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만 지역에서는 최초로 중앙은행이 승인하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등장할 전망이다.

레인 파이낸셜(Rain Financial)은 바레인 중앙은행이 관장하는 핀테크 규제 샌드박스에 포함된 지 1년 만에 정식 출범에 필요한 중앙은행의 허가를 받고 출범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코인데스크 취재 결과 확인됐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블록체인 컨설턴트 압둘라 알모아이켈과 이집트 투자자 출신으로 암호화폐 관련 모임을 조직한 예하이 바다위, 그리고 이들의 비즈니스 파트너 조셉 달라고, AJ 넬슨이 공동으로 설립한 레인 파이낸셜은 암호화폐 분야의 개인 및 기관 투자자 모두에게 필요한 플랫폼이 되겠다는 목표로 설립되었다. 레인 파이낸셜은 실리콘 밸리의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만든 코인베이스 프로(Coinbase Pro)와 비슷한 형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바레인 요새 유적지. 사진=Getty Images Bank

 

현재 규제 샌드박스에서 시험 중인 바레인 거래소는 다섯 곳이 더 있지만, 레인 파이낸셜은 규제 샌드박스에서 운영한 첫 번째 거래소로 2017년 9월부터 규제 샌드박스에서 운영을 시작했고, 내년 초에 정식으로 출범할 예정이다. 규제 샌드박스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되기 전 일정 기간 기존의 규제를 면제시켜 주는 제도다.

이와 관련해 지역 내 스타트업이 공동으로 출자한 비영리단체 바레인 핀테크 베이(Bahrain Fintech Bay)의 CEO 칼리드 사드는 레인 파이낸셜이 첫 번째 공식 거래소가 될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레인 파이낸셜은 현재 규제 샌드박스 적용을 받고 있는 거래소 가운데 가장 발전된 형태로 정식 출범 자격이 충분하다. 바레인에는 정부의 공식 승인을 받은 암호화폐 거래소가 한 곳도 없다. 레인 파이낸셜이 첫 번째 주자가 되길 바란다.”

레인 파이낸셜이 정식으로 출범하면 석유나 가스 같은 천연자원이 풍부한 중동 지역 자본을 암호화폐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페르시아만 지역에서 암호화폐 시장에 정식으로 참가하고 있는 개인이나 기관 투자자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른바 ‘어둠의 산업’이라 불리는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편견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스마트 시티’를 주창한 두바이는 지역 내에서도 예외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레인 파이낸셜의 공동 설립자 예하이 바다위는 이렇게 말했다.

“암호화폐에 관심이 많은 투자자는 제대로 된 규제가 적용된 올바른 사업 파트너를 만나고 싶어 한다. 레인 파이낸셜이 바로 이들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제도적 차원의 모든 인프라를 갖추고 정식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한편 중동지역 내 암호화폐 시장의 가능성에 주목한 상당수 전문가도 레인 파이낸셜에 투자한 상태다. 컴벌랜드 마이닝(Cumberland Mining)의 설립자 마이크 코마란스키, 비트코인 코어(Bitcoin Core)의 개발자 지미 송, 암호화폐 지갑 브레드(BRD)의 공동 설립자 아론 래셔 등이 대표적이다. (레인 파이낸셜은 이들이 구체적으로 얼마를 투자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레인 파이낸셜은 암호화폐 지갑 스타트업 아브라(Abra) 출신의 조셉 달라고를 첫 번째 CEO로 영입할 예정이다.

 

힘겨운 전쟁


두바이에 있는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오아시스(BitOasis)는 지난 2015년부터 비트코인 매매를 중개하고 있으며 바레인의 규제 샌드박스에도 들어 있다. 그러나 비트오아시스는 소매 투자자를 중심으로 이용자를 모으는 데 주력해 온 반면, 레인 파이낸셜은 은행이나 감독기관의 지원을 요청하면서 지역 내 기관 투자자를 모으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레인 파이낸셜은 몹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있다. 실제로 쿠웨이트는 기관 투자자의 암호화폐 투자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통화청도 지난 8월 “개인이나 기관 차원의 거래를 모두 허용하지 않는다”며 자국 내 비트코인 거래를 금지했다. 이에 대해 레인 파이낸셜의 공동 설립자 알모아이켈은 아쉬움을 표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규제 당국은 비승인 거래소가 운영될 수 있는 위험성을 특히 우려하고 있다. 일부 감독기관은 비트코인 결제가 익명성이 아니라는 사실이나 비트코인 거래를 규제 당국이 추적할 수 있다는 부분을 잘 모르고 있다.”

그래서 레인 파이낸셜은 바레인 규제기관을 대상으로 서구 여러 나라의 거래소에 적용되는 고객파악제도(KYC)와 자금세탁방지제도(AML)에 대해 몇 달간 지속적으로 알려 왔고, 해당 규제기관도 이 사실을 인지한 뒤에는 암호화폐 투자를 승인하기로 한 상태다. 레인 파이낸셜은 또한, 걸프 지역에서 쓰이는 어떤 신용화폐로든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자사의 제휴 은행들에 준비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레인 파이낸셜의 공동 설립자 바다위는 “서로 다른 규제기관과 사업 파트너를 제대로 이해시키기란 절대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알모아이켈은 “그나마 바레인의 암호화폐 시장은 중동 지역 전체를 놓고 보면 꽤 선진적이고 발달한 편이라 레인 파이낸셜은 매우 운이 좋았다”고 전했다. 또 규제 샌드박스의 적용을 받은 덕분에 실패 가능성은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바레인 중앙은행에 자체적인 운영 방안을 직접 설명할 수 있던 것도 중요한 성공 요인이었다.

이와 관련해 현재 워싱턴 D.C.의 자문회사 FS 벡터(FS Vector) 파트너 겸 코인베이스의 정부 정책국장을 지낸 존 콜린스는 “규제 샌드박스는 각종 스타트업에 실패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주는 셈이다. 그래서 뭔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으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비책을 마련할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콜린스는 또 규제 샌드박스가 각종 스타트업과 사법 제도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고 설명하며, 이를테면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와 영국 금융감독청의 중간 정도 기능이라고 설명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측면에서는 또 다른 혜택이 있다. 규제 샌드박스의 적용을 받으면서 전 세계 다른 지역의 투자자와 동시에 거래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억눌린 수요


걸프 지역은 대개 터키나 이스라엘 같은 중동 지역보다 암호화폐 시장의 성장세가 다소 더디다. 그러나 레인 파이낸셜의 초대 CEO 조셉 달라고는 걸프 지역 사람들이 귀금속 같은 보편적인 자산을 특히 더 귀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경향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걸프 지역 사람들의 취향은 비트코인의 특징과 딱 맞아떨어진다. 이곳의 잠재적 수요는 상당하다.”

비슷한 맥락에서 알모아이켈은 외국인 노동자가 상당히 많으므로 송금 서비스가 걸프 지역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한 걸프 지역 인구의 절반 이상은 국외 이주민과 거주자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각종 규제가 확립되지 않은 걸프 지역에서 암호화폐 관련 수요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가늠하기란 아직 어렵다. 지난 9월 둘째 주 P2P 거래소 로컬비트코인(LocalBitcoins)에서 거래된 사우디아라비아의 비트코인 거래량은 26만 6,634달러어치로 아랍에미리트에 맞먹는 수준이다. 그러나 이는 같은 주에 690만 달러어치 비트코인이 거래된 아르헨티나와 비교해보더라도 아주 적은 금액에 불과하다.

그래도 많은 전문가는 걸프 지역에 암호화폐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레인 파이낸셜의 설립자들도 쿠웨이트에서부터 사우디아라비아에 이르기까지 지역 내 곳곳에서 비트코인 관련 모임을 비롯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지금까지 개최 횟수는 10여 차례로 지난 7월 바레인 핀테크 베이 본부에서 열린 행사에는 50여 명의 관계자가 참석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알모아이켈은 “이러한 행사의 핵심은 걸프 지역 사람들에게 디지털 화폐의 혜택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라고 언급하며, “이를 통해 각종 사기 관련 뉴스로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한 이곳에 균형적인 시각을 갖춘 건전한 이용자와 투자자들이 생겨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설명했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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