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빈 재단 홈페이지 캡처
이미지=빈 재단 홈페이지 캡처

 

블록체인 프로젝트 빈 재단(VEEN Foundation)이 KBS1 '추적 60분' 방송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빈 재단은 20일 홈페이지와 21일 텔레그램 공식 그룹을 통해 "이번 방송으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리빈(LIVEEN) 프로젝트를 통해 대중들을 기망하는 행위를 하지 않았으며, 프로젝트를 중단할 일 역시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빈 재단은 "저희는 방송 내용과 달리 정상적인 연구, 개발 및 마케팅. 사업 제휴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빈 재단과 피노텍은 리빈 서비스 국내외 오픈을 위해 총력을 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베타 버전인 리빈은 이용자가 휴대폰의 댑(dapp)에서 자신의 위치 정보를 게재하면 암호화폐인 빈 코인(Veen Coin)을 받는 블록체인 서비스다.

KBS1 추적 60분은 지난 18일 ‘가상화폐 열풍 1년 신세계는 과연 있는가’ 편을 방송했다. 추적 60분은 한국의 IT업체 D회사와 싱가포르 법인 E재단으로 보도했으나, 빈 재단이 스스로 공지를 올림으로써 회사 이름이 공개됐다.

이미지=KBS1 '추적 60분' 갈무리

 

2018년 2월 설립된 빈 재단은 싱가포르에서 리빈의 ICO(암호화폐공개)를 진행한 주체이며, 피노텍은 재단의 용역을 받아 리빈 서비스를 개발하는 회사다. 정부가 2017년 9월 ICO를 전면 금지한 이후, 많은 한국 기업들은 외국에 재단을 설립하고 ICO를 추진했다. 김우섭 피노텍 대표는 페이퍼 컴퍼니 형태인 빈 재단의 이사 세명 중 한명이다.

2008년 설립된 피노텍은 금융권에서 꽤 이름이 알려진 핀테크 회사다. 2014년 초기 중소기업을 위한 주식시장인 코넥스에 상장됐으며,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018년 피노텍을 금융회사의 핵심업무를 핀테크 기업에 위탁하는 지정대리인으로 지정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018년 3월 기업 현장 방문에서 피노텍 등 핀테크 기업의 발표를 들었다. 이미지=한국핀테크지원실 페이스북 캡처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018년 3월 기업 현장 방문에서 피노텍 등 핀테크 기업의 발표를 들었다. 이미지=한국핀테크지원실 페이스북 캡처

 

추적 60분에 출연한 빈 코인 투자자들은 김 대표가 언론 보도에 자주 등장하고, 글로벌 IT 기업 등과 협업했다는 홍보 내용을 신뢰해 투자했다고 말했다. 실제 김 대표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IBM, MS, 오라클 등과 개발 관련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이 회사들은 추적 60분에 리빈 ICO와 빈 코인과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익명의 피노텍 관계자는 추적 60분에 “‘(유명 글로벌) IT 회사의 솔루션을 이용해 (리빈) 플랫폼이 개발된다’고 홍보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김우섭 피노텍 대표에 따르면 빈 재단은 2018년 3~5월 싱가포르에서 ICO를 했다. 일명 '고래'로 불리는 기관투자자 등에게만 프라이빗 세일로 빈 코인을 팔았고, 퍼블릭 세일은 하지 않았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ICO로 약 4만3000이더(ETH)를 투자받았다. 당시 1이더가 60만~70만원 정도였으니 약 300억원 정도"라고 말했다.

이미지=KBS1 '추적 60분' 갈무리
이미지=KBS1 '추적 60분' 갈무리

이미지=KBS1 '추적 60분' 갈무리
이미지=KBS1 '추적 60분' 갈무리

이미지=KBS1 '추적 60분' 갈무리
이미지=KBS1 '추적 60분' 갈무리

 

추적 60분은 방송에서 김 대표의 음성이 담긴 녹취 파일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피노텍이 재단으로부터 개발비 명목으로 300억원을 받기 위해, 기존 피노텍의 적자 등을 활용하자는 김 대표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피노텍이 개발, 마케팅 대가로 3만2000이더를 받았는데 한국에 가져올 때 부가세 등을 모두 납부했다. 정상적으로 가져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회계 자료라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

빈 코인 투자자들은 피노텍의 이름과 기사 등을 믿고 많게는 수억원을 투자했는데, 암호화폐 거래소(코인베네, 마이닉스) 상장과 동시에 가격이 내려가 엄청난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방송에 나온 한 투자자는 빈 코인 1개당 70원으로 약 2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상장 후 가격이 폭락(1개당 약 2원)해 투자금 2억원은 현재 400만여원이 됐다.

상장 직후 빈 코인 가격은 폭락했다. 이미지=코인베네 캡처
상장 직후 빈 코인 가격은 폭락했다. 이미지=코인베네 캡처

 

신근영 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장은 추적60분 방송을 보고 "해당 기업 대표님이 ICO에 성공하고 투자가 아니라 Give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고 밝혔다. 그는 "설사 Give를 받은 재물이라도 기업의 입장에서는 그 재물을 활용해, 기부자들의 기부 목적에 맞는 활동을 성실하게 행할 의무가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기부를 받았지만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사업에 임한다는 멘트가 없는 것이 아쉬웠다"고 했다.

이미지=KBS1 '추적 60분' 갈무리
이미지=KBS1 '추적 60분' 갈무리

 

<코인데스크코리아>는 21일 김우섭 피노텍 대표에게 직접 여러 의혹에 대해 물었다.

-빈 재단의 이사장인가?
이사장은 없고 이사들이 똑같다. 나를 포함해 유럽쪽 이사, 싱가포르 이사 등 3명인데 페이퍼 컴퍼니 형태라, 유럽쪽 이사가 알아서 한다.

-빈 코인이 다단계 형태와 일명 '공구방'에서 판매됐다는데?
(그걸) 2018년 7, 8월쯤 알았다. (빈 재단은) 퍼블릭 세일은 안 했는데 (프라이빗 세일 때) 빈 코인을 받은 사람이 밑에 다단계로 팔았다. 거래소 상장할 때쯤 공구방을 통한 투자자라고 사람들이 찾아왔다. 우리는 상관이 없다고 (해명)했다.

-투자자들은 사기라고 하는데?
그건 다단계로 (비싸게) 사놓고, 우리보고 마케팅해서 (가격) 펌핑하라는 거다. 우리는 가격을 올릴 수 없다. 우리는 메인넷 회사가 아니라 댑 회사다. 현재 7000명이 댑을 다운로드했는데 이용자가 늘면 코인 가격도 올라갈 것이다. 펌핑을 할 자금도 없다.

인터넷에선 피노텍이 개발하는 리빈 프로젝트에 대한 기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미지=빈 재단 홈페이지 캡처
인터넷에선 피노텍이 개발하는 리빈 프로젝트에 대한 기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미지=빈 재단 홈페이지 캡처

 

-IBM, MS 파트너십 홍보는 허위광고 등으로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나?
현행법 위반되는 건 없다. 정부가 암호화폐에 부정적이니까 IBM, 삼성SDS가 (계약 내용을) 공개하지 말라고 한 거다. KBS에도 업무협력계약서를 보여줬다. 광고 플랫폼 엔진에 대해 계약했는데 삼성SDS가 직접 못하니까, 자회사인 에스코어와 계약했다.

-MS, 오라클과 파트너십은?
댑 이용자 7000명의 데이터가 MS, 오라클 데이터베이스에 올라간다. 데이터베이스 사용 계약을 했다.

-'피노텍이 재단으로부터 개발비 명목으로 300억원을 받기 위해, 기존 피노텍의 적자 등을 활용하자'는 녹취에 대해서는 해명이 필요해 보인다.
아니다. 그건 할 수가 없다. 우리는 상장회사다. (예를 들어) 개발비가 200억, 300억원 들어왔다고 하는 건 재무제표를 공개하는 거다. 감사가 안 끝났는데 (지금) 우리가 공개하며 공시법 위반이다.

-투자자들의 분노에 대해 할 말이 있나?
(그들은 프라이빗 세일) 직접 투자자가 아니다. 다단계 판매를 인지 못하고 '공구방'에서 사기당한 분들이다. 도의적으로 죄송하지만 피노텍에서 책임질 일은 없다.

김우섭 피노텍 대표. 이미지=피노텍 제공
김우섭 피노텍 대표. 이미지=피노텍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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