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제스트는 5만원짜리 비트코인 거래를 취소할 수 있나
에어드롭 사고 수습 둘러싼 법률적 쟁점을 따져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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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선
정인선 2019년 1월24일 07:00
지난 19일 저녁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제스트에서 비트코인이 5만5000원에 거래되는 일이 일어났다. 코인제스트는 즉각 긴급 서버점검에 들어갔다. 코인제스트 측은 이번 사태의 원인이 에어드롭 과정에서 일어난 전산 오류라고 해명했고, 다음 날 새벽 거래 재개 및 '롤백(roll back)' 조치 시행을 알렸다. 롤백은 데이터를 특정 시점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을 뜻한다. 거래소 내에서 일어난 모든 거래 데이터를 사고 발생 이전 시점으로 되돌렸단 의미다.

거래소 측의 실수로 비정상적 가격에 상품이 거래되는 일은 비단 암호화폐 시장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전통 금융 시장에서도 유사한 일이 종종 발생한다. 지난해 4월 삼성증권에서는 직원 실수로 우리사주 배당이 현금이 아닌 주식으로 지급되는 대형 사고가 일어난 적 있다. 이른바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건이다.

문제는 사고 수습 방식이다.

유령주식 사태 이후 삼성증권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조사 및 감독 아래 책임자를 징계했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삼성증권에 회원제재금 상한액인 10억원을 부과했고, 금융위원회는 6개월 동안 일부 영업정지, 구성훈 사장에 대해서 3개월 직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물론 삼성증권은 이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에게도 보상을 했다.

반면 코인제스트는 손쉽게 롤백 조치를 취함으로써 이번 사고를 없던 일로 만들었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그날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나


코인제스트 측의 설명에 따르면, 코인제스트는 19일 오후 6시40분께 회원 400명을 대상으로 WGT 코인 3만개를 에어드롭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WGT 코인뿐 아니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다른 암호화폐가 함께 잘못 지급됐다. 코인제스트 관계자는 "코인제스트에 상장된 거의 모든 종류의 암호화폐 3만개가 지급됐다"고 설명했다.(온체인 상 트랜잭션이 일어난 것이 아니라 코인제스트 장부 상에서만 지급된 것이었다.)

자신의 지갑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가 들어온 것을 발견한 회원 10여명이 발빠르게 매도 주문을 넣었다. 대량의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약 400만원 가량에 거래되던 비트코인 가격이 순식간에 5만5000원까지 떨어졌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뿐 아니라 다른 암호화폐 시세도 동반 폭락했다.

지난 19일 코인제스트에서 거래되는 암호화폐가 일제히 폭락했다. 이미지=코인제스트 갈무리

 

코인제스트는 사고 발생 약 20분 뒤인 오후 7시께 긴급 서버점검에 들어가 더이상 거래가 이뤄지지 못하게 막았다. 다음날 새벽 거래를 재개하면서 사고 발생 이전 순간으로 모든 회원들의 장부를 되돌렸다. '롤백'이다.

코인제스트는 이번 사고로 외부 유출된 암호화폐 및 원화가 약 6억원 가량에 달한다고 밝혔다. 문제의 20분 동안 잘못 지급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다른 거래소 지갑 혹은 개인 지갑으로 옮겼거나, 코인제스트에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매각한 뒤 매각 대금을 원화로 출금한 금액 총액이 6억원 상당이라는 이야기다. 그 20분 동안 코인제스트 내에서 거래가 체결됐으나 출금이 되지 않은 거래금액은 6억원보다 훨씬 클 가능성이 높지만, 코인제스트는 이에 대한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잘못 지급된 암호화폐 안 돌려주면 ‘횡령'


코인제스트 관계자는 "회원 10여명 및 다른 거래소에 연락을 취해 약 3억원 상당의 암호화폐와 원화를 돌려받았지만, 일부 고객과는 연락이 두절된 상태"라고 밝혔다. 잘못 지급된 암호화폐는 코인제스트에 돌려줘야 하는 걸까? 끝까지 거래소 측의 반환 요청을 거부하면 어떻게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횡령죄'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게 다수 전문가 의견이다.

이미지=Getty Images Bank

 

김창근 법무법인 원 변호사는 “계좌에 잘못 들어온 암호화폐를 처분한 것이 횡령에 해당하는지는 상황에 따라 달리 해석할 수 있을지 몰라도, (거래소 측의) 반환 요구를 거부한다면 그건 횡령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호석 법무법인 세움 대표변호사는 “은행이 누군가에게 돈을 잘못 지급한 경우 그 사실을 알면서도 돈을 써 버린다면 그건 횡령이다. 은행에겐 그 돈을 돌려받을 권리가 있다. 암호화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잘못 지급된 암호화폐임을 알면서도 임의로 처분했다면 횡령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5만원짜리 비트코인 산 사람은 어떻게 되나?


잘못 지급된 비트코인을 잽싸게 내다 판 사람은 그렇다 치고, 그런 사람들로부터 비트코인을 싼 값에 산 사람은 어떻게 될까? 그 거래를 무효화한 코인제스트의 롤백 조처를 순순히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코인제스트 측은 "롤백 조치로 인해 해당 기간의 거래가 모두 무효처리 됐기 때문에 그 분들의 자산이 아니게 된다"고 설명했다. 거래가 실제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기록된 게 아니라 코인제스트 전산 시스템 상에서만 이뤄졌고, 이를 무효 처리했다는 설명이다. 코인제스트 관계자는 "다만 다른 거래소로 이전한 자산까지는 롤백 조치를 취하더라도 되가져올 수 없어, 타 거래소에도 협조 요청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법 제109조는 “의사표시는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이를 취소할 수 있다. 착오가 표의자(의사표시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때에는 취소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상대방이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를 이용한 경우에는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표의자는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2013다49794)도 있다.

코인제스트 측은 “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5만5000원이라는 건 누가 보더라도 비정상적이다. 착오임을 충분히 인지 가능하므로 이를 매수한 고객은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 대법원 판례와 마찬가지로 거래소 측의 과실로 대량 매도가 일어났고 그 결과 비트코인 시세가 5만5000원까지 하락했더라도, 이를 재빨리 구매한 투자자가 비정상적 가격임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으므로 반환 요청이 정당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여러 법률 및 금융 전문가들의 의견은 코인제스트 측의 주장과 다르다.

이미지=Getty Images Bank

 

익명을 요청한 어느 변호사는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기존에 1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던 품목 매물이 갑자기 쏟아져나와, 일부 이용자가 만원에 물건을 내놨다고 가정해 보자. 그럼 그걸 사고 판 사람들끼리는 '난 이 물건을 만원에 팔테니 넌 만원에 사'라는 계약이 성사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누가 봐도 '(비트코인)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싸네'라고 느낄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넌 원래 이 가격 아닌 걸 알았으니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또 "(5만원에 비트코인을 산) 사람은 '착한 일반인'인 셈이다. 판 사람과 미리 짜고 싼 가격에 거래를 한 게 아닌 이상 거래소가 제3자에게 반환을 요청할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변호사도 "잘못 지급된 비트코인을 판 사람들에게 거래소가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해서 받아야 하는 문제다. 그 비트코인을 5만원에 사간 사람들로부터 돌려받는 건 법률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황현철 박사(재미한인금융기술인협회장, 아톰릭스컨설팅 파트너)는 "거래소 측 실수가 아니라 투자자 실수로 가격을 잘못 입력한 채 거래가 체결됐다면 돌려받을 수 있을까? 당연히 불가능하다. 마찬가지로 거래소 측 과실로 잘못 고시된 가격에 거래가 체결됐다면 그건 거래소의 책임이다. 그 거래를 되돌리기 위해선 피해 보상 등이 원칙에 따라 이뤄져야 하는데, 그런 절차 없이 롤백을 한다는 건 거래소가 임의로 자기 지위를 이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건을 돌아보자. 삼성증권 직원의 실수로 우리사주에게 주당 1000원을 배당한다는 것이 주당 1000주를 잘못 배당한 사건이었다.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고 전산 시스템 상으로만 존재하는 유령주식이지만, 유령주식을 잘못 배당받은 일부 직원들이 매물을 쏟아냈고 그 영향으로 삼성증권 주가가 순간적으로 11% 이상 빠졌다.

삼성증권은 갑작스러운 가격 폭락에 놀라 급히 주식을 매각해 손해를 본 투자자들에게는 당일 최고가를 기준으로 피해보상을 했다. 비정상적으로 낮아진 가격에 유령주식을 산 투자자들은 그 주식에 대한 권리를 그대로 인정받았다. 삼성증권은 회사돈으로 주식시장에서 직접 주식을 사거나 빌려서 유령주식을 진짜 주식으로 바꿔줬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매매한 주식을 처분할 권한은 증권사에게 없다"고 말했다.

 

모든 거래 취소하는 롤백 타당한가?


이날 코인제스트의 롤백 조치로 인해 20여분간 코인제스트에서 일어난 모든 거래가 취소됐다. 이로 인해 법적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을까.

코인제스트 측은 롤백 시행의 근거로 전산 오류 발생 직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뿐 아니라 다른 암호화폐 가격 또한 비정상적으로 등락했다는 점을 들었다. 코인제스트 관계자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은 다른 암호화폐 가격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전산 오류 발생 당일 다른 암호화폐 가격도 -70~-90%로 떨어지는 등 일반적 시세와 차이가 많이 났다. 전체 시장이 왜곡된 이 시점에 일어난 다른 거래 역시 비정상 거래로 간주해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코인제스트 이용약관 제 22조 회사는 동조 각 항에서 정하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로서, 해당 사유가 공공의 이익에 현저히 반한다는 사실 또는 타 회원에 중대한 피해를 유발한다는 사실이 인정되는 경우 해당 거래의 이행이 완료되었다 하더라도 해당 거래를 직권 취소하여 원상태로 복구할 수 있다.

한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코인제스트 이용약관에 나와 있는 ‘타 회원에게 중대한 피해를 유발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시장 왜곡=다수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황'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김창근 법무법인 원 변호사도 "회사법과 관련된 사건에선 진실한 거래와 상거래의 안전 가운데 어떤 것이 우선인지를 따져 봐야 한다. (코인제스트 측 주장처럼) 해당 시점에 매우 큰 거래의 불안정적 요소가 발생했다고 간주한다면, 나머지 (정상적) 거래의 경우 설령 진실한 거래이고 (거래 취소로 인한) 피해자가 발생하더라도 그들이 피해를 일부 감수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관련 사건 경험이 많은 어느 변호사는 "거래소는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의 거래를 단순 중개하는 역할을 할 뿐인데 무슨 자격과 권한으로 거래를 취소하느냐는 근본적 의문도 제기할 수 있다. 매수인과 매도인이 거래 행위를 거래소에 위임했다고 본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지만, 이는 개별 거래소의 이용약관 등을 면밀히 따져 살펴봐야 할 문제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암호화폐 거래소 대표는 "이런 사건 사고들이 계속 터지고 있는데 규제나 지침 같은 것들이 없어 재발방지 혹은 최선의 사후 수습 등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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