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에서 유독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플랫폼 블록체인 회사가 있다. 이스라엘에 본사를 둔 '오브스(Orbs)'다.

오브스 로고. 이미지=오브스 홈페이지
오브스 로고. 출처=오브스 홈페이지

 

오브스의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파트너사는 총 12개. 이 중 무려 9곳이 한국 회사다. 그 면면을 살펴보면 굵직굵직한 회사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카카오의 블록체인 기술 계열사인 그라운드X와 블록체인 기반 결제 솔루션 기업인 테라, 한화가 만든 블록체인 허브 업그라운드가 눈에 띈다. 또 블록체인 액셀러레이터인 파운데이션X와 팩트블록,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빗과 올비트도 파트너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이뿐만 아니다. 오브스는 경상북도와도 업무협약(MOU)를 맺었다. 경상북도와 오브스는 지역 암호화폐 '경북코인' 개발에 협력할 예정이다. 지난 12일에는 국내 온라인 서점인 예스24가 최근 메인넷 개발 뛰어든다고 알리며 이를 위해 오브스와 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어 카카오가 오브스에 투자했다는 소식을 알렸고, 공식적으로 MOU가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오브스 측은 삼성SDS가 진행 중인 블록체인 솔루션 개발·연구에도 참여한다고 밝혔다.

오브스가 국내 회사들과 맺은 MOU가 실제 얼마나 긴밀한 협력으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 하지만 적어도 오브스가 한국을 주요 시장으로 보고 있다는 것, 그리고 국내 파트너사들이 오브스 프로젝트의 잠재력을 인정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궁금증은 자연히 '국내 블록체인 기업들은 왜 오브스와 파트너십을 맺었을까?', '오브스는 어떤 회사일까?'로 이어진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한국서 '블록체인 대중화' 노린다


오브스는 이스라엘의 블록체인 솔루션 기업 '헥사 그룹(Hexa Group)'의 기술 자회사다. 2017년 11월 다니엘 펠레드와 그의 친형인 유리엘 펠레드, 그리고 탈 콜 등 3명이 공동 창업했다.

헥사 그룹 산하에는 ▲헥사 랩스 ▲헥사 파이낸스 ▲헥사 파운데이션 ▲오브스 등 4개 자회사가 있다. 
헥사 그룹 산하에는 ▲헥사 랩스 ▲헥사 파이낸스 ▲헥사 파운데이션 ▲오브스 등 4개 자회사가 있다. 이미지=헥사 그룹 홈페이지 갈무리

 

황성재 파운데이션X 대표는 <코인데스크코리아>와의 전화 통화에서 기자가 오브스의 차별점을 묻자 "오브스는 일단 헥사그룹이라는 투자 네트워크가 있다"라며 "ICO(암호화폐공개)에서도 1300억원 정도 모았다. 규모가 있는 업체다"라고 답했다.

파운데이션X는 오브스의 프라이빗 ICO에 참여해 전략적 투자를 했다. 오브스는 올해 2분기까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ICO를 진행해 1330억원 규모의 자금을 유치한 바 있다. 대중을 대상으로 한 퍼블릭 ICO는 하지 않을 계획이다.

황 대표는 또 "오브스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이 가지고 있는 여러 단점을 보완하는 형태의 크로스체인"이라면서 "실용적인 점이 강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파운데이션X가 투자한 댑(DApp)들이 향후 오브스 메인넷을 사용할 수도 있다며 다양한 협업 가능성을 열어뒀다.

오브스와 함께 콘텐츠에 특화된 메인넷을 개발 중인 예스24 역시 '실용성'을 오브스의 강점으로 꼽았다. 김석환 예스24 대표는 메인넷 개발 파트너로 여러 메인넷 개발사를 고려하다가 오브스를 선택했다고 설명하며 "이더리움 기반으로 실제 비즈니스가 가능하게끔 하는 회사는 현 시점에서 오브스밖에 없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에 있는 오브스 본사에는 직원 70여명이 일하고 있다. 지사는 현재 서울과 미국 샌프란시스코, 싱가포르 등 세 군데로,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서울 사무실이 문을 연 것은 지난 8월이다.

오브스 코인은 아직 전 세계 어느 거래소에도 상장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유리엘 공동 창업자는 한국에서 오브스 코인을 처음 상장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유력한 상장 거래소로 거론되는 곳은 오브스의 거래소 파트너인 코인빗 등이다. 오브스 측은 "원래 올해 4분기 상장을 진행하려고 했지만, 암호화폐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미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유리엘 팔라드 오브스 공동 설립자. 사진=오브스 홈페이지
유리엘 팔라드 오브스 공동 설립자. 사진=오브스 홈페이지 갈무리

 

오브스가 이같이 한국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얼까. 한국에서 커뮤니티 관리와 기술 자문 등을 맡고 있는 김은동 기술 매니저는 "오브스는 블록체인 대중화의 시작점으로 한국을 보고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유리엘 공동 창업자는 지난 11월 <나스닥>에 기고한 글을 통해 "한국은 블록체인 산업에서 떠오르는 선두주자"라며 "미래 지향적인 규제들과 괜찮은 투자 커뮤니티, 대중성을 확보한 모바일 결제 문화들이 있어 블록체인 기술이 대중적으로 사용될 준비가 돼 있는 것 같다"라고 논평하기도 했다. 김은동 매니저는 "오브스는 헥사 그룹과 파트너사를 통해 이미 대중화를 이루기 위한 기반을 다져놨다"라고 설명했다.

 

이더리움 단점 보완한 3세대 블록체인이 목표


오브스는 내년 4월 메인넷을 출시할 예정이다. 오브스가 표방한 플랫폼은 이더리움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한 '하이브리드 플랫폼'이다. 이더리움 세컨드 레이어인 크로스체인을 만들어 이더리움의 유동성, 탄탄한 커뮤니티 등 장점을 그대로 가져오면서 속도와 보안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오브스는 ERC-20, ERC-721 등 이더리움 기반 토큰이 오브스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토큰과 1대 1 비율로 교환될 수 있게 지원한다. 김은동 매니저는 "아토믹 스왑을 발전시킨 '오토노머스 스왑(autonomous swap)'으로 코인이 이더리움과 오브스 메인넷 사이를 오갈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면서 "이미 이더리움 기반으로 출시된 댑도 오브스 메인넷으로 쉽게 넘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트랜잭션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스마트 샤딩' 기술을 개발 중이다. 샤딩은 블록체인상에서 처리돼야 할 데이터를 쪼개 속도를 높이는 기술인데 이를 발전시켜 댑(DApp) 중심으로 처리할 데이터를 묶어 트랜잭션 속도 향상을 꾀하려는 것이다. 김 매니저는 "댑들이 각 서비스와 비즈니스에 맞춰 별도의 '가상 체인'을 만들 수 있게 해 자신만의 샤딩을 구현할 수 있게 지원하려 한다"고 말했다.

오브스가 트랜잭션 속도 향상과 보안성 강화를 위해 기술적으로 제시하는 차별점은 합의 알고리듬에 있다. 오브스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작업증명(PoW), 지분증명(PoS), 위임된 지분 증명(DPoS) 방식을 취하지 않는다. '임의 지분증명(RPoS, Randomized Proof of Stake)'을 채택했다.

 

오브스의 '임의 지분증명(RPoS)' 설명. 오브스는 노드 중 22개 노드를 무작위로 선정해 트랜잭션 사이닝을 처리한다. 이미지=오브스 홈페이지 갈무리
오브스의 '임의 지분증명(RPoS)' 설명. 오브스는 노드 중 22개 노드를 무작위로 선정해 트랜잭션 사이닝을 처리한다. 이미지=오브스 홈페이지 갈무리

 

RPoS는 네트워크 전체 노드 중 무작위로 22개 노드를 선택해 블록 생성 및 검증을 맡기는 방식이다. 22개 노드를 임의로 뽑아 51% 공격을 방지하면서도 빠른 트랜잭션 속도를 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오브스는 또 이더리움에서 예측하기 힘든 트랜잭션 수수료, 즉 가스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트랜잭션 수수료를 고정하려 한다. 댑들로부터 매월 일정 비용을 받고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것이다.

오브스는 올해 3분기 메인넷 베타 버전을 출시했다. 파트너들과 베타 버전 메인넷을 테스트하고 내년 3월까지 플랫폼 최적화를 거쳐 메인넷을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이더리움 이후 수많은 플랫폼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이더리움을 뛰어넘을 차세대 블록체인 플랫폼이 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이들 중 아직 '3세대 블록체인'이라고 부를 만한 메인넷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수많은 메인넷 프로젝트들과 함께 오브스의 내년 성과가 궁금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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