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데스크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산업이 지나온 2018년을 돌아보고 새해를 전망하는 전문가들의 글을 모아 ‘2018 Year in Review’라는 제목의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을 쓴 아르웬 스미트는 블록체인 컨설팅 회사 민트비트(MintBit)와 교통 및 수송 분야의 토큰 스타트업 DOVU의 창립자입니다.

 

코인데스크 2018 리뷰

 

증권토큰 공개(STO)부터 암호화폐 가격 폭락에 따른 암호화폐 겨울까지, 지난해 블록체인 업계에는 실로 많은 일이 있었다. 블록체인 업계에는 이른바 6가지 '양립 불가능한 진실'이 있다. 이 가운데 3가지가 특히 최근 들어 두드러졌고, 올해는 이를 둘러싼 갈등이 더욱 첨예해질 것으로 보인다.

 

1. 이데올로기냐 블록체인 상품의 시장성이냐


벤처캐피털의 시대는 끝났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은 그동안 유니콘 반열에 오른 기업들과 다른 방식으로 투자금을 모으고 시장에 진입했다. 이른바 웹2.0 스타트업이 주식을 분할 발행하고 성장에 필요한 자금을 여러 단계로 나누어 모았다면, 웹3.0 스타트업은 아예 처음부터 한꺼번에 어마어마한 돈을 모았다. 웹2.0 스타트업이 시리즈 D 투자를 받을 때쯤 기업가치가 엄청나게 뛴다면, 웹3.0은 첫 투자를 받는 순간부터 터무니없이 높아 보이는 기업가치를 내세웠다.

웹2.0이든 웹3.0이든 기업들은 모두 시장에 적합한 상품을 내놓는 데 무척 신경을 쓰지만, 웹3.0 기업들은 특히나 처음부터 하나의 완제품처럼 잘 다져놓은 이데올로기가 있어야 한다. (미래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받는 웹 2.0 기업과 달리 처음부터 많은 돈을 투자받기 위한 선결 조건이기도 하다) 이데올로기는 모든 것에 우선하며, 생태계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을 관장하는 원칙이 된다.

전구
이미지=Getty Images Bank

 

아마존은 인터넷 프로토콜을 활용해서 책을 가장 빠르고 손쉽게 살 수 있게 해 쇼핑이라는 경험 자체를 편리하고 즐겁게 바꾸고자 했다. “세계의 정보를 조직화하고 어디에서나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하는 동시에 정보를 쓸모 있게 한다”는 구글의 미션은 지난 14년간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끊임없이 바뀌어 왔다.

경영에 필요한 권한과 의사결정 과정이 중앙화된 회사는 미션을 달리 해석하고 새로운 전략을 시도하기가 비교적 쉽다. 하지만 아마존과 구글이 회사의 방향을 새로 설정할 때마다 모든 주주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면 어떨지 한 번 상상해보자. 현재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까? 아마 아닐 것이다. 많은 사람에게 이데올로기에 대한 이해와 동의를 구하며 이를 진화시키는 것은 분명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다.

2019년에 우리는 변화를 목도하게 될 것이다. 오픈소스를 원칙으로 진행하는 사업 프로젝트는 웹2.0 회사들이 했던 것처럼 단계별로 자금을 모으겠지만, 웹3.0 회사들은 제품의 수익성과 시장성을 증명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투자를 받으려 할 것이다. 벤처캐피털의 역할이 커질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결론적으로, 2019년은 벤처캐피털 귀환의 해가 될 것이다.

 

2. 블록체인이 얼마나 보급됐는지 어떻게 판단할까?


여기 131,000,000,000과 10,000이라는 두 개의 숫자가 있다.

앞의 숫자는 2천여 개 주요 암호화폐 자산의 시가총액을 모두 더해 달러로 환산한 값이다. 뒤의 숫자는 이더리움 기반 댑(dapp, 분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사람의 숫자다. 이제 사람들이 암호화폐나 블록체인 서비스를 얼마나 많이 쓰는지 한 번 살펴보자.

 

 

전 세계에 비트코인으로 결제를 받는 가게와 사업장은 1만 4천여 곳이 있다. 위의 지도에서 빨간색으로 표시된 부분에 주요 사업장이 몰려 있다. 14,000이라는 숫자는 크다면 큰 숫자지만, 미국에만 이름이 존 스미스(John Smith)인 사람이 47,481명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너무 작은 숫자로 보인다. 댑 이용자 수는 어떤 면에서 더욱 초라하다. 가장 인기 있는 이더리움 기반 탈중앙화 거래소(DEX)의 이용자는 하루에 700명을 겨우 넘는 정도다.

 

 

암호화폐를 쓰는 사람은 훨씬 많은데 탈중앙화 거래소를 이용하는 사람이 적은 것이라고 반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용자 수가 많을 것 같은 이더리움 기반 게임도 숫자가 내세우기 민망할 정도로 적기는 마찬가지다.

 

 

올해는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평가 척도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본격적으로 제기될 것이다. 당장 유통되는 토큰의 양에 거래가격을 곱해 시가총액을 구하는 방식부터 블록체인의 가치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방식과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나올 것이다. 매일 몇 명이 서비스에 접속해 블록체인 기술을 직접 썼느냐보다 좀 더 유연하면서도 효율적으로 분산원장 기술이 널리 채택됐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는 척도가 개발될 것이다.

 

3.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


암호화폐를 덮어놓고 사기로 몰아세우는 제이미 다이몬이나 누리엘 루비니 같은 사람들의 일방적인 비난은 이제 트위터에서 팩트체크 몇 번으로 금방 잠재울 수 있는 시절이 됐다. 그러나 암호화폐 지지자들과 암호화폐를 믿지 않는 이들의 격렬한 논쟁은 올해도 계속될 것이다.

 

대립하는 이미지
이미지=Getty Images Bank

 

역사적으로 모든 거대한 변화는 이를 믿고 지지하는 이들이 탄탄한 기반을 형성했을 때만 가능했다. 현재 상황과 기득권에 지치지 않고 도전하고 이의를 제기하며 변화를 만들어냈던 선구자의 기질과 동력은 분산원장 기술을 지지하는 커뮤니티에서도 어느 정도 확인됐다. 다만 이제는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암호화폐 시장이 움직이는 속도는 분야별로, 또 사안별로 천차만별이다. 성공적으로 토큰을 발행하고 판매해 투자금을 모은 프로젝트도 있지만, 중간에 커뮤니티마저 와해된 곳도 많다. 0x처럼 조용히 개발과 실행에 몰두하는 팀이 있는가 하면, 겉으로는 분산원장기술에 여전히 의구심을 보이면서 뒤로는 열심히 이를 연구하는 회사들도 있다. 포춘500대 기업 가운데도 겉보기에 그럴싸한 혁신을 언급하며 블록체인 업계에 발을 담그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개념증명에도 별 관심이 없는 기업도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가 한 말이 어쩌면 핵심을 꿰뚫고 있는지 모른다.

“화폐의 요건이 바뀌고 있다. 화폐가 어떠한 공적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지에 관한 논의도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디지털 화폐에 대한 요구가 보편적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우리 모두 이 방면에서 더욱 신중하면서도 창의적인 관점으로 연구를 계속해나가야 한다.”

나는 분산원장 기술의 잠재력을 언급한 이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아직 이 잠재력은 실현되지 않은 것이기도 하다. 올해야말로 기술의 잠재력이 세상에 빛을 볼 적기일지 모른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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