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Getty Images Bank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블록체인 분석 전문업체 뉴트리노(Neutrino)를 인수하기로 발표한 뒤 곤욕을 치르고 있다.

문제가 발생한 지점은 지안카를로 루소, 알베르토 오르나기, 마르코 밸러리 등 뉴트리노에서 각각 CEO, CTO, CRO 등 임원직을 맡고 있는 사람들이 과거 스타트업 '해킹팀(Hacking Team)'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인물이었다는 사실이다. 해킹팀은 인권탄압국으로 알려진 독재 정권과 군부 등에 사용자 몰래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악성 소프트웨어인 스파이웨어(spyware)를 판매한 것으로 알려진 곳이다.

이에 비트코인 이용자들은 코인베이스의 뉴트리노 인수에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또 온라인상에서는 코인베이스 탈퇴 캠페인이 번지고 있다. 트위터에는 코인베이스 탈퇴 캠페인을 뜻하는 해시태그 '#DeleteCoinbase'가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사우디 반정부 성향 언론 기자 자말 카쇼기 살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는 사우디 정보 당국이 해킹팀의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한 전력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해킹팀은 회사 홈페이지에 “효과적인 공격 기술”을 접목한 “정부 감청용 해킹 세트”를 제공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마더보드>는 에티오피아와 아랍에미리트 정부도 언론인을 감시하고 연행하는 데 해킹팀의 스파이웨어를 이용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현재 코인베이스 탈퇴 캠페인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구글에서 #DeleteCoinbase 해시태그를 검색해보면 500건 이상의 결과가 나오지만, 그 가운데 중복되는 결과도 많고 적잖은 결과가 뉴트리노 인수 발표 전에 작성된 게시물이기도 하다. 또 코인베이스에 등록한 사용자 숫자가 1,300만 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500건이라는 숫자는 크다고 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코인베이스의 뉴트리노 인수 결정에 블록체인 업계의 거물 가운데 곧바로 등을 돌리는 이들이 나왔다. 샤이니포니벤처스(Shiny Pony Ventures)의 창립자이자 암호화폐 투자회사 코인셰어즈(CoinShares)의 최고전략책임자인 멜템 데미로스는 이번 사태 이후 앞으로 코인베이스를 이용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말했다.

“뉴트리노와 같은 평판 문제, 더 솔직히 말하자면 운영진의 도덕성 문제가 전혀 없는 블록체인 분석 업체들도 얼마든지 많다. 그동안 코인베이스는 개방되고 포용적인 금융 시스템을 주창해왔는데, 여기에 정면으로 상충하는 결정을 내렸다고밖에는 볼 수 없다. 뉴트리노를 인수하기로 한 것은 결국 비트코인을 감시용 도구로 사용하겠다는 구상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인데스크는 이번 결정에 공개적으로 반발하며 탈퇴한 이용자 현황을 코인베이스 측에 문의했으나 코인베이스는 답변을 거부했다. 코인베이스가 결정을 바꿔 이에 관한 답변을 보내오면 기사를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코인베이스 로고. 이미지=코인베이스
코인베이스 로고. 이미지=코인베이스


위험을 감수할 만큼 인수 효과 날까?


지난달 코인베이스의 엔지니어링 및 제품 책임자 바룬 스리니바산은 코인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뉴트리노를 인수하면 코인베이스가 내부적으로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취급하는 암호화폐 가짓수를 빠르게 늘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코인베이스 대변인은 <더블록>과의 인터뷰에서 뉴트리노 운영진의 이력에 논란의 소지가 없지 않지만, 뉴트리노 인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기회가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뉴트리노의 평판 문제는 이미 공공연한 일이었다. 2013년 비영리 언론단체 '국경없는기자회'는 수단,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멕시코 등 수 많은 국가에서 자행되는 정부의 언론 탄압에 해킹팀이 가담했다며 해킹팀을 세계  5대 “인터넷의 적”으로 꼽기도 했다. 2017년에는 이탈리아 경제개발부가 이집트와 같은 국가에 감시용 기술을 수출하는 해킹팀을 향해 다른 나라의 인권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비난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이용자들은 코인베이스가 해킹팀 출신 인사들을 영입한 것에 반대하면서도 계정을 폐쇄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SNS에 호소하고 있다.

코인베이스 계정을 폐쇄하려면 잔고가 0이 돼야 한다. 그러나 가격이 끊임없이 바뀌고 거래마다 수수료가 붙는 비트코인과 암호화폐 거래의 특성상 대부분 계정에는 이른바 ‘먼지(dust)’라고 불리는 아주 작은 비트코인 조각이 남아있다. 그리고 이런 조각들은 너무 작아서 이용자가 자체적으로 전송하기 어렵다.

이번 사태로 향후 코인베이스 이용자 수에 어떤 유의미한 변화가 있을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우선 코인베이스가 제공하는 플랫폼은 비트코인 거래에 입문하는 초보자들이 사용하기 편리하다는 분명한 장점이 있다. 또 기존 이용자로서도 새로운 거래소로 옮겨가는 절차는 생각보다 무척 번거로운 일이다. 암호화폐가 개발되기 훨씬 이전부터 금융 시장에서 고객들이 금융 회사 한 곳을 선택하면 좀처럼 회사를 바꾸지 못하고 관성적으로 계속 이용하던 이유와 다르지 않다. 데미로스는 시간을 두고 지켜보면 이번 결정의 여파가 좀 더 분명해질 거라고 말했다.

“고객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결국엔 옮겨간다. 페이스북만 봐도 그렇다. 불만에 가득 찬 수많은 이용자들이 페이스북을 떠났다. 결국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지켜볼 일이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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