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원은 23일 저녁 당초 다음날 정오부터 진행하기로 했던 케이스타라이브 KSC 토큰 크라우드펀딩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미지=코인원 홈페이지

 

암호화폐 거래소가 토큰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전문적인 컨설팅을 제공하려던 실험이 일단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해당 거래소는 ‘규제 불확실성’을 이유로 들고있지만, 사전 준비가 미흡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보인다.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원과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크라우디는 애초 24일 정오부터 진행하기로 했던 토큰 크라우드펀딩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코인원 리서치센터는 하루 전인 23일 오후 8시께 코인원 거래소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코인원 리서치센터는 계약에 따라 계약 상대가 의뢰한 프로젝트에 대해 리서치 용역 및 보고서를 제공하며, 그 과정에서 어떤 경우에도 토큰의 상장을 담보하지 않는다. 이에 대한 외부의 오해로 크라우디에 (KSC 토큰) 크라우드펀딩의 재검토를 제안했다"며 중단 사실을 발표했다.

코인원과 크라우디는 앞서 지난 22일 블록체인 기반 한류 콘텐츠 플랫폼 '케이스타라이브(KStarLive)'에 대한 토큰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한다고 밝힌 상태였다. 크라우디의 플랫폼에서 원화로 후원자를 모집하고, 코인원 자체 연구 기관인 코인원 리서치센터는 케이스타라이브의 KSC(KStarCoin) 토큰에 대한 분석을 제공한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24일 오전 현재 크라우디 웹사이트에서 KSC 토큰 크라우드펀딩 관련 게시물 접속은 불가능해졌다.

크라우디와 코인원은 24일 케이스타라이브의 KSC 토큰 사전판매를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KSC 관련 게시물은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다. 이미지=크라우디 홈페이지

 

코인원 쪽은 리서치센터가 제공하려던 분석 보고서에 관한 "외부의 오해" 탓에 잠정 중단이 불가피했다고 주장한다. 코인원 관계자는 "리서치센터가 크라우드펀딩 진행 프로젝트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해당 토큰의 거래소 상장을 담보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가 있었다"며 "일부 암호화폐 투자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코인원이 KSC 토큰의 IEO(암호화폐 거래소 공개)를 하는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고 말했다. 리서치센터가 통상 거래소 암호화폐 상장 심사에 참여하기 때문에 빚어진 투자자들의 착오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 정도 논란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것이어서, 오히려 코인원의 준비가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암호화폐 업계 한 관계자는 "거래소가 리서치 업무만 대행했다고 선을 그었지만 사실상 IEO와 큰 차이가 없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코인원 쪽은 "정부가 ICO를 금지한 상태일뿐 아니라,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인식도 좋지 않은 상태에서 여러 오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토큰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부 입장 등 아무런 환경 변화 요인이 없는 상황에서 코인원이 충분한 검토 없이 무리하게 추진하다가 뒤늦게 금융 당국의 눈치를 보며 물러섰다는 지적도 있다. 코인원은 "금융당국과 사전 논의는 없었고, 직접적인 제재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라며 "내부 법률 검토를 꼼꼼히 거쳤기 때문에 밀어붙일 수도 있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금융당국 관계자는 "크라우드펀딩이라 해도 향후 토큰 배분을 약속할 경우 후원형과 증권형 가운데 어떤 성격인지 애매할 수 있다"며 "증권형으로 분류될 경우 적격 온라인 소액투자중개업자가 취급해야 하고, 예탁결제원에 관련 정보가 집중돼야 하는 등의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코인원·크라우디의 첫 크라우드펀딩 대상으로 선정됐던 글로벌 한류 콘텐츠 플랫폼 프로젝트 케이스타라이브는, 일단 현실을 받아들이고 추가 투자 유치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희용 케이스타라이브 대표는 "금융 당국의 시선을 신경쓸 수밖에 없는 거래소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펀딩 시작 전날 저녁 갑작스럽게 중단이 결정돼 당황스럽긴 하다"고 말했다. 케이스타라이브는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한류 관련 콘텐츠를 소비한 뒤 댓글을 달거나 링크를 공유해 받는 토큰으로 전자상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프로젝트다.

크라우드펀딩 재개 여부와 관련해 코인원 쪽은 "정해진 것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코인원 리서치센터는 "코인원은 해당 프로젝트(케이스타라이브)의 신뢰도나 가능성에 관한 견해를 변경한 바 없다"고 밝혔다.

정인선 한겨레신문 정인선 기자입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3년여간 코인데스크 코리아에서 블록체인, 가상자산, NFT를 취재했습니다. 일하지 않는 날엔 달리기와 요가를 합니다. 소량의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클레이(KLAY), 솔라나(SOL), 샌드(SAND), 페이코인(PCI)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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