서비스(correspondent banking relationship)를 하는 곳도 단 한 곳뿐이며 이마저도 미국 금융 당국이 각 기관에 요구하는 조건이 까다로워지면서 해제될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런데 암호화폐를 법정 통화로 도입하면 미국 은행들은 마셜제도가 아주 엄격한 자금세탁 방지 규제를 시행하지 않는 한 마셜제도 금융 기관과의 관계를 끊을 수밖에 없게 돼 결국 마셜제도는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더욱 소외된다는 것이다.

위험을 제어하고 예방할 방법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블록체인 기반 분산화 디지털 통화를 보조 법정 통화로 발행하는 것은 거시경제와 금융 건전성 측면에서 위험을 가중하는 것뿐 아니라 그나마 하나 남은 미국 달러화 외국환 거래은행과의 관계마저 잃게 될 수 있는 선택이다. 마셜제도가 그럼에도 소버린 도입을 강행한다면 외부 원조를 비롯한 송금이 차질을 빚게 돼 경기 침체를 불러올 수도 있다.

이번 보고서는 마셜제도의 사회적 통화 시스템에 관한 사례만을 다룬 것이긴 하지만, 암호화폐가 기존의 금융 체제 안에서 과연 법정 통화로 인정받아야 하는지에 관한 IMF의 견해를 엿볼 수 있는 보고서로 해석할 수도 있다.

보고서는 또 지난 5월 IMF 통화자본시장국의 동헤(Dong He) 부국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암호화폐와 암호 자산 때문에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화폐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수도 있다고 경고한 점도 언급했다. 보고서가 제안한 해법은 각국 중앙은행이 좀 더 적극적으로 암호화폐의 장점을 받아들여 장차 암호화폐와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IMF의 크리스틴 라가르드(Christine Lagarde) 총재는 이런 전략을 이열치열(fight fire with fire)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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