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이 해제되면서 각 정부 기관이 업무를 재개했지만, 암호화폐 투자 상품에 대한 인허가 업무는 당분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를 포함한 연방 정부 기관은 지난해 12월 22일부터 올해 1월 25일 셧다운이 조건부 종료될 때까지 사실상 모든 업무를 중단했다.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셧다운으로 기록된 이번 사태로 인해 암호화폐 상품 출시가 지연되었고, 몇몇 회사는 규제 당국의 승인을 얻고자 제출했던 규정 변경 신청서를 철회했다가 다시 제출하기도 했다.

이미지=Getty Images Bank

 

연방정부 업무가 재개되었지만, 셧다운 5주간 밀린 업무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상태다. 따라서 워싱턴의 암호화폐 관계자들은 비트코인 상장지수 펀드(ETF) 등 새로운 상품에 대한 심사가 신속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전망한다.

블록체인 협회(Blockchain Association)의 크리스틴 스미스는 연방정부 업무 재개가 겨우내 버려뒀던 자동차를 시동 거는 것과 비슷하다며, 규제 기관과 정부 기관들이 완전히 정상 업무를 재개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연방정부 업무가 아직 미흡하지만 조금씩 정상을 찾아가고 있다. 불만스럽더라도 인내심이 필요하다. 최악의 상황에도 기업들은 원래 계획을 취소하기보다는 일정을 늦추는 정도였고, 이제 의욕적으로 일을 다시 추진하는 분위기다.”

SEC의 제이 클레이튼 위원장은 위원회 업무가 정상화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셧다운 동안에도 SEC는 시장 상황을 점검했지만, 자산에 대한 즉각적인 위협을 방지하는 수준의 행동만 취했다.”

그렇지만 이제 4,500여 명에 달하는 직원이 모두 업무에 복귀했으므로, SEC의 부서별로 업무 정상화 방안을 취합하고 있다고 클레이튼 위원장은 전했다. 이 가운데 몇몇 부서는 업무 정상화 방안을 별도로 발표할 예정이다.

 

후유증 


월스트리트 블록체인 동맹(Wall Street Blockchain Alliance)의 최고운영책임자 스티브 에를리히는 미국 역사상 가장 길었던 이번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이 암호화폐 업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연방정부가 또다시 셧다운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이다. 의회와 트럼프 대통령 간의 휴전은 일시적이고, 만일 양자가 오는 15일까지 예산안과 국경 장벽 문제에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연방정부는 다시 셧다운에 돌입한다.

“기업들은 21일간의 일시 해제가 끝나면 연방정부가 다시 셧다운될 수 있다고 본다. 더 이상 셧다운이 없다는 보장이 없는 한 연방 규제 기관들은 우선순위가 높은 핵심 업무와 기본 업무에 집중할 것이므로, 암호화폐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셧다운이 또다시 발생하는 것을 막으려면 민주당이 다수당인 하원과 공화당이 다수당인 상원이 머리를 맞대고 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상하원 협의회가 회의를 소집하고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한 건 셧다운이 일시 해제된 지 거의 일주일 후인 지난달 30일이었다.

에를리히는 이번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인해서 미국에서 사업을 하거나 본사를 운영하려던 기업들이 다른 나라로 발길을 돌릴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미국 정치환경이 안정될 것이라는 확신이 없으면 미국에 근거지를 두려고 하지 않거나, 미국 고객을 배제함으로써 위험을 줄이려는 기업이 나올 것이다. …… 미국에 발이 묶인 기업들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디지털 자산 거래 플랫폼인 템플럼 마켓(Templum Markets)의 CEO 빈스 몰리나리는 SEC가 셧다운 동안 300명도 안 되는 인원으로 “막대한 업무량을 소화하기 위해 믿기 힘들 정도로 애썼지만” 21일간의 셧다운 일시 해제는 밀린 업무를 처리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몇 주씩이나 업무가 마비되었기 때문에 아무리 애써도 당장 업무가 정상화될 수는 없다.”

실제로 뉴욕증권거래소 아르카(NYSE Arca)와 비트와이즈(Bitwise Asset Management)가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를 출시하기 위한 규정 변경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SEC는 이를 검토, 심사한다는 공지를 아직도 연방정부 공보(Federal Regiser)에 게재하지 않았다. SEC가 새로운 신청서를 검토할 여력이 없어 심사 착수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약 없는 규제 기관 승인 


셧다운 때문에 이미 출시가 지연된 암호화폐 상품도 있고, 규정 변경 신청 등에 대한 심사 업무도 기약 없이 밀리고 있다.

에를리히는 규제 기관과의 협력 관계를 이렇게 평가했다.

“SEC는 핀테크 분야 전담 부서 핀허브(FinHub)를 설립하는 등 암호화폐 스타트업과 소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암호화폐 업체들도 SEC를 비롯한 규제 당국과 사업 모델과 계획을 놓고 활발하게 논의를 이어왔다. 하지만 셧다운으로 이 모든 논의가 중단되고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며 다시 논의가 재개되더라도 전과 같은 협력 관계를 회복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실제로 자산 운용사인 밴에크(VanEck)의 CEO 얀 밴에크는 시카고 옵션거래소(Cboe)가 이달 초 밴에크, 솔리드X와 함께 제출했던 비트코인 ETF 신청서를 연방정부 셧다운 때문에 철회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관련 기업들은 SEC와 사전조율 작업을 하고 있었으나, 셧다운으로 모든 대화가 중단되었다고 한다. 시카고 옵션거래소는 지난달 31일 비트코인 ETF를 다시 신청했지만, NYSE 아르카/비트와이즈의 신청서와 마찬가지로 아직 연방 공보에 게재되지 않았다.

뉴욕증권거래소의 모회사 인터콘티넨털 익스체인지(ICE, Intercontinental Exchange)가 설립한 비트코인 선물거래소 백트(Bakkt)의 출범도 초미의 관심사지만, 아직 승인이 나지 않았다. 백트는 CFTC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으며, CFTC 위원들이 먼저 30일간 의견을 수렴하고, 이어 최종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따라서 백트가 언제 정식으로 출범할지는 아직 아무런 기약도 없는 셈이다. 백트의 대변인은 이에 관한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

한편, 암호화폐 거래소 에리스엑스(ErisX)도 파생상품 청산 기관으로 등록하는 데 필요한 CFTC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지만, 셧다운으로 CFTC와의 논의가 중단돼 애를 태우고 있다. 에리스엑스의 CEO 토마스 치파스는 셧다운 당시 연방정부 업무가 재개되면 CFTC 직원들을 다시 만나겠다고 밝혔지만, 에리스엑스 측은 자세한 설명을 거부했다.

에를리히는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의 또 다른 후유증으로 SEC의 토큰 판매에 관한 지침이 지연되고 있는 점을 꼽으며 이렇게 덧붙였다.

“공무원들이 산더미같이 쌓인 밀린 서류를 처리하느라, 암호화폐 관련 업무가 뒷순위로 밀리고 있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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