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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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와 블록체인 분야의 보안 전문회사 비트고(BitGo)가 미국에서 디지털 자산을 보관, 관리할 수 있는 수탁 기관으로 승인을 받았다.

올 한 해 규제 당국으로부터 수탁 업무를 맡을 수 있는 자격을 얻고자 분주히 노력해온 비트고는 지난 13일 자회사 비트고 신탁(Bitgo Trust)이 마침내 미국 사우스다코다주 금융 당국으로부터 수탁 기관으로 정식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비트고 신탁의 법률·규제 부문 샤흘라 알리 이사는 수탁 기관으로 승인을 받음으로써 이제 비트고가 여러 기관을 포함한 고객들의 디지털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 관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알리는 코인데스크에 오직 암호자산 수탁 업무를 맡으려고 처음부터 조직을 만들어 규제 당국의 승인까지 받아낸 건 비트고 신탁의 사례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현재 비트고의 소프트웨어만 다운로드받으면 수시로 입, 출금이 가능한 온라인 지갑(hot wallet)을 바로 사용해 거기에 암호화폐를 보관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더욱 안전하게 자산을 보관할 수 있는 콜드 스토리지 형태의 오프라인 지갑(cold wallet)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알리 이사는 비트고 신탁이 맡게 된 수탁 업무가 기존 신탁 회사의 업무와 조금 다르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신탁 회사가 되면 자금세탁방지 및 고객파악제도 등 규제 요건을 충족한 뒤에 규제 당국의 감독하에 수탁 업무를 맡을 수 있다. 그런데 비트고 신탁 기관 투자자나 거래소 등 회사의 자산을 보관하는 업무를 하기 때문에 이미 자금세탁방지 및 고객파악제도 요건을 충족했다는 점이 다르다.

알리 이사는 또 비트고 신탁이 사우스다코다주에서만 승인을 받았지만, 미국에선 주마다 서로 송금과 관련해 양해해주는 호혜 규정이 있기 때문에 다른 주에서 수탁 업무를 맡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비트고 측은 신탁 회사로 승인받고 수탁 업무를 맡기 위해 사우스다코다주 정부 규제 담당자들과 수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알리 이사는 "이제 수탁 기관으로 승인을 받은 만큼 우리가 준비한 플랫폼을 시장에 선보여 규제 당국과 고객들에게 모두 우리의 모델이 암호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훌륭한 신탁 회사의 사업 모델임을 증명해 보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수탁 업무를 시작함과 동시에 곧바로 암호자산을 맡을 것이라고 알리 이사는 덧붙였다.

알리 이사는 비트고가 무엇보다도 고객들이 디지털 자산을 편하게 믿고 맡길 수 있도록 신뢰를 얻는 데 주력해 왔다고 말했다. 현재 비트고가 암호화폐 수탁 업무라는 분야를 사실상 개척한 만큼 업계의 표준이라 할 만한 것이 없는 상태다. 비트고는 고객을 모으는 동시에 암호화폐 수탁 업무 자체를 정착시키기 위해 직접 전략을 짜야 한다.

"우리가 직접 부딪히며 규칙을 정하고 자리를 잡아가는 것이 곧 우리가 원했던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지금껏 암호자산을 맡겨둘 곳이 없어서 암호화폐 관련 사업에 참여하지 못했던 수많은 대기업, 혁신 기업들과 접촉하며 의사를 타진해 왔다. 가족의 재산을 직접 관리하는 규모가 꽤 큰 가족기업 가운데도 자산을 도난당할 걱정 없이 안전하게 맡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곳이 더러 있었다."

알리 이사는 가족기업뿐 아니라 기관 투자자들이 암호화폐 세계로 발을 들이고 나면 안전하게 자산을 맡아줄 수탁 업체가 있다는 것이 투자자는 물론 지역 정부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는 것을 확실히 증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대안으로 제시됐지만 가치를 입증하지 못했던 자산들은 다시 지고 암호화폐가 분명하게 뜨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암호화폐는 안전한 수탁 업무 덕분에 다시 주목을 받고 상품으로든 증권으로든 전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자산이 될 것이며, 이제는 무엇보다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은 자산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일부 독재 정권이나 불량국가가 돈세탁에 암호화폐를 악용한다거나 마약 밀수 수단으로 암호화폐가 쓰인다거나 하는 걱정은 사라질 것이다.

 

지난 아홉 달의 여정

비트고는 올 1월 킹덤 신탁회사(Kingdom Trust Company) 인수 계획을 발표하면서 규제 당국의 인가를 받은 수탁 업체가 되고자 당국과 조율을 거듭해 왔다. 당시 킹덤 신탁회사는 디지털 자산 총 120억 달러가량을 보관하고 있었다.

비트고의 CEO 마이크 벨시는 코인데스크에 기관들의 자금을 암호화폐 시장으로 끌어오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비트고는 다양한 기술 분야에서 전문성을 지닌 투자자들도 블록체인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하려면 암호화폐 수탁 업체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킹덤 신탁회사 인수는 끝내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했고, 지난 5월 비트고는 기존 신탁회사를 인수하는 대신 처음부터 아예 수탁 업체를 새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비트고 마케팅 부문의 클라리사 호로비츠  부사장은 코인데스크에 당시 결정은 비트고의 고객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암호화폐를 보유한 고객들이 믿고 자산을 맡길 수 있는 수탁 업체는 결국, 암호화폐와 암호자산에만 특화된 업체라는 간단한 사실을 깨닫고 방향을 그렇게 잡았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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