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Getty Images Bank

델텍은행(Deltec Bank & Trust)이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와의 관계에 대해 테더를 고객사로 유치한 것이 사실이라며 최근 공개된 문서도 델텍은행이 써준 것이 맞다고 밝혔다.

지난 1일 테더 토큰을 발행하고 관리하는 테더(Tether Ltd.)는 은행 계좌에 충분한 돈이 있다는 문서를 공개했는데, 계좌를 관리하는 협력 은행이 바하마에 있는 델텍은행으로 바뀌어 이목이 쏠렸다. 10월 31일 자로 발행된 예치금 증명서에는 테더 명의로 18억 달러가 넘는 돈이 들어있다고 써있었다. 이는 현재 발행돼 유통 중인 테더 토큰 전부를 고정된 개당 1달러로 바꿔줄 수 있는 금액이다. 하지만 당시 코인데스크와 블룸버그 등 여러 언론이 보도했듯이 델텍은행은 테더와의 협력 관계를 확인해달라는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델텍은행의 멜라니에 허치슨 대변인은 앞서 코인데스크에 바하마 법과 은행 내부 규정에 따라 고객사와의 구체적인 관계 및 거래 내용에 대해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바하마 법은 은행과 신탁회사 등 금융기관이 고객의 분명한 동의 없이는 고객과 은행의 관계 및 거래 내역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테더가 공개한 예치금 증명서는 서명란에 무성의하게 쓱 그은 듯한 구불구불한 선만 있었고, 책임자라 할 만한 은행 직원의 이름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었다. 가뜩이나 달러 보유액을 비롯한 여러 의혹을 해소하지 못하던 테더를 향한 의심의 눈초리는 예치금 증명서 공개에도 여전히 남았다.

하지만 델텍은행의 장 샬로팽 은행장은 곧이어 코인데스크에 이메일을 보내 예치금 증명서는 델텍은행이 발행한 것이 맞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이렇게 말했다.

"테더가 공개적으로 발표한 내용을 확인해드립니다."

테더와 델텍은행의 협력 관계, 예치금 증명서 등이 모두 진짜라고 분명히 확인해줬다고 보기에는 모호한 답변이었다. 이어 3일 샬로팽 은행장은 좀 더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
"테더가 공개한 문서는 진본이 맞습니다."

델텍은행의 확인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테더가 시중은행과 공식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이 공개적으로 확인된 것이고, 그간 좀처럼 해소되지 않던 예금 잔액 관련 의혹을 해소할 실마리를 찾은 셈이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초 웰스파고(Wells Fargo)가 대만 은행들과 환거래은행(correspondent banking) 관계를 끊으면서 테더와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파이넥스(Bitfinex)는 거래은행을 잃었다. 웰스파고가 환거래은행 관계를 청산한 이유가 대만 은행들이 테더와 거래했기 때문이었다. (비트파이넥스는 테더와 지분, 경영진을 공유하는 밀접한 관계가 있는 거래소) 이어 푸에르토리코 소재 노블은행(Noble Bank)과 테더도 거래를 끊었다. 테더와 노블은행 양측 모두 이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지난 10월 초까지는 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기가 이어졌다. 비트파이넥스는 거래가 파산하리라는 소문이 돌자 이를 강력히 부인하는 공지를 올리기도 했으며, 거래소 고객들에게는 지금 알려주는 거래은행 정보를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거래은행 정보가 공개되면 투자자와 비트파이넥스는 물론 디지털 토큰 생태계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경고를 덧붙였다.

결국, 테더의 시장 거래가가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테더의 가치는 공언한 대로 미화 1달러를 벗어나선 안 되는데, 테더가 1년 넘게 거래은행조차 제대로 구하지 못한 것처럼 보이자 시장이 테더 토큰 자체에 신뢰를 잃은 것이다. 테더 토큰 가격은 곤두박질쳤다. 실제로 테더 백서를 보면 테더가 충분한 달러화를 예치해둔 은행 계좌를 증명할 수 있어야 개당 1달러고 고정된 테더 토큰의 가치가 유지된다.

 

생소한 해외 은행에 대한 기존 금융권의 차별?

샬로팽 은행장은 최근 코인데스크에 보낸 메시지에서도 바하마 법을 언급하며, 델텍은행이 고객에 관한 정보를 자세히 나눌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잘 아시다시피 우리는 바하마 법과 그에 따른 우리 내부 규정과 정책을 지켜야 합니다. 즉, 우리는 고객의 정보나 거래 내역에 관해 자세한 내용을 공유할 수 없고, 사실 어떤 법인이나 개인이 우리 은행의 고객이라는 사실도 확인해드릴 수 없습니다."

샬로팽은 또한, 델텍은행이 미국 정부와 금융 당국이 정한 각종 규제를 지키는 데도 최선을 다해왔다고 강조했다. 적지 않은 은행이 암호화폐 업체나 거래소를 고객으로 받아들이기 꺼리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암호화폐가 돈세탁 과정을 거쳐 테러단체 지원 등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지만, 델텍은행은 돈세탁 방지 규정과 테러단체 지원 금지 규정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델텍은행은 미국 정부가 해외 은행 계좌를 이용한 조세 포탈을 막기 위해 제정한 해외 은행계좌 조세법(FATCA)도 지키고 있고, 국제적으로 조세 포탈을 막기 위해 정한 보고 표준(CRS)도 지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델텍은행은 적용 가능한 모든 은행 관련 법, 규정을 꼼꼼히 지켜가며 고객을 유치하고 고객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대외적인 법 외에도 내부적인 보안 규정, 충분한 위험 관리 원칙을 적용해놓고 이 범주 안에서만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를 어겼다가는 은행으로서도 감당해야 할 손해가 막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샬로팽 은행장은 델텍이라는 이름조차 낯선 은행이 과연 국제법과 은행 관련 규정을 제대로 지킬 수 있겠냐는 의심 가운데 적잖은 부분은 사실 미국이나 유럽의 기득권 은행이 아닌 해외의 금융 산업을 향한 시장의 막연한 편견과 고정관념 탓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는 단지 바하마에 본사를 둔 은행이라는 이유로 경제 규모가 큰 나라와 기득권 금융기관으로부터 끊임없는 차별을 받아왔습니다. 델텍은행은 돈세탁 방지나 테러단체 지원 금지 같은 규정을 아주 엄격하게 지켜왔고, FATCA나 CRS를 비롯해 조세 포탈을 막기 위한 국제적인 금융 관련 규정도 예외 없이 준수해 왔습니다. 또한, 예금 보호나 지급준비율 등 각종 금융 건전성 수치도 다른 어떤 은행에 뒤지지 않는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바하마에 있는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은행이란 이유로 국제적인 규정이 적용될지 일단 의심부터 하고 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샬로팽 은행장은 델텍과 테더의 관계를 보도한 언론의 시각도 아쉽다고 지적했다.

"사실 확인을 전혀 거치지 않은 말과 글을 거침없이 써대는 언론의 공격에 일일이 대응하기는 정말 쉽지 않습니다. 안타깝게도 현재 우리는 다른 이에 관해 아무런 검증을 거치지 않고도 하고 싶은 말을 멋대로 일단 내뱉고 보는, 그리고 그 말이 너무 쉽게 퍼지고 금세 사실로 굳어지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샬로팽은 이어 테더가 공개한 문서에 관해서도 그는 문서 자체가 진본임을 확인해주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테더가 우리 은행이 발급한 문서를 대중에 공개했습니다. 이 경우 제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테더가 공개한 문서가 우리가 발급한 문서가 맞다고 확인해주는 것밖에 없습니다."

그는 테더가 델텍은행에 맡겨둔 예금 액수가 문서에 쓰인 대로 맞는지를 비롯해 예치금 증명서에 담긴 내용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언급하지 않았다. 사실 예치금 증명서 곳곳에는 델텍은행이 만에 하나 일어날지 모를 법적 분쟁에 대비해 책임을 최소화하려 한 흔적이 엿보이기도 했다.

이 문서에 담긴 내용에 관해 델텍은행과 임직원, 주주는 어떠한 법적 책임도 지지 않는다. 델텍은행은 오직 은행에 예치한 자산에 관한 정보만 가지고 이 문서를 작성했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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