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백서 10주년 릴레이 기고, 이제 해외 필자로 이어갑니다. 미국 <코인데스크>는 비트코인 백서 출시 10주년을 맞아 “비트코인 10년: 사토시 백서(Bitcoin at 10: The Satochi White Paper)” 라는 제목으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업계의 지난 10년을 돌아보고 앞을 전망하는 다양한 인사들의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코인데스크코리아>는 이 가운데 흥미로운 글을 엄선해 번역, 소개합니다. 이번 글은 비트코인 선구자 가운데 한 명인 찰리 슈렘(Charlie Shrem)이 보내온 글입니다. 찰리 슈렘은 비트인스턴트(BitInstant)의 창업자로, 암호화폐 매체 <크립토IQ(CryptoIQ)>를 함께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비트코인의 산파 역할과 함께 폭발적인 혁신을 가져온 사토시의 백서가 공개된 지 어느덧 10년이 흘렀다. 지금까지도 비트코인이 지닌 변화의 힘은 가히 충격적이다.

현대인은 좋든 싫든 돈 없이는 살 수 없다. 이는 필자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돈과 (그보다 더 중요한) 돈의 권좌를 근본적이고 영구적으로 변화시켰다는 점에서 잠자던 거인이 기지개를 켜고 깨어난 것이나 다름없다.

나는 비트코인과 암호화폐의 가장 중요한 측면으로 주저 없이 가능한 한 많은 사람에게 권력을 나누어주는 역할을 꼽는다. 사토시는 화폐를 민주화함으로 우리 시대 인류와 우리 후손들에게 막대한 개인의 자유를 넘겨줬다.

극소수만이 누리던 권력을 다수에게 이양한 이 사건은 민주화의 출현이나 인쇄술의 발명, 르네상스와 같은 역사적 사건에 견줄 만하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비트코인을 통해 얻는 자유가 커질수록 누군가 우리의 돈을 지켜주고 있다는 사실에서 오는 안도감은 줄어든다.

하지만 여러분은 어느 쪽을 택하겠는가? 아무 관심도, 상관도 없는 정치인들의 변덕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곳에 돈을 쓸 수 있는 자유? 아니면 때로 방심하더라도 누군가가 여러분의 자산을 온전히 지켜준다는 사실을 아는 데서 오는 위안?

이 질문에 적절한 답을 찾고자 나는 역사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학생이 된다. 역사는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는 지름길이다. 그런 역사는 인생의 결정을 내리는 주체로서 위험을 감수해야 함을 강조한다.

 

실제 활용 사례


요즘은 과거 사건들을 애써 찾아볼 필요도 없다. 24시간 뉴스 채널이 현재 펼쳐지는 경제적 재난을 생생하게 조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 단위로 벌어지는 금융 붕괴의 매 단계를 우리는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금융 붕괴의 마지막 진통을 앓고 있는 사회를 보려면 베네수엘라를 보면 된다. 베네수엘라 국민은 굶주린 반면, 지도자들은 더욱 부유해지고 있다. 벌써 한동안 살인적인 초인플레이션이 계속됐지만, 여전히 수치는 내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IMF는 올해 말 베네수엘라의 인플레이션이 13,000%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세계 다른 지역에서는 4~5% 정도만 돼도 뉴스거리가 되는 것을 고려하면 실로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다. 1차 세계대전 직후 독일에서 돈을 수레에 가득 담아 가져가야 겨우 빵을 하나 살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후 100년이 흐른 지금, 사람들은 아직도 권력자의 변덕에 휘둘리고 있다.

베네수엘라 사람들이 앞으로 닥칠 사태를 미리 알아차리고 — 알아차렸어야 한다 — 볼리바르에 연동되지 않는 비트코인이나 다른 화폐를 사 놓았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터키 이스탄불의 환전소. 사진=한겨레 자료사진

 

금융 붕괴의 초기 단계를 보고 싶다면 터키를 보면 된다. 현재 터키의 국가 채무는 급증하고 있고, 인플레이션은 두 자릿수로 높아졌으며, 법정화폐 리라화 가치는 폭락하고 있다. 터키 국민은 재산의 가치를 보존하려고 리라를 끊임없이 처분하고 있다. 외화로 눈을 돌리는 이도 많고,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사들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스태티스티카(Statistica)가 터키 국민 1만5천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터키 국민 다섯 명 가운데 한 명은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다. 설문 대상으로 삼은 모든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이다. 비트코인은 이미 터키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러한 금융 붕괴의 초기보다도 앞서는 최초 단계를 보고 싶다면 미국을 살펴보면 된다. 미국 정부의 긴축 통화정책과 고삐 풀린 지출 확대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아는 사람은 몇 안 된다. 하지만 그 몇몇 사람들은 이미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미국의 새로운 거대 금융 위기라 부르는 사태에 대한 대비책이다.

이처럼 주의를 기울이는 소수의 사람에게 비트코인은 위기 발발 전부터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수단이 된다.

 

법정화폐의 쇠퇴


우리는 학창시절 친구들과 딱지나 장난감 구슬을 교환하던 때부터 돈이 인간적 속성임을 알고 있었다. 선천적 속성일 수도 있고 후천적 속성일 수도 있다. 이는 감옥에서도 드러난다.

엄격한 규칙과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항상 감시를 받는 감옥 안에서조차 수감자들은 생선을 쌌던 종이로 자기네만의 화폐를 만들고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는 암시장을 구축했다. 개인 트레이닝이나 편지 대필, 몇 가지 통조림으로 이루어진 특별식 등 모든 것이 상품이 되었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비트코인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사람들은 언제나 혁신을 추구하고, 비트코인은 논리적인 다음 단계이다. 사람들은 권력자와 일반인을 차별하는 시스템에 오랫동안 갇혀 있었고, 마침내 비트코인이라는 해답이 나온 것이다. 기존 시스템에서는 돈을 지배하는 자들이 보통 사람들, 자기 자신과 가족들을 위해 돈을 모으고 사용하는 사람들로부터 철저한 약탈을 일삼았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정부가 엉성하고 심지어 악의적인 금융 정책을 펼치면 어떻게 되는지, 지도자들이 자국 통화뿐 아니라 그 가치를 보호하는 책무에 소홀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역사책을 뒤질 필요는 없다. 우리가 역사로부터 배워야 할 것은 이런 일이 과거에 무수히 발생했으며 앞으로도 발생하리라는 것, 그리고 바로 지금도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우리를 보호해주는 대신 자유와 책임을 앗아간 이들에게 의식하지 못한 채 점점 더 의존하게 되었고, 그 결과 우리의 이익에 전혀 관심이 없는 개인과 조직 앞에 더욱 무력해졌다.

비트코인을 이용하고 비트코인 체계를 받아들이는 데는 적잖은 보상과 위험이 따른다. 그러나 나는 우리의 국가 통화인 법정화폐에는 더 많은 것이, 그리고 더 큰 위험이 포함돼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국가 통화는 무책임하게 행운을 빌며 누군가에게 미래를 향한 열쇠를 건네주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역사는 그 결과가 어떨지를 분명히 말해주고 있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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