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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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가격이 꾸준히 하락하면서 블록체인 업계에 인원감축 소식이 줄을 잇고 있다. 가격 하락세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 몸집 줄이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때 거래량 세계 1위도 기록했던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은 지난 11일 서울 중구의 광화문 고객센터를 폐쇄했다. 2017년 11월 문을 연 지 1년 2개월 만이다. 신규 가입자의 문의는 물론, 기존 가입자의 거래도 대폭 줄어 고객센터를 찾는 이들이 줄었기 때문이다.

빗썸은 지난 9일 공지를 통해 "강남센터와 광화문센터가 '강남센터'로 통합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빗썸의 고객센터는 4개에서 서울 강남, 부산, 대전 등 3개로 줄었다.

또한 빗썸은 지난 12월엔 희망퇴직을 받아 전체 임직원(340여명)의 약 10%인 30여명을 내보냈다. 빗썸은 이른바 '전직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 퇴사자에게 재직개월 수에 기본급을 곱한 금액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빗썸을 운영하는 비티씨코리아닷컴 관계자는 "2017년 말, 2018년 초에 비해 거래량이 20, 30분의 1로 떨어졌다. 4대 거래소 모두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빗썸의 자회사인 콜센터에도 250여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어, 향후 거래 침체가 장기화되면 퇴사자는 늘어날 수도 있다.

서울 강남의 빗썸 고객센터. 이미지=빗썸 홈페이지 캡처
서울 강남의 빗썸 고객센터. 이미지=빗썸 홈페이지 캡처

 

2013년 설립한 한국 최초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도 지난 12월 희망퇴직을 신청받았다. 현재 코빗의 임직원은 약 90명이다. 코빗 관계자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수요 조사를 했다. 결과를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힘든 건 ICO(암호화폐공개)를 진행한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거래소처럼 조직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ICO로 모은 이더(ETH) 가격이 낮아지면서 운영, 개발비용 대기도 벅찬 상황이다. 이더는 코인마켓캡 기준 2018년 1월 1433달러로 정점을 찍었고, 1년여 후인 29일 오전 1시 기준 약 103달러까지 내려갔다.

기업 입장에선 사업 초기에 원화로 환전하지 않았다면 계속 손해가 일어나는 구조다. 이러다 보니 더 버티지 못하고 가지고 있던 이더를 매도하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블록체인 기업 200여곳이 가입한 블록체인 스타트업협회의 신근영 회장은 "2018년 말부터 업계에서 50% 감원한 곳이 많다. 80%까지 감원해야 살아남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시장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중국의 블록체인 미디어 200여개가 문을 닫았다는 기사도 있다"며 "한국도 마찬가지다. 감원뿐만 아니라 블록체인에 진출했던 회사들이 폐업하고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눈에 띈다"고 말했다. 그는 "버블이 꺼지는 마지막 단계"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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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은 외국에서 더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의 이더리움 스타트업 콘센시스(Consensys)는 지난 12월 1200여명의 직원 중 13%를 해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약 156명에 달한다.

“콘센시스 2.0 비전을 수립하고 첫발을 내딛는 지금,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다. 그러나 너무나 안타깝게도 이를 위해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구조조정이다. 콘센시스 솔루션을 비롯해 각 서비스 사업부의 인원을 전체 임직원의 13% 수준에서 감축할 계획이다.”

'좋아요'를 암호화폐로 바꿔주는 글쓰기 플랫폼으로 유명한 스팀잇도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스팀잇의 CEO 네드 스콧은 지난 11월 암호화폐 가격이 내려가 "어쩔 수 없이 인력의 70% 이상을 줄이고 구조조정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으로서는 어떻게든 버티고 생존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암호화폐 채굴기 제조업체 비트메인도 대규모 정리해고에 돌입했다. 현재 3000명을 넘는 직원의 절반 이상을 해고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비트메인은 지난 12월 "여러 가지 사업에 분산돼 있던 역량을 모아 비트메인의 핵심적인 목표에 부합하는 일에만 집중시키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전하진 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은 블록체인 업계의 성장은 장기적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블록체인 기술이 기대한만큼 증명하지 못했다"면서 "그렇다고 기술 개발이 멈춘 건 아니다. 20년 전의 닷컴버블처럼 시간이 걸릴 뿐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블록체인 초기 기업들의 성공 여부에는 물음표를 던졌다. 그는 "인터넷 초기 네띠앙, 야후, 라이코스도 있었지만 살아남은 게 별로 없다"며 "블록체인에서도 다음 세대가 제대로 갖춰서 나올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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