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업계에 이제 막 발을 들이려는 사람이 블록체인의 기초에 관해 얼마나 잘 아는지 시험해보고 싶다면 IS가 비트코인의 블록체인 노드를 운영하면 어떻게 되겠냐고 물어보면 된다. 그런 일이 가당키나 하겠냐는 듯한 표정을 짓거나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는 반응을 보인다면 블록체인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가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비트코인을 비롯해 탈중앙화 프로토콜을 따라 만들어진 암호화폐는 누가 네트워크에 참여하든 원칙적으로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즉 암호화폐를 떠받치는 보안 모델이 소위 비잔틴 장군 문제(Byzantine General's Problem)를 풀어내는 데 누가 네트워크에 참여하는지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테러 단체 IS는 존재 이유부터 악마 같은 단체일지 몰라도 IS가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50% 이상을 장악하지 않는 한 그 단체가 영웅이냐 악마냐는 전혀 상관이 없다.

분산원장이란 분명 표면적으로 참여자들 사이에 ‘신뢰가 필요 없는’ 장부라는 속성을 지니지만, 거래소, 신탁, 가격 공시 등 암호화폐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많은 제삼자 업체들은 모두 고객의 신뢰를 받지 못하면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특정 기업을 신뢰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이들이 누구인지가 중요해진다는 사실이다. 최근 여러모로 문제가 많은 블록체인 분석 업체 뉴트리노를 인수했다가 낭패를 보게 된 코인베이스가 명심해야 하는 교훈이기도 하다.

코인베이스가 거래를 취급하는 암호화폐의 기반 기술인 분산원장기술에는 신뢰가 필요 없을지 모르지만, 코인베이스의 사업 모델은 대규모의 펀드나 자산을 수탁하는 것이 핵심이므로, 고객과 신뢰를 쌓고 유지해야만 사업을 지속할 수 있다. 코인베이스는 지난주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쌓고 유지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다시 한번 깨달았을 것이다. 고객과의 신뢰를 유지하려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어떤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할지, 또 다른 업체와 제휴나 계약을 맺으면 고객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고려해야 하는데 코인베이스는 여기서 신중하지 못했다.

이미지=Getty Images Bank

 

뉴트리노와 해킹팀


브레이커매그(BreakerMag)의 데이비드 모리스는 뉴트리노의 창립자들이 독재 정권이 시민을 불법 사찰하는 것을 도운 악명 높은 이탈리아의 IT 기업 해킹팀(Hacking Team)에서 프로젝트를 주도하던 이들이라고 밝힌 뒤 트위터와 기타 소셜 미디어에서는 해시태그(#DeleteCoinbase)와 함께 코인베이스 탈퇴 캠페인이 일어났다.

이러한 역풍은 전혀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국경없는기자회(Reporters Without Borders)는 이미 보고서에서 해킹팀이 수단과 모로코 등 세계 각국의 인권탄압국에 협조해서 “인권과 정보의 자유를 짓밟았다”며 해킹팀을 5대 “인터넷 악덕 기업” 중 하나로 꼽았다.

<워싱턴포스트>는 해킹팀이 기자 자말 카쇼기를 살인한 사우디 당국에도 상품을 판매했다고 보도했다. 토론토의 한 인권단체는 해킹팀이 에티오피아 독재 정권이 국외에 거주 중인 반체제 인사들의 활동을 감시하는 일을 거들었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사실이 밝혀지고 얼마나 많은 사용자가 코인베이스 계정을 실제로 삭제했는지는 알 수 없다. 계좌를 닫고 계정을 삭제하려면 잔액이 0원이 되어야 하는데, 비트코인을 출금하더라도 이른바 ‘먼지(dust)’라 불리는 아주 작은 비트코인 조각이 남아 잔액을 0으로 맞추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게다가 남은 잔액을 전부 온라인으로 어디에 이체할 수도 없다.

https://twitter.com/udiWertheimer/status/1100804821064523776

개발자 우디 워테이머는 이런 상황에서 아예 코인베이스 트러스트체인 지우기 운동(#DeleteCoinbaseTrustChain)을 시작했다. 코인베이스 사용자들이 남아있는 비트코인을 서로 전송해서 잔액을 0으로 만들고 계정을 지워버리자는 운동이다.

어찌 되었건 뉴트리노 인수를 통해 긍정적인 브랜딩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게 되었다.

 

잘못된 메시지 전달


코인베이스 대변인은 앞서 <더블록>과의 인터뷰에서 “뉴트리노의 창립자들이 해킹팀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 때문에 보안, 기술, 고용 부분을 특히 세심하게 살펴보았다”라고 말했다.
“코인베이스는 해킹팀의 행위를 용납하거나 변호할 생각이 없다. 그러나 코인베이스가 분석 기능을 자체적으로 보유해 고객 정보를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고 암호화폐 분석 기업 가운데 뉴트리노가 우리의 목적을 이루는 데 가장 적합했다.”

코인베이스의 기업 영업 책임자 크리스틴 샌들러는 앞서 코인베이스와 계약을 맺었던 서비스 제공자 체다(Cheddar)가 “실제로 고객 정보 일부를 외부에 판매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고객 정보 유출을 더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점은 물론 다행이다. 그러나 고객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자체적인 분석 기능을 보유해야만 하느냐는 조금 다른 문제로, 여기서 필요한 것이 바로 고객이 코인베이스를 얼마나 신뢰하느냐의 문제다. 코인베이스에 대한 고객의 신뢰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코인베이스가 자체적으로 분석 기능을 갖추는 일이 지지를 받기 어렵다. 고객의 신뢰를 유지하는 일은 무척 어렵다. 당장 해킹팀처럼 비도덕적인 프로젝트에 가담한 이들을 고용하거나 계약을 맺으니 신뢰가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이미지=Getty Images Bank

코인베이스가 해킹팀 출신 인사들을 영입한다고 고객을 감시하거나 고객의 권리를 남용하려고 한다고 비판한다면 이 또한 비약일 것이다. 그동안 코인베이스는 2천만 명 넘는 사용자들의 자산을 안전하게 잘 지켜왔고, 뉴트리노를 인수한다고 해서 코인베이스가 앞으로 고객의 자산을 보호하지 않는다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코인베이스는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되는 기업이다.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대중의 신뢰를 얻고, 강화하고 유지해야 한다. 흔히 말하듯 신뢰를 얻기는 무척 힘들지만, 잃어버리는 것은 한순간이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정해진 신탁 의무를 다한다고 알아서 신뢰가 쌓이는 것도 아니다. 블로그 게시물부터 사업상의 결정까지 모든 것을 고객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평가받는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한다.

 

신뢰할 수 있는 대안


은행과 금융기관은 고객의 신뢰라는 난제와 수년간 씨름해왔다. 이들이 브랜딩에 많은 투자를 하고, 상호나 상품명에 “trust(신뢰)”나 “fidelity(신의)” 같은 단어를 사용하거나 기업 로고에 신경을 쓰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다.

이처럼 다방면으로 노력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은행에 대한 공공의 신뢰는 역대 최저치에 가깝다. 그러나 은행이 고객을 잃고 있지는 않다. 대부분 사람은 거래 목적으로 어쩔 수 없이 은행을 사용한다. (주거래 은행을 바꾸는 일도 번거롭기 때문에 사용자들은 보통 거래하던 은행을 계속 이용하는 경향이 짙다.)

코인베이스도 어쩌면 이와 비슷한 ‘관성’에 기대고 있는지 모른다. 다른 암호화폐 거래소보다 사용자 기반이 넓고 사용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마불사’라는 형용사가 종종 붙는 무사안일주의에 빠진 은행들의 대안으로 코인베이스가 성공을 거두려면 더 높은 기준을 세워 대중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라이트닝 네트워크나 기타 탈중앙화 기술로 인해 암호화폐 사용자들이 ‘스스로 은행이 되고’ 거래소나 신탁 업체에 의존하지 않고 자산을 관리할 수 있게 된다고 해도, 신뢰를 바탕으로 한 기업들은 계속해서 암호화폐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할 것이다. 또한 새로운 기술이 더 널리 보급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고 험하다.

코인베이스가 뉴트리노 논란과 코인베이스 탈퇴 캠페인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이미 중대한 타격을 입은 것도 사실이다.

코인베이스와 기타 중개인들이 암호화폐 산업을 키우고 탄탄한 브랜드를 만들기 원한다면, 사용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코인베이스는 이 칼럼이 작성된 직후 미디엄 블로그를 통해 문제의 해킹팀 프로젝트에서 일한 뉴트리노 직원들을 해고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https://www.facebook.com/coindeskkorea/posts/2240865132795341?__xts__=68.ARBzS4vB2Bnf_skxetLmgSd7AVKj7a_jYNQkLY1cU-KlvAuXVgTtuU7iVgIYXXkyfzfSSGj_pYlpbhGSV0TlYLwOwNyAbZHAxB3oMnMOmhJApGYtU5NQYlVfZxfRXLC3pG9sq-QdYm1NdwPPauZ9wmk0_Vwap8R2jYc_a2lIxDBAjS7sfY_qrO-9IWt0Y5_wcPyDUZr9Z_D-c924SFd_VIofN0SqHLqjXltqyviE-w_ku5EnZVyECU4pfCe3M6CNtnFZNhOHcJAxEzf0jefaVHPW-5BEJ7bVS8S0vVD3Q6VGspIC-EfAiXg-UuwUqZkYscpJDUHi8lsn7oXDNJFPRtDOm2wi&__tn__=-R

 

https://www.facebook.com/coindeskkorea/posts/2240451239503397?__xts__=68.ARCvW__nn6mqeM0caaxS3Dg7m6XH4ay1AiKmKMQgykUBjmy5f7akwJUE2faqG7-OLl1ORX1KBAv-4PR9w7lNsFhYhwLpAoncp-bDhXNocJ9qKhkPsM_bGg4QuGkteM0ImGbqxGwmRlR7R2HWT_uzjhVU4dHrBp6tll8Fjga9gA8zeceYDq_evu2xYg-72KsWenVgeBuYdV_rjBwEYEmLRozp7G_vGWYLxVJGHUeYgAr7BhWRpc-IVznyjTfAZQH5Nsuks1jujsSXAmwIRaUIXD7gaDWKfx6mQDM1EQuvOu1MSMwhvmIMJWwYSilS7lbAqNBZRCWXNna7BABdNzEF6xQz-c06&__tn__=-R

 

번역: 뉴스페퍼민트

Michael J Casey Michael J. Casey is CoinDesk's chief content officer. Previously, Casey was the CEO of Streambed Media, a company he cofounded to develop provenance data for digital content. He was also a senior advisor at MIT Media Labs's Digital Currency Initiative and a senior lecturer at MIT Sloan School of Management. Prior to joining MIT, Casey spent 18 years at The Wall Street Journal, where his last position was as a senior columnist covering global economic affairs. Casey has authored five books, including "The Age of Cryptocurrency: How Bitcoin and Digital Money are Challenging the Global Economic Order" and "The Truth Machine: The Blockchain and the Future of Everything," both co-authored with Paul Vigna. Upon joining CoinDesk full time, Casey resigned from a variety of paid advisory positions. He maintains unpaid posts as an advisor to not-for-profit organizations, including MIT Media Lab's Digital Currency Initiative and The Deep Trust Alliance. He is a shareholder and non-executive chairman of Streambed Media. Casey owns a small amount of bitcoin.
제보,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
저작권자 © 코인데스크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