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셰 호겍 시린랩스 최고경영자(CEO) 사진. 사진=코인데스크코리아
모셰 호겍 시린랩스 최고경영자(CEO). 사진=코인데스크코리아

 

블록체인 스마트폰 스타트업 시린랩스의 최고경영자(CEO) 모셰 호겍(Moshe Hogeg)이 이스라엘에서 잇따른 송사에 휘말리고 있다.

이스라엘 언론은 지난 1월 호겍을 상대로 제기된 소송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원고인 중국인 투자자 저웬 후는 호겍이 암호화폐를 판매한 자금을 개인적 용도 혹은 시린랩스가 포함된 투자 포트폴리오의 이익을 위해 유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 법원은 호겍과 저웬 후에게 당초 3월15일까지 합의하라고 기한을 정해줬다가 해당 기한을 두 달 연장했다.

앞서 호겍은 자신의 회사 인베스트닷컴(invest.com)을 상대로 제기된 소송에서 합의한 적이 있다.

호겍이 공동 창업하고 권투선수 플로이드 메이웨더가 홍보한 스타트업 스톡스(Stox)는 ICO(암호화폐공개)로 3500만 달러를 모은 프로젝트다. 원고는 호겍이 이 ICO 수익금을 빼돌려 시린랩스나 자신의 벤처캐피털인 싱귤라리팀(Singulariteam), 블록체인 스타트업 오브스(Orbs) 등 다른 프로젝트에 자금을 댔다고 주장했다.

스톡스 소송에서 원고는 호겍이 자신이 세운 회사인 인베스트닷컴과의 제휴 사실을 홍보하며 사람들이 스톡스 ICO에 투자하도록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ICO의 혜택을 부풀리기 위해 실질적으로 “자기 자신과 이중계약을 맺은 격”이라고 했다. 원고는 또 호겍이 텔레그램에서 프로젝트의 수장이 아닌 투자자로 자신을 소개하며 참여자들의 오해를 불러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스톡스 소송과 관련해 호겍은 코인데스크에 “소송 자체가 완전히 어불성설”이라며 “법정에서 빠르게 정리될 사안”이라고 말했다.

스톡스 소송의 원고는 호겍이 현재 CEO로 있는 스타트업 시린랩스로 자금을 부적절하게 유용했다고 주장한다. 시린랩스는 2017년 토큰 판매를 통해 1억 5,700만 달러 이상을 모금했으며, 현재 블록체인 스마트폰 피니(Finney)를 개발해 유통을 맡을 협력사를 찾고 있다. 호겍은 자신도 시린랩스에 많은 돈을 투자한 투자자 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호겍은 2017년에 스톡스를 떠나 카자흐스탄 투자자이자 시린랩스의 창립자인 켄제스 라키셰브로부터 시린랩스의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원고는 호겍이 시린랩스에 합류하기 전에 스톡스 ICO에서 모은 돈 일부를 유용해 블록체인 회사 오브스에 사용했다고 주장한다. 호겍은 스톡스 ICO가 진행됐던 해에 싱귤라리팀을 통해 투자한 스타트업 웨비도(Webydo)가 출범한 리드코인(LeadCoin)에서 ICO 자문을 맡았다. 싱귤라리팀에서 두 번째 경영권을 행사하는 이사는 (시린랩스의 창립자) 라키셰브다.

 

얽히고설킨 거미줄


코인데스크는 브루클린의 콘센시스(ConsenSys) 산하 블록체인 전문 분석 업체 알레시오(Alethio)와 함께 호겍이 참여한 ICO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았다. 알레시오는 스톡스와 시린랩스, 리드코인의 ICO를 분석한 세 편의 보고서를 제공했다.

보고서는 세 건의 ICO에서 가장 많은 코인을 보유하게 된 인물이 모두 같은 사람이었으며, 2019년 2월 기준으로 해당 투자자가 각 토큰의 3%가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리드코인 ICO가 진행되는 동안 이 투자자의 지갑(0x8c373ed467f3eabefd8633b52f4e1b2df00c9fe8)에서 몇 차례 특이한 패턴을 보이는 송금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알레시오는 블록체인 분석을 통해 지갑의 주인이 누군지는 밝혀낼 수 없었다. 호겍의 대변인도 지갑 소유주를 밝힐 수 없다고 했다. 블록체인 분석을 통해 알아낼 수 있는 것은 세 종류의 토큰이 들어있는 해당 지갑이 반복적인 대리 전송(proxy transfers)을 통해 우회적으로 리드코인을 지급받았다는 사실이다.

알레시오는 추가로 시린랩스의 SRN 토큰 판매 기간 동안 SRN 판매 공식 지갑을 통해 4564이더(ETH)를 받은 지갑을 발견했다. 이 지갑(0x59b681402bcb2c8460a506a88d75be1cf1326528)은 이후 지급받은 이더를 SRN 판매 계좌로 다시 전송했다.

알레시오의 데이터 과학자 대닝 수이는 SRN 토큰 판매에서 이더가 수차례 전송된 사실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분석에 따르면 전체 SRN 토큰의 절반이 이 지갑으로 들어갔고, ICO가 종료된 뒤 거래소로 나온 토큰은 대부분 이 지갑에서 나온 것이었다.

두 지갑 모두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거래 기록이 남아 있다.

호겍의 대변인은 지갑에 대한 정보는 알려줄 수 없다며, “이 지갑은 시린랩스 사전 투자에 참여했다”라고만 밝혔다. 이 지갑이 왜 리드코인 판매를 통해 SRN 토큰을 받았냐고 묻자 호겍의 대변인은 “더 이상의 정보는 드릴 수 없다”라고 말했다.

토큰을 팔고 받은 이더(ETH)는 지갑 0x59b681로 흘러 들어갔다가 이후 판매용 계좌로 재전송됐다. 도표=알레시오 제공

 

블록체인이 말해주는 것들


수이는 블록체인 데이터만으로는 두 지갑 사이에 관련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또 공통의 투자자가 있다는 점 외에 세 차례 토큰 판매에서 특별한 연결 지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알레시오는 리드코인의 토큰을 받은 지갑이 총 14개라고 밝혔다. 중간에 대리 전송이 있지만, 리드코인 토큰은 아래와 같이 원래 판매 계약을 통해 생성, 지급됐음을 역추적해 확인할 수 있었다.

도표=알레시오 제공

 

알레시오의 분석을 요약하면, 리드코인의 ICO를 통해 발행된 토큰이 수많은 개별 지갑을 통해 SRN과 STX를 가장 많이 보유한 지갑 중 하나로 전송됐다는 것이다.

시린랩스의 대변인은 리드코인 판매에서 사용된 이 지갑이 싱귤라리팀 그룹이나 호겍의 컨설팅 회사인 얼라인먼트 그룹(Alignment Group)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브로커 지갑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지갑에 리드코인 토큰이 있는 이유는 지갑의 소유자가 리드코인에 투자를 했기 때문일 것이다.”

수이는 알레시오의 분석 도구만으로 데이터를 다 해석할 수는 없다며, 다만 사람들이 자금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이해하고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얼라인먼트 그룹


위에 언급한 소송은 차치하더라도, 호겍과 다른 암호화폐 기업 간의 관계도 경색된 것으로 보인다.

2013년에 블록체인 산업에 뛰어든 호겍은 이스라엘에 있는 여러 암호화폐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함께 일해왔다. 호겍은 벤처캐피털 펀드 싱귤라리팀과 블록체인 컨설팅 기업 얼라인먼트 그룹을 소유하고 있다. 2017년의 언론 보도에 의하면 호겍의 싱귤라리팀, 블록체인 기업 블록체인IL(BlockchainIL), 암호화폐 투자 그룹 코인트리 캐피털(CoinTree Capital)은 ‘블록체인 사업의 구심점’으로 얼라인먼트를 설립했다. 같은 보도를 보면 얼라이먼트의 고객사 가운데는 방코르(Bancor)도 있다.

실제 방코르의 로고는 얼라인먼트의 포트폴리오 페이지에 실려 있다. 시린랩스가 SRN 토큰 판매에서 방코르와 협업하고, 방코르가 페이스북에 SRN에 대한 포스팅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방코르의 대변인은 “방코르 창립자들은 투자자로서 모셰 호겍과 협업한 적이 없다”라며 “얼라인먼트 그룹과 어떤 계약도 맺은 적이 없다”라며 선을 그었다.

오브스의 기업 로고도 얼라인먼트 웹사이트에 게재돼 있다. 오브스 대변인은 “몇몇 오브스 창립자들이 얼라인먼트와의 협업을 고려했던 것은 사실이나 공식적으로 협업을 한 적은 없다”라고 말했다. 오브스의 창립자이자 전 코인트리 CEO인 펠레드는 2017년 ICO 웹사이트에서 리드코인의 자문을 맡기도 했다.

호겍은 얼라인먼트가 출범하고 몇 주 뒤 펠레드와 허조그가 자문회사를 떠나 자신이 얼라인먼트의 단독 소유주가 되었다고 했다. 오브스 대변인은 호겍의 암호화폐 프로젝트에 전혀 연루된 바가 없다고 했지만 코인데스크는 호겍이 싱귤라리팀을 통해 오브스에 투자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싱귤라리팀과 얼라인먼트의 CEO인 아비샤이 지브는 두 회사 모두 방코르와 오브스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지브는 투자 형태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며 얼라인먼트는 서비스를 제공했고, 싱귤라리팀은 전통적인 법정화폐로 투자했으며 호겍은 암호화폐로 투자했다고 말했다.

지브는 현재 이스라엘에서 법적 제약이 있어 “싱귤라리팀이 벤처 회사로 ICO에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모셰나 다른 파트너들이 개인 투자자로 가끔 투자를 하는 것 같다. 얼라인먼트는 주로 ICO 이전에 서비스 계약을 통해 대금을 지급받는다.”

싱귤라리팀의 최고재무관리자(CFO) 가이 엘라나니는 시린랩스에서도 CFO를 맡고 있다.

소송의 원고는 호겍이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Binance)에 스톡스 토큰이 상장될 수 있다고 말하며 투자자들이 ICO에 참여하도록 부추겼다고 주장한다. 얼라인먼트 그룹은 포트폴리오 페이지에 바이낸스를 올려두었다. 그러나 바이낸스의 대변인은 코인데스크에 얼라인먼트와 제휴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분명히 말했다.

“우리는 얼라인먼트 그룹과 어떠한 제휴도 맺고 있지 않다. 아마 개인적인 프로젝트 참여를 포트폴리오에 포함해서 로고를 웹사이트에 올려둔 것 같다. 예를 들어 개인적으로 바이낸스코인(BNB)을 보유하고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바이낸스는 스톡스는 물론 모셰와도 제휴를 맺은 적이 없다.”

 

시린랩스


스톡스나 리드코인 토큰과 비슷하게 시린랩스의 SRN 토큰은 이더리움 가격이 하락한 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ICO 관련 집단 소송 웹사이트인 ICO-class-action.org에 따르면 SRN 자산과 시린랩스의 블록체인이 가치가 없는 것 같다며 시린랩스를 상대로 고소를 고려하는 투자자가 52명에 이른다. 웹사이트에는 투자자들이 시린랩스를 대상으로 한 소송을 준비하며 서류를 정리하고 있다고 나와 있지만 원고가 누가 될지, 소송은 구체적으로 어디에 초점이 맞춰질지는 분명하지 않다.

호겍은 암호화폐 시장의 전반적인 정서가 자신이 맡은 프로젝트에 대한 인식에 악영향을 미쳤다며 이렇게 해명했다.

“블록체인 산업에 많은 투자가 이루어졌지만, 정작 실제 사용자가 체감할 만한 가치는 거의 창출되지 못했다.”

우크라이나의 유통업체 레지오 LLC(Legio LLC)는 곧 우크라이나에서 시린랩스의 블록체인 스마트폰을 판매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린랩스 대변인은 현재 휴대폰이 1만 대 이상 제조되었고, 4월에 도쿄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호겍은 이런 “진짜 제품”이 훨씬 많은 사람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게 되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안에서 황당무계한 말이 많이 들려오지만, 실제로 산업과 블록체인의 철학, 잠재력을 이해하는 사람들은 묵묵히 할 일을 할 뿐이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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