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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여전히 블록체인을 ‘사기’라고 비판했다. 이더리움 블록체인의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은 반박했다. 4일 개막한 제2회 분산경제포럼(Deconomy 2019)에서 기대를 모았던 두 사람의 ‘서울 격돌’은 블록체인에 대한 날카로운 견해 차를 확인시켰다.

 

불안한 사기? 기존 금융과 패리티?


블록체인이 과대평가됐다고 주장해온 루비니 교수는 매서운 비판으로 포문을 열었다. 그는 “암호화폐는 현재로선 결제를 하기도 쉽지 않고 안전하지도 않다. 가치 저장 기능도 없고, 1시간 만에 20% 가치가 올랐다가 또 1시간 만에 그만큼 떨어진다”며 “이건 사기다”라고 말했다. 루비니 교수는 암호화폐가 오래 전 물물거래 시스템과 다를 게 없다면서, 기존 금융 시스템보다 효율성과 안전성이 떨어지는 등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거품이 나타날 것이고 거품이 터질 것”이라며 비관했다.

그러나 부테린은 “언젠가는 암호화폐가 기존 은행 시스템과 동등한 위상(패리티)에 이를 것으로 본다. 어떤 경우엔 이미 그렇게 된 경우도 있다”고 반박하고, “해외송금 등에서 기존 시스템은 비효율성이 많다. 암호화폐는 그런 면에서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검열에 대한 저항? 범죄의 온상?


부테린은 암호화폐의 부상을 ‘검열 저항성’이란 면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시스템에선 중개자가 있고 한 기관이 수억명의 거래 기록에 접근할 수 있다. 이건 무서운 일”이라며 “영향력이 중앙화돼 있으면 검열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부테린은 오프라인에선 권력에 대한 저항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는 반면, 온라인에서는 보호가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루비니 교수는 “탈세하거나 범죄자들만이 익명성을 선호한다. 이름을 밝힌다고 해서 그것이 항상 검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스위스 은행의 익명성은 문제가 돼왔다. 암호화폐가 다음 세대의 스위스 은행이 되도록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금융시스템에서는 모든 것이 등록돼야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며 “사람들이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루비니 교수는 “비트코인이 완전히 익명이라면 어떤 나라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며 “무정부사회가 되지 않겠는가”라고 경고했다.


‘탈중앙’ 블록체인, 실제로는 중앙화돼있다?


루비니 교수는 블록체인이 애초 목표로 했던 확장성과 분산성, 안전성 등을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바로 옆에 앉은 부테린을 가리키며 “그의 가장 큰 기여는 확장성과 분산성과 안전성을 모두 가질 수는 없다는 트릴레마를 알려준 것”이라며 “현실 속에서 블록체인은 완전히 중앙화돼있다”고 말했다. 그는 채굴자들은 일정 수준의 규모를 갖춘 소수가 과점하고 있고 모든 거래의 99%가 중앙화된 환경에서 이뤄진다면서, 이 때문에 업계 내에서 부테린이 ‘자애로운 독재자’로 불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수인 지니계수를 보면, 비트코인이 북한보다 더 불평등한 것으로 나타난다는 기존 주장도 반복했다.

부테린은 “부의 불평등 문제가 있긴 하지만 비판하는 사람들 말처럼 심하지는 않다”고 일축했다. 그는 “우려가 있기는 하지만 이는 2018년, 2019년 기술 수준에서 우려하는 것일뿐”이라며 “기술이 발전하면서 확장성과 분산성, 안전성을 모두 갖추는 건 불가능하지 않게 된다”고 강조했다.

 

중앙은행이 암호화폐를 도입하는 날 올까


루비니 교수는 이 같은 현실을 감안할 때 암호화폐가 법정화폐를 대체하거나 중앙은행이 암호화폐를 도입하는 날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2018년 한 해만 암호화폐의 가치가 95% 사라졌다. 100년이 걸린 게 아니라 1년만에 그렇게 됐다”며 “현실에서 금융권이 양적 완화를 아무리 한다 해도 그런 결과로 이어지진 않는다”며 불안정성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암호화폐는 법정화폐를 대체할 수 없다”고 잘라말했다.

부테린은 암호화폐의 가치에 거품이 있다는데는 동의하면서도 “단기적인 현상일뿐 장기적으로는 경제가 성장하면서 암호화폐의 경제성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테린은 “단기적으로 암호화폐는 법정화폐를 대체할 수도 없을 뿐더러, 그게 암호화폐의 목표도 아니다”라며 “제대로 된 암호화폐를 갖고있다면 그 가치가 유지되고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테린은 “중앙은행이 암호화폐를 도입한다는 것은 멋진 생각”이라며 “암호화폐가 사라진다 해도 사람들이 프라이버시에 관심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루비니 교수는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 발행을 한다 해도 암호화폐와는 다른 형태일 것”이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날 토론에서 루비니 교수가 블록체인에 대해 계속해서 부정적 입장을 보이자 그의 발언 도중 한때 청중석에서 야유가 나오기도 했다. 루비니 교수는 2008년 금융위기를 예언해 ‘닥터 둠’으로 불리기도 한다.

김외현 13년 동안 한겨레에서 정치부와 국제부 기자로 일했고, 코인데스크코리아 합류 직전엔 베이징특파원을 역임했습니다. 신문, 방송,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 환경을 경험했으며, 새로운 기술과 오래된 현실이 어우러지는 모습에 관심이 많습니다. 대학에서는 중국을, 대학원에서는 북한을 전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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