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Getty Images Bank

 

모든 거래소의 모든 자산에 대한 매수와 매도 주문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거대한 오더북(주문 장부)을 모든 암호화폐 거래소가 함께 사용할 수 있다면, 이들이 얼마나 충분한 유동성을 가지게 될지 한 번 상상해 보자.

이달 중순 폴리체인 캐피털(Polychain Capital)이 주도하고 드래곤플라이 캐피털 파트너스(Dragonfly Capital Partners)와 챕터원(Chapter One)이 참여한 시드 라운드 투자에서 100만 달러를 모은 패러다임 파운데이션(Paradigm Foundation)은 암호화폐 거래를 원하는 모든 이들이 볼 수 있는, 탈중앙화된 주문 장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패러다임의 CEO 리암 코바치는 “개방된, 국경이 없는, 효율적인 세계 시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올해 말까지 베타 버전을 만들어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패러다임의 공동창업자인 컬럼비아대학교의 대학원생 헨리 하더는 현재 휴학하고 패러다임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은 시드 라운드임에도 투자자들이 너무 많이 몰렸다고 말한다. 코바치는 코인데스크에 투자금을 100만 달러로 제한한 것은 전략적인 선택이었다며, “0x(ZRX) 토큰이 시드 라운드에 77만 5천 달러만 모으고 바로 필요한 개발에 착수한 것처럼, 우리도 효율적이면서 빠른 실행을 위해 그들의 전례를 따랐다.”라고 말했다.

탈중앙화 거래소는 서서히 시장에 자리 잡고 있지만, 다른 거래소만큼 유동성이 높지 않은 것이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그래서 탈중앙화 거래소에 매도 주문이 나와도 이를 매수할 누군가가 없을 때가 많고, 그래서 거래가 이뤄지지 않을 때가 있다. 이를 “거래 장부의 깊이가 얕다”고 표현한다. 폴리체인의 니라즈 팬트는 이렇게 말했다.

“0x 나 다르마(Dharma) 프로토콜을 이용해 개인적인 거래 시스템을 만들려는 이들은 이런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의 사용자를 모아야 할 뿐 아니라 거래소의 유동성 또한 스스로 공급해야 한다.”

암호화폐 거래자들에게 장부 하나로 세상의 모든 주문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환상적인 제안일 것이다. 이는 마치 인터넷이 존재하기 전의 여행사와 오늘날 모든 비행편의 가격을 검색만 하면 한 번에 보여주는 서비스의 차이에 비유할 수 있다.

코바치는 패러다임이 탈중앙화된 웹을 기반으로 하므로 비행편 검색 사이트 같은 웹 2.0보다 좀 더 진보한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패러다임은 모든 주문을 단순히 모아둔 것이 아니라 이들을 하나의 플랫폼상에 존재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패러다임은 판매자가 고객을, 고객이 판매자를 찾을 수 있는 ‘위치’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경쟁적 연합


어떤 면에서 패러다임은 거대한 암호화폐 거래소들 사이의 벽이 결국은 무너지리라는 데 내기를 건 셈이다. 이는 크리스 딕슨(a16z), 올라프 칼슨-위(폴리체인), 살릴 데쉬판데(베인 캐피털 벤처) 등 벤처투자자들과 함께 최근 1억 달러 규모의 암호화폐 펀드를 만든 드래곤플라이 캐피털의 생각이기도 하다.

드래곤플라이는 특히 아시아 지역의 암호화폐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보고, 패러다임이 개발 중인 시스템이 이 지역에 이미 존재하는 암호화폐 시장의 성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드래곤플라이의 매니징 디렉터 알렉스 팩은 코인데스크에 이렇게 말했다.

“암호화폐와 암호화폐 회사가 가진 특징은 그들이 스스로 혁신하는 데 익숙하다는 점이다. 거래소 다수가 내부적으로 탈중앙화 거래 기술인 덱스(DEX)를 이용하고 있다. 그들은 항상 사업의 본질을 바꾸는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드래곤플라이는 이미 대형 거래소와 접촉하고 있다. 즉, 거래소들이 패러다임과 같은 플랫폼에 합류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말이다.

“패러다임 세상에는 중앙화된 주체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하다.”

팩은 주문을 연결하는 일, 시장을 조성하는 일, 자동화된 거래 엔진을 만드는 일 등 여러 가지를 말했다.

“바이낸스는 자신들이 완벽한 탈중앙화로 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우리가 구축하는 유동성 네트워크가 충분히 커지고 난 뒤에야 비로소 이러한 흐름이 더 빨라질 것이다.”

코바치는 이러한 변화가 이른 시일 안에 일어나리라는 전망에 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패러다임은 모든 시스템을 자신이 직접 만들 필요는 없다. 0x가 그랬듯 새로운 회사들이 패러다임의 플랫폼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능을 만들어 추가하면 된다. 그리고 거래소만 장부에 주문을 기록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어떤 소규모 거래소도 우리 시스템에 참여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자신들의 유동성이 늘어났다고 말할 수 있게 된다.”

코바치는 이를 위해 어느 정도 개발이 필요하겠지만, 일반인도 자신의 주문을 거대 회사와 마찬가지로 같은 주문 장부에 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모든 사람이 직접 통합된 장부에 주문을 적어 내지는 않을 것이며, 거래소들은 사용자 경험과 고유한 기능을 바탕으로 경쟁하게 될 것이다.

반면에 수수료는 이제 경쟁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다. 코바치는 모든 주문이 통합된 장부에 오르게 되면, 거래 수수료가 매우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거래 수수료가 건당 몇 달러에 육박할 일은 없을 것이다.”

 

새로운 패러다임


그러나 탈중앙화 거래소는 아직 너무 느리다. 신뢰에는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사용자들은 일반 거래소를 신뢰하며, 따라서 거래는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다. “소유권”은 가상으로만 존재할 뿐이다. 누구도 중앙화 거래소에 있는 자기 계좌에 개인적으로 접근할 수 없으며, 장부상의 잔고만 있을 뿐이다. 그 덕분에 중앙화 거래소는 블록이 확정되기를 기다려야 하는 탈중앙화 거래소보다 거래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된다.

“레이더 릴레이(Radar Relay) 같은 기술을 통해 거래 장부의 변화를 직접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연필로 이를 표시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코바치는 코인데스크에 이렇게 설명하며, 바이낸스의 경우 거래 장부가 1초에 수천 번 바뀐다고 덧붙였다. 이는 또 다른 수준의 유동성이다.

패러다임은 당연히 속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애쓰고 있다. 그들은 일종의 특정한 목적을 위한 사이드체인을 생각한다. 코바치는 패러다임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서도 미래를 확신했다.

“패더라임은 이더리움과는 완전히 독립적으로 작동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고, 앞으로도 한동안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지만 탈중앙화된 경제 시스템은 이더리움의 킬러 앱은 못되더라도, 분명 가장 뛰어난 활용 사례가 될 것이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Brady Dale Brady Dale is a senior reporter at CoinDesk. He has worked for the site since October 2017 and lives in Brookl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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