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 법률상담소. 이미지=금혜지

 

코인 관련 사기가 수없이 화제가 되었음에도, 여전히 많은 분들이 큰 수익에 대한 꿈으로 사기성 짙은 프로젝트에 속아 넘어가고 계신 것 같습니다. 또한 프로젝트 자체의 실현 가능성과 별개로 다단계 코인 판매구조에서 사기를 당하시는 분들도 많아 보입니다. 사기 피해자를 한 명이라도 줄이기 위해 대표적인 사례나 구조를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황재영 변호사(AMO Labs/펜타시큐리티)

 

 

블록체인 업계에 종사하며 개인적으로 다양한 사기 피해 사례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속상한 점은 블록체인을 활용한 사업 구조를 이해하시지 못한 상태에서 무작정 지인의 말을 듣고 투자하시는 어르신들이 많다는 점이었습니다. 또한 개인에게 좋은 투자 기회를 소개하고 기업에 원활히 자금을 조달한다는 명목 하에 사실상 사기 수준으로 이루어지는 피라미드형 자금 조달도 여전히 성행하고 있습니다. 허술한 사업계획 사례와 다단계 판매의 수익구조를 살펴보겠습니다.

 

 

프로젝트의 수익모델은 결국 ‘내가 넣은 돈’

알리바바와 아마존 등을 6개월 만에 물리칠 것이라며 신개념 온라인 쇼핑 생태계를 만든다는 프로젝트가 있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구매 후 추첨을 통해 할인율에 차등이 있는 쿠폰을 발급하겠다고 했고, 할인율 수량만큼의 자체 암호화폐를 지급하겠다고 했습니다.

암호화폐는 시장에서 비싼 가격에 거래될 테니 할인받는 금액이 커지고, 이에 따라 사람들이 쇼핑몰에 몰려들 것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또한 이 암호화폐는 쇼핑몰에서 금전과 동일하게 물건 구매에 사용될 수 있다고 했지요.

하지만 구매 후 추첨을 통해 할인받는 대상이 수천만원에서 1억여원을 내고 멤버십에 가입한 이용자로 한정된다는 점은 잘 말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 암호화폐가 시장에서 비싸게 거래될 이유도 전혀 없습니다.

다른 쇼핑사이트와 달리 기본 가격이 높고, 쇼핑몰 내 물품가격이 암호화폐 기준으로 제시되어 있어 암호화폐 가격이 오를수록 비싼 가격에 물건을 사야 하는 형국이기 때문입니다. 즉 내 돈 1억원을 넣어두고 100만원짜리 물건(다른 곳에서는 80만원인)을 마구 사면 갈수록 가치가 떨어지는 토큰(내가 낸 1억으로 발행한)을 조금씩 돌려주는 것입니다.

위와 같은 구조에서는 ‘멤버십 회원’들의 돈이 끊임없이 유입되어 회전하며 인플레이션을 형성해야 그나마 순환구조가 유지될 것입니다. 할인도 받지 못하는 일반 이용자가 해당 암호화폐를 굳이 사서 이 쇼핑몰의 비싼 물건을 구매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실상은 이러함에도, 이 프로젝트는 다단계 금융사기와 유사한 구조를 블록체인으로 적당히 포장해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소개하며 수백억을 모았습니다.

 

 

 

 

이미지=Getty Images Bank
이미지=Getty Images Bank

 

 

 

 

다단계 조직의 수익구조는 이렇습니다

거래소에 상장하자마자 가격이 수직 하락하는 암호화폐를 많이 보셨을 것입니다. 지금이 하락장이라는 환경 외에도, 다단계 판매조직이 상장가 결정에 개입해 과도하게 높은 시초가를 형성한 것이 하락의 이유인 경우도 많습니다.

다단계 조직은 프로젝트로부터 큰 수량의 암호화폐를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인수합니다. 프로젝트는 원활한 자금 조달을 위해 다단계 조직과 손을 잡는 것입니다. 이 계약이 성사되면 암호화폐의 재판매 가격은 판매조직을 거치며 조금씩 상승하기 시작합니다.

피라미드의 정점(최고 상위사업자)은 이윤을 남기고 중간책에게 암호화폐 물량을 팔아버리는 시점에서 이미 탈출에 성공합니다. 중간책은 또 하위책에게 자신의 이윤을 남기고 암호화폐를 팔아버립니다. 감언이설에 넘어가 운영하던 슈퍼마켓을 팔아 전재산을 투자한 시골 어르신은 처음 가격의 수배에서 수십배에 암호화폐를 구매합니다.

암호화폐를 팔아먹은 조직은 이미 이윤을 남겼지만 최소한의 면피는 하고 싶습니다. 그래야 다음에 또 사기를 칠 수 있기도 하지요. 이에 프로젝트에 거래소 상장을 종용하거나 상장 시초가 결정에 압력을 행사합니다. 프로젝트 입장에서는 이 조직이 큰 돈을 투자(?)해준 자금줄이자 하나의 지령을 따르는 암호화폐 보유 집단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가격관리 등을 위해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골 어르신이 구매한 마지막 가격 정도로 거래소에 상장이 이루어지면 당연히 가격은 바로 폭락하게 됩니다. 판매조직은 큰소리를 떵떵 치며, 약속을 지켰는데 왜 제때 수익을 실현하지 못했냐고 할 것입니다.

 

 

 

 

 

 

 

 

이미지=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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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과 제보가 사기를 막습니다

대부분의 사기성 짙은 프로젝트들은 엄청난 비전과 사용자의 이익을 강조하곤 합니다. 하지만 ‘누가’, ‘왜’ 돈을 내놓아 수익모델이 형성될 것인지 합리적으로 따져보면 쉽게 빈틈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욕심에 눈이 멀면 판단력이 흐려진다지만, 그래도 ‘잘 모르는 투자는 하지 말자’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한편 다단계 판매조직의 경우 인터넷이나 블록체인 관련 정보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주 타깃으로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변의 적극적인 제보나 고발이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보다 많은 분들이 사기꾼의 수법과 수익구조를 이해하셔서, 새해에는 더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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