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콘 2019 발표를 앞둔 유윤재 디넥스트 대표가 발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출처=김외현/코인데스크코리아

동료 개발자 2명과 함께 스타트업 디넥스트를 운영중인 유윤재(30)씨는 탈중앙화 금융에 대한 발표를 하기로 한 선택이 ‘장기적 방향’을 감안한 결정이라고 했다. 자신이 하고 있는 교육과 금융 분야 사업 가운데 금융 쪽이 더 장래성이 있다고 본다는 뜻이다. 하긴 블록체인이 10년 전 태동한 분야는 금융이었다. 기술이건 제도건 여러모로 가장 발달한 분야도 금융이다.

-어떤 발표를 계획중인가?

“디파이(DeFi, 탈중앙화 금융)가 뭔지부터 설명할 것이다. 블록체인의 발전은 각 시기를 대표하는 키워드가 있는 것 같다. 2017년 이후 ICO에서 STO, 그 다음 IEO, 그리고 올해 초부터는 디파이가 키워드가 되지 않았나 한다. 우리는 블록체인이 가장 큰 파급력을 가질 분야, 곧 킬러 댑은 게임이나 SNS가 아니라 금융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왜?

“블록체인은 애초 탄생 목적이 캐시였다. 사토시 나카모토의 논문 제목이 ‘캐시 시스템’(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이다. 여기서 오히려 범주를 넓혀 범용 자료를 올리도록 한 게 이더리움과 스마트계약이었다. 물론 그런 범용 자료를 올리는 게 의미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같은 사이즈의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올린다고 했을 때, 그 대상이 금융 정보일 때와 게임 유저의 프로필일 때의 차이는 크다. 중앙화된 모델과 비교했을 때 어느 쪽이 더 대체될 가능성이 클까? 단적으로, 데이터 보안 문제에서 게임 서버보다는 은행 서버를 노릴 확률이 훨씬 높지 않겠나. 블록체인의 효용도 게임보다 은행, 금융이 훨씬 높다고 할 수 있다.”

-참고할 만한 선례가 있었나?

“메이커다오(MakerDAO)는 이더리움을 담보로 자체 스테이블 코인 다이(DAI)를 대출해준다. 전체 발행된 이더리움의 2%가 메이커다오에 묶여있다. 그만큼 서비스가 활성화돼있다는 것이다. 그밖에 컴파운드(Compound와 달마(Dharma)도 암호화폐를 대출한다. 이런 식으로 대출 서비스가 활성화돼있는 걸 보고, 우리도 참고했다.”

-어려웠던 점은?

“탈중앙성과 대중성의 조화였다. 애초 블록체인이 탄생한 이유가 누구나 노드로 참여해서 어떤 힘있는 사람도 결과를 바꾸거나 조작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하지만 탈중앙성을 위해 모든 거래를 기록하면 대중성을 확보하기 힘들다. 속도가 느리고 이용이 불편하다. 메타마스크 사용 등 진입 장벽도 존재한다. 우리는 결국 대중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플라즈마체인을 택했다. 대출을 받는다 치자. 이더리움의 블록 생성 시간은 15~16초지만, 플라즈마체인에선 1~2초면 가능하다. 하지만, 탈중앙성을 다소 포기할 수 밖에 없다. 디포스(DPoS, 위임지분증명방식)를 사용하고, 20명 가량의 관리네트워크(Validator)가 존재한다. 이오스(EOS)와 유사하게 됐다.”

-결국 이더리움이 완전해지려면 사용자 편의를 보완해야 한다는 뜻인가?

“블록 생성 시간이 짧아져야 한다. 그뿐 아니라 많은 트랜잭션을 안정적으로 처리하는 게 중요하다. 다만, 이더리움의 미래는 긍정적으로 본다. 곧 출시된다고 하는 이더리움2.0은 지분증명(PoS) 등에선 이런 것들이 반영될 것이라고 본다.”

-수익 모델은?

“초기부터 대출을 통한 수익을 구상했다. 다만, 그 자금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도 생각해야 했다. 결국 먼저 저축을 받기로 했다. 은행보다 높은 이자율을 제공하면 저축을 유도할 수 있다고 봤다. 그래서 최대 연이율을 8%로 책정했다. 앱을 다운받아 실행하면 국내 거래소가 링크돼있다. 거기서 메이커DAO의 스테이블코인 DAI토큰을 구입해 앱으로 보내면 저축이 되고 이자를 준다. 앱이 하나의 지갑 역할을 한다.”

유윤재씨가 준비중인 탈중앙화 금융 서비스 '앨리스'의 화면. 출처=유윤재 제공

-그렇게 받은 DAI를 대출한다는 건가?

“맞다. 암호화폐를 들고 ‘존버’하는 사람들은 모두 오를 거란 믿음을 갖고있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그냥 들고만 있지 말고 담보로 제공한 뒤 우리 서비스에서 DAI를 대출받으라는 것이다. 암호화폐 가치가 오를 것 같으면 대출받은 DAI를 현금화하건 블록체인에서 쓰건 자유롭게 사용한 뒤 이자만 갚으면 다시 원래 암호화폐를 돌려받게 된다. 담보는 이더 외 5가지 이더리움 토큰을 받아줄 계획이다.”

-지금 준비중인 서비스는 완전한 형태인가? 저축이나 대출은 중앙화된 은행을 연상시켜서 탈중앙화 금융 같지 않다.

“당장은 텔레그램 방도 만들고 변동이 생길 때마다 반대하면 설득하는 식으로 운영을 할 계획이다. 하지만 여전히 신뢰의 문제가 있다.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자체 토큰을 만들어 메이커DAO처럼 만들 것이다. 2020년 3분기에 메인넷을 내놓을텐데 그때까지는 탈중앙화를 이뤄놓으려 한다. 궁극적으로는 탈중앙화 거래소를 지향하고 있다. 처음부터 그렇게 하기는 어렵다고 봐서 저축·대출로 시작한 것이다.”

-댑 이름은?

“앨리스(Alice)다. 암호학을 처음 배우면 나오는 가상의 인물이 2명 있는데, 이름이 앨리스와 밥(Bob)이다. 거기서 따왔다.”

-처음부터 금융 댑을 생각했나?”

“블록체인 분야는 교육으로 시작했다. 앨리스는 두번째 댑이다. 첫번째 댑은 ‘토큰부스트’라는 탈중앙화 방식 ICO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사람의 개입 없이 스마트계약으로 계약이 이뤄지고 페이지가 생성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개발이 늦어져서 마무리했을 땐 이미 ICO 붐이 꺼진 뒤였다. 사용자를 받지 않고 그냥 종료시켰다.”

애초 그의 발표 주제는 ‘자바스크립트로 나만의 블록체인 구현하기’였지만,  나중에 주제 변경을 신청했다. 까다로운 발표 선정 과정을 생각하면 함부로 바꿀 수 없을텐데, 이드콘 운영위도 첫 행사다보니 얼떨결에 수락해버렸다. 운영위 쪽은 나중의 회고록에서 ‘시행 착오’로 기록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외현 13년 동안 한겨레에서 정치부와 국제부 기자로 일했고, 코인데스크코리아 합류 직전엔 베이징특파원을 역임했습니다. 신문, 방송,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 환경을 경험했으며, 새로운 기술과 오래된 현실이 어우러지는 모습에 관심이 많습니다. 대학에서는 중국을, 대학원에서는 북한을 전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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