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퍼펑크의 접근법은 틀렸지만 암호화폐는 계속 쓰일 것"
[인터뷰] Zcash 창업자 주코 윌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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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
김병철 2019년 4월8일 07:15
주코 윌콕스 지캐시 대표. 이미지=김외현 기자
주코 윌콕스 지캐시 대표. 이미지=코인데스크코리아


우리는 비트코인을 '암호화된 화폐'라고 부른다. 하지만 블록체인의 분산원장 형태에 집중하다가 암호화는 간과하는 경우가 있다. 여기 세상에서 가장 보안성이 뛰어나다고 자랑하는 암호화폐가 있다. 1990년대 사이퍼펑크 메일 리스트에 있던 주코 윌콕스가 만든 지캐시(Zcash)다.

블록체인 위에 기록된 비트코인 거래는 보낸 주소, 받는 주소, 송금액이 모두에게 공개된다. 비트코인을 하드포크한 지캐시는 영지식증명을 활용해 이런 거래 정보를 암호화했다. 암호화폐계의 '프라이버시 끝판왕'쯤 되는 셈이다.

덕분에 범죄자들이 돈세탁에 사용하기도 너무 좋다. 코인데스크코리아는 '2회 분산경제포럼(디코노미 2019)' 참석차 한국을 찾은 윌콕스를 지난 5일 오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만났다.

그는 "이론적으로 범죄자들이 돈세탁에 지캐시를 사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캐시는 인터넷의 HTTPS처럼 일반인들에게 혜택(프라이버시)을 가져다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이퍼펑크의 접근법은 실패했다"면서도 "암호화폐는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두가 HTTPS를 쓰듯이 10~20년 뒤면 모두 암호화 블록체인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지=지캐시 홈페이지 캡처
이미지=지캐시 홈페이지 캡처

아래는 인터뷰 전문이다.

-비트코인이 있는데 지캐시가 왜 필요한가?
비트코인을 사용하면 거래 정보가 모두에게 노출된다. 인터넷 초기 HTTP와 비슷하다. HTTP는 정보를 암호화하지 않아서 해커가 내용을 볼 수 있었다. HTTPS로 바뀌면서 허가받은 사람만 정보를 볼 수 있게 됐다. 지캐시는 돈 버전의 HTTPS라고 생각하면 된다.

-정부는 HTTPS도 볼 수 있지 않나?
아니다. 어떤 정부도 HTTPS 기술을 깰 수는 없다. 다만 웹 서버에 특정 정보를 달라고 요구할 수는 있다. 미국엔 어떤 조건 하에서 기업에 정보를 요구할 수 있다는 법이 있다. 정부는 영장에 따라 페이스북같은 대기업에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지캐시, HTTPS의 프로토콜을 깰 수는 없다.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소에 자료를 요구하면, 지캐시가 아무리 안전해도 지캐시 거래정보를 얻을 수 있지 않나?
맞다. 그건 전통적 금융 시스템에서 일어나는 일과 같다. 개인들이 현금으로 자전거를 살 수 있다. 정부는 이런 거래의 돈을 추적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은행같은 금융기관에는 돈세탁 방지, 소비자 보호 등 여러 목적으로 자료를 요구한다.

미국 정부도 개인이 노트북으로 어디 접속하는지를 들여다보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정부가 지캐시를 어느 노트북에서 다른 노트북으로 보내는 건 볼 수 없다. 그러나 돈세탁 방지, 금융 안정 등의 목적으로 합법적으로 암호화폐 거래소를 들여다 볼 수는 있다.

-정부가 ISP(통신사)를 통해 거래 정보를 얻을 수도 있나?
해커가 커피숍의 와이파이를 해킹하면 노트북과 어떤 서버가 접속됐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나 암호기술 덕분에 콘텐츠는 들여다볼 수 없다. 마찬가지로 지캐시도 해커나 ISP가 통신망을 들여다본다면 노트북에서 지캐시를 거래하는 걸 알 수는 있지만, 콘텐츠(거래 관여자 및 액수)는 보호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암호화가) 무슨 의미가 있냐'고도 하는데, 이건 프라이버시를 단순하게 생각하는 거다. 프라이버시를 정부로부터 당신을 보호할 수 있냐의 문제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HTTPS 초기에도 그랬다. 정부 감시를 피할 수 있으니 범죄에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미국 정부가 HTTPS를 못쓰게 막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HTTPS를 꼭 써야 한다는 법이 만들어졌다. 기업은 외국 정부나 범죄자에게 고객의 정보를 노출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암호화폐도 초기라 사람들이 두려워한다. 범죄를 야기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암호화는 외국 정부 등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한다. 투표 결과를 보호하고, 이혼한 전 남편의 스토킹을 막아준다. 지금 모두가 HTTPS를 쓰듯이 10~20년 뒤면 모두 암호화 블록체인이 필요할 거다.

주코 윌콕스 지캐시(zcash) 대표가 5일 서울 장충동체육관에서 열린 2회 분산경제포럼(디코노미 2019)에서 지캐시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이미지=코인데스크코리아
주코 윌콕스 지캐시(zcash) 대표가 5일 서울 장충동체육관에서 열린 2회 분산경제포럼(디코노미 2019)에서 지캐시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이미지=코인데스크코리아

 

-지캐시가 대시, 모네로와 무엇이 다른가?
지캐시의 보안성은 암호화 레벨에서 매우 높다. MIT, 존스홉킨스 대학 출신 등의 과학자들이 만들었다. 대시, 모네로는 상대적으로 훨씬 보안성이 약하고 공개 과학 프로세스에 기반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프라이버시 영역에서 활동했는데, 언제 왜 프라이버시가 중요하다고 느끼게 됐나?
냉전시기였던 14살 때쯤 신문을 보고 매우 놀랐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동독 사람들이 서독의 가족을 방문할 수 있게 됐다. 그때 세계가 변하고 국경이 없어지면서 사람들을 가둬두는 게 끝난다고 생각했다.

몇년 뒤에 인터넷으로 이메일 전송, 텍스트 파일 다운로드가 가능해졌다. 그전에 나는 외국에 나가본 적도 없었고, 다른 나라 사람과 이야기 나눠볼 수 없었다. 그런데 인터넷을 통해 국경이 무너지고 있었다.

1990년대 나는 사이퍼펑크 메일 리스트에 들어가 있었다. 당시 훌륭한 암호학자인 데이비드 차움, 필 짐머만 등과 함께했다. 차움을 통해 다른 사람의 개입 없이 자원을 주고받는 게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됐다. 19살이었나? 1993년쯤 정치의 자유, 소통의 자유, 경제의 자유가 사람이 다른 사람을 돕는 3대 요소라고 생각했다. 나는 이상주의자다.

-프라이버시가 사회를 더 안전하고 강하게 만든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이유는 많다. 프라이버시는 탈중앙화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프라이버시가 없으면 가장 강력한 기관이 모두를 통제할 수 있다. 누가 어디서 뭘하는지 다 알 수 있으니까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은 처벌할 수도 있다. 열린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그리고 개인이 자신의 결정을 제대로 내리기 위해서는 프라이버시가 필요하다.

주코 윌콕스 지캐시(zcash) 대표가 지난 2일 서울 코빗 라운지에서 열린 지캐시 밋업에 지캐시의 거래정보 암호화를 설명하고있다. 이미지=김병철 기자
주코 윌콕스 지캐시(zcash) 대표가 지난 2일 서울 코빗 라운지에서 열린 지캐시 밋업에 지캐시의 거래정보 암호화를 설명하고있다. 이미지=김병철 기자

 

-지캐시가 돈세탁에 이용될 수 있나?
이론적으로 그렇다. 그러나 실제로 지캐시가 돈세탁에 이용됐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 현실에서 99.99%의 돈세탁은 은행에서 현금으로 이뤄진다. 고급 기술을 통한 돈세탁도 현재는 대부분 비트코인을 이용한다.

-그렇다면 나중에는 어떤가?
가능은 하다. 비트코인, 지캐시, 이더리움이 아주 보편적으로 이용된다면 돈세탁에 쓰일 수도 있다.

-암호화폐가 주류가 된다면 지캐시, 모네로 등이 미래의 스위스 은행이 될 수도 있지 않나? 범죄자들이 마약 등에 관련된 돈을 익명으로 송금할 수도 있다.
범죄자들은 이미 은행 시스템을 잘 사용하고 있다. 당신이 마약왕이라면 은행을 통해서도 이미 가능할 것이다. 범죄자들은 전혀 다른 부류고, 지캐시의 수혜자들은 인터넷 수혜자들과 같다.

-미래에 암호화폐가 은행 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다고 보나?
모르겠다. 이상만으로 실현되진 않을 것이다. 내가 존경하는 목시 말린스파이크(Moxie Marlinspike·시그널 개발자)라는 엄청난 해커가 있다. 그해의 암호학을 가장 진보시킨 공으로 상을 받을 때 이런 말을 했다.

사이퍼펑크의 접근법은 실패했다. 우리가 원하는 걸 만들어놓고, 우리처럼 돼야 한다고 가르쳐왔다. 비트코인의 접근방식도 마찬가지인데,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

(전세계) 60억명이 사이퍼펑크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암호화폐는 계속 사용될 수 있다. 베네수엘라는 은행, 통화, 전력망이 모두 붕괴했다. 다른 게 다 붕괴한 상황에서 암호화폐가 사용하기 쉽고 싸고 빠르고 계속 운영된다면 모두가 쓰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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