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EOS 커뮤니티가 결속을 다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6월, 블록원(Block.One) 재단이 개발한 코드를 기반으로 정식 EOS 블록체인(메인넷)을 출시하는 과정에서 두 라이벌 그룹이 잠시 갈등을 빚었었다. 그러나 대립 관계는 해소되었고, EOS 커뮤니티는 통합된 메인넷을 6월 하순 출시한 바 있다.

하지만 메인넷 출범 이후 중국어를 사용하는 회원과 영어를 사용하는 회원 간의 언어 장벽, 그리고 인터넷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정도의 차이로 인해 동서 간의 분열이 악화하면서 또 다른 균열이 발생했다. 즉,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으로 널리 알려진 중국의 인터넷 규제로 인해 위챗(WeChat)과 텔레그램(Telegram)을 각각 사용하는 중국과 서구의 커뮤니티가 같은 플랫폼에서 소통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중국 만리장성. 사진=Getty Images Bank

 

대화가 두 곳에서 동시에 진행되다 보니 민주적 지배 구조가 내장된 프로토콜을 표방하는 EOS는 그 약속을 지키기 어려워졌다. 또한, 특정 집단이 분쟁 해결에 참여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거나 적어지면서 EOS 토큰 보유자에게 피부에 와 닿는 영향을 끼치게 된 것도 문제였다.

많은 커뮤니티 회원이 프라이빗키를 사기나 해킹 등으로 도난당하면서 분쟁 해결은 네트워크 출시 초기부터 중요한 의제로 떠올랐다. 중앙 중재 기구인 EOS 핵심중재포럼(ECAF)은 초기에 적잖은 혼란과 논란을 일으켰지만, 최소한 공격받은 주소를 가진 일부 사용자의 토큰이 도난당하지 않게 조처를 할 수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최소한 서구에서는 그러한 조처가 가능했다.

사기꾼과 해커들은 전 세계의 EOS 사용자를 표적으로 삼았지만, 중국어 사용자는 EOS 핵심중재포럼의 보안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ECAF의 누구도 중국어를 할 줄 몰랐고, 중재와 관련된 대화 대부분이 텔레그램에서 영어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위챗을 사용하는 중국어 사용자는 중재 포럼의 존재조차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EOS 커뮤니티가 동서 간의 분열을 봉합하는 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EOS 중국어 중재 커뮤니티(EOS Mandarin Arbitration Community, EMAC)라는 신생 조직이 중국어 사용자도 분쟁 해결에 참여하는 기회를 확대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EMAC 대변인은 장기적으로는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언어 장벽과 문화적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렇지만 커뮤니티가 협력함으로써 심각한 문제로 발전하는 것을 예방하고 결국에는 문제를 극복하리라고 확신한다.”

 

‘EOS 공식 언어


EMAC는 코인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EOS의 공식 언어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영어”라고 분명히 밝혔다.

EOS 사용자들은 물론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지만, 다수의 비영어권 사용자가 당분간 EOS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면 영어 능력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사실 기사에 인용된 인터뷰도 모두 영어로 진행되었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스페인어로 된 정보를 찾을 수 없었다.”

대표노드 후보인 EOS 아르헨티나의 대변인이 EOS 출범 초기에 했던 말이다. 브라질 출신 대표노드 후보인 EOS 리오의 루이즈 하다드도 포르투갈어로 된 관련 내용도 “매우 드물다.”라고 말했다.

대표노드 후보인 이오시스(EOSYS)의 오키드 김은 한국어가 EOS에서 세 번째로 많이 쓰이는 주류 언어에 속하는데도 “한국 커뮤니티는 전체 EOS 커뮤니티에 참여하려면 번역이라는 별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대체로 인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지역을 대표하는 이들 대표노드 후보들은 EOS에 관심이 있는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한국어 커뮤니티 일부는 최소한 부분적으로는 영어로 소통을 했다. 현재는 세 곳의 블록 생산자 모두 번역 작업을 통해서 영어를 하지 못하는 커뮤니티 회원을 도와 커뮤니티 확장에 힘쓰고 있다.

세계 언어의 바벨탑을 떠올리는 EOS이지만, 중국을 제외한 EOS 커뮤니티는 사실상 영어가 주도하는 대화에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대화는 다양한 채널에서 이루어지지만, 플랫폼만 놓고 보면 텔레그램이란 단일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다.

 

만리방화벽


영어로 진행되는 대화에 참여하는 것이 어떤 회원에게는 쉽지는 않아도 어떻게든 해볼 수 있는 일이었을지 몰라도, 중국 본토에 있는 커뮤니티 회원에게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블록원의 전직 부사장인 토마스 콕스는 이렇게 말했다.

“중국 내에서는 텔레그램을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 사용자층의 한 부분이 사실상 통째로 마비 상태에 있었다. 우리가 무신경했던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접근하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

EOS 핵심중재포럼의 모티 타불로 대표는 중국의 인터넷 규제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점도 언급했다. 타불로는 가상 사설망(VPN)을 이용하면 텔레그램에 접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VPN을 이용할 수 있다고 해도, 중국 사용자들이 자국에서 널리 쓰이는 플랫폼에서 굳이 이탈하고 싶어 하지 않을 수 있다. EMAC의 스테펜 장은 지난 8월 코인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중국 사람들은 대부분 위챗만 사용한다. 트위터, 페이스북, 기타 여러 플랫폼 가운데 하나를 고를 수 있는 서구의 소셜미디어 네트워크와는 전혀 다르다. 중국에서는 위챗이 유일한 통신 도구이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EOS 중국과 서구 커뮤니티 간의 단절에는 언어나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차이 외에 또 다른 요인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타불로의 말을 빌리자면 “중국인들의 사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블록체인 스타트업 세이지와이즈(Sagewise)의 창업자 겸 CEO 애미 완은 EOS를 특별히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예를 들어가며 사고방식의 차이로 인한 어려움을 설명했다.

“나는 서양 사람들이 탈중앙화를 주장할 때마다 웃곤 한다. 전 세계에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사람은 극소수의 사람 몇 명이다. 이들은 모두 중국에 있고, 탈중앙화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벌어진 스캔들로 인해 폭발 직전에 있던 이러한 문화적 차이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최근 가명의 한 트위터 사용자가 위챗에서 나돌던 “중국 대표노드 사이에 결탁, 상호 투표, 뇌물이 성행하고 있다”는 입증되지 않은 주장을 트위터에 올린 것이다. (대표노드 혹은 블록의 거래를 검증하고 생산을 담당하는 블록 생산자(BP, Block Producer)는 EOS 토큰을 보유한 이들이 토큰을 걸고 투표로 뽑는다. 대표노드의 역할은 기본적으로 비트코인의 채굴자와 비슷하다)

코인데스크가 이미 보도한 대로, 텔레그램을 사용하는 영어 커뮤니티 일부는 이런 주장이 나오자 중국에 근거지를 둔 대표노드에 던졌던 표를 모두 철회하기로 했다. (EOS의 대표노드 투표는 상시 진행된다) 이에 스벤으로 통하는 EOS 베이징의 공동창업자는 “대부분 중국 사용자는 이에 분개하고 있으며, 이런 집단행동을 막기 위한 논의가 매우 활발하다.”라고 받아쳤다.

이 사건은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수용하는, 제대로 관리되는 블록체인 구축이 어렵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사례다. EOS 커뮤니티가 준수해야 할 규칙 혹은 “헌법”에 관한 토론이 이어지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거의 텔레그램에서 영어로만 진행됐다. 앞서 지적했듯 해킹이나 사기로 인한 피해는 다른 커뮤니티보다 중국 EOS 커뮤니티에 집중됐다. EMAC의 분석처럼 “중국어를 사용하는 토큰 보유자들이 대부분 ECAF와 직접 접촉하고 소통할 만큼 영어가 유창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상황은 개선되고 있는 듯하다. 대표노드 후보인 EOS 퍼시픽의 마이클 양을 비롯해 많은 인사가 “중국어를 사용하는 커뮤니티 회원들의 거버넌스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거버넌스와 중재 측면에서 중국어와 비중국어 커뮤니티 간의 협업을 촉진하기 위해” EMAC를 설립한 것도 좋은 증거다. 

물론 EMAC의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토큰 도난 피해자들은 EMAC 자원봉사자들을 집요하게 괴롭히고, 협박하고, 개인정보와 신상을 공개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지난 7월 EMAC는 토큰 도난 피해자들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이제 EMAC는 중국어를 사용하는 커뮤니티에 EOS의 거버넌스에 관련된 “교육과 훈련”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또한, EMAC 회원 스테펜 장과 시치 야오가 EOS 핵심중재포럼에 합류함으로써 EOS의 중앙 중재 기구에 중국어를 구사하는 인력이 충원되었다.

한편, 또 다른 신생 조직인 EOS 얼라이언스(EOS Alliance)가 중재 및 헌법을 포함한 기타 주제를 다루는 중국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 조직은 거버넌스와 관련된 문서의 번역을 돕는 동시에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 대표노드들이 돈을 주고 표를 샀다는 주장과 관련해서 “중국의 토큰 보유자와 블록 생산자가 부당하게 거론되고 있다는 인상을 주지 말라”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세이지와이즈의 완은 분쟁 해결과 중재를 담당하는 워킹 그룹을 이끄는 책임자로 EOS 얼라이언스에 합류했다. 완은 “분열된 커뮤니티를 봉합하고, 전 세계적으로 단일화된 토론의 장을 만든다는 취지로 EMAC와 공동으로 노력해왔다.”라고 코인데스크에 말했다.

EOS 얼라이언스의 임시 총괄 이사 겸 EMAC의 고문으로 활동 중인 콕스는 상황이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달 전만 해도 커뮤니티가 분리된 느낌이 많이 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봉합할 수 없을 정도의 분열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콕스는 그래도 EOS 커뮤니티를 통합하고 유지하는 데 “막대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을 남겼다. EMAC도 “앞으로 갈 길이 멀다”라며 이 말에 동조했다.

물론 EOS가 동서 분열을 겪는 유일한 프로젝트는 절대 아니다. 완이 암시했듯이 당장 비트코인만 해도 중국의 채굴자들이 네트워크를 장악하고 사실상 조종하고 있다는 우려 때문에 서구 커뮤니티는 계속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다른 사례에서도 서구에서 사용하는 솔루션과는 별도로 중국만의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믿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스마트계약 플랫폼인 네오(Neo)는 종종 “중국의 이더리움”으로 불린다. 비단 암호화폐뿐 아니라 웹 검색 도구도 서구에서는 구글을 쓰지만, 중국은 바이두를 쓰고 있고, 전자 상거래도 서구에서는 아마존, 중국에는 알리바바가 있다.

스벤은 EOS가 동서 간의 분열을 겪고 있기는 하지만, 이 문제는 EOS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EOS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의 문제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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