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Blockchain Voting Is Supposed to Work (But In Practice Rarely Does)
출처=셔터스톡

 

블록체인을 투표에 적용하는 방안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좋은 사례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갓 걸음마를 뗀 모든 프로젝트가 그렇듯, 블록체인 투표도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이 남아있다.

최근에는 거버넌스와 관련된 과격한 논쟁 등 극단적인 경우 커뮤니티가 둘로 갈라서 네트워크가 나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온체인(on-chain) 투표가 사용되고 있다. 온체인 투표의 원리는 암호화폐를 보유한 사람들이 지분만큼의 발언권을 가지고 네트워크의 기술 관련 사안을 결정하는 문제에 투표로 목소리를 낸다.

이미 메이커다오(MakerDAO), 아라곤(Aragon) 같은 댑(dapp)이나 테조스(Tezos), 코스모스(Cosmos) 등의 블록체인 네트워크들은 프로토콜 차원의 수정과 변화를 결정하는 데 온체인 투표를 사용하고 있다.

“시장이 날이 갈수록 성숙해가는 상황에서 투표와 토의는 탈중앙화로 나아가는 중요한 첫걸음이다. 투표를 하고 프로젝트의 발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권리는 대단히 중요하다.” - 알렉산더 케르야, 스테이킹 서비스 플랫폼 에버스테이크(Everstake) 최고상품책임자

이러한 상황에서 저조한 투표율이나 이른바 고래 투표(whale voting)와 같은 문제들은 온체인 거버넌스의 실질적 효과와 관련하여 내부적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고래 투표란 토큰을 대량 보유한 한 명 또는 몇 명의 ‘큰손’이 사실상 투표 결과를 좌지우지하는 것을 말한다.

이더리움 기반 거버넌스 토큰 소버린(Sovereign)의 발행사 민주주의 지구재단(Democracy Earth)을 창립한 산티 시리는 코인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고래 투표를 비판했다.

“오늘날 블록체인 투표 혹은 블록체인 거버넌스의 근본적 문제는 돈이 곧 권력이 되는 금권주의에 있다. 그게 누가 됐든 가장 많은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거나 가장 큰 경제적 영향력을 지닌 이에게 모든 결정이 달렸다. 일반 보유자들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 한 마리의 고래가 투표 결과를 결정짓는다면 투표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고래 투표


아라곤의 개발자 그룹 아라곤원(Aragon One)의 CEO 루이스 쿠엔데는 코인데스크 인터뷰에서 아라곤의 거버넌스 관련 투표 9건 가운데 적어도 2건이 고래 투표 때문에 결과가 뒤바뀌었다고 인정하면서도, 고래 투표가 무조건 문제라는 시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혀 놀랄 만한 일이 아니었다. 아라곤의 자체 토큰인 ANT 토큰을 대량 구매한 고래는 아라곤의 성공을 바라고, 그에 맞춰 주어진 표를 행사했다. 그들의 결정권과 지분에 대해 나는 아무런 불만이 없다.”

쿠엔데는 오히려 암호화폐의 유동성과 동기 부여가 진짜 문제라고 주장한다. 토큰의 유동성이 커지면 악의적 네트워크 공격자가 아라곤 토큰(ANT)을 대량 구매해서 네트워크에 불리한 투표를 한 다음 아무런 제재 없이 되팔 수 있기 때문이다.

쿠엔데는 이른바 ‘잠금(lock) 메커니즘’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잠금 메커니즘은 블록체인 기반 네트워크에서 자산을 더 오랫동안 보유하고 투표를 위해 네트워크에 맡겨둔 이들에게 더 많은 투표권을 주는 방식이다.

“암호화폐를 1년 혹은 5년 동안 네트워크에 ‘잠가둔’ 사람들은 그보다 짧게 ‘잠가둔’ 이들보다 더 큰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사람들이 장기적으로 생각하고, 네트워크에 장기적으로 참여할 동기를 만들어준다. 이러한 매커니즘이 적용된다면 나는 좀 더 안심하고 블록체인 투표 시스템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쿠엔데는 블록체인 투표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시도해 볼 수 있는 솔루션이 많이 있으며, 그 결과 더욱 공정한 투표 결과가 보장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리는 금권주의는 그 형태나 효과와 상관없이 ‘공공 기반 시설이나 공익 유지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을 고수했다.

“단순히 암호화폐 소유자나 소수의 기업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문제들, 훨씬 복잡하고 광범위한 이해관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문제들이 여전히 남는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금권주의가 개입할 소지가 있다면 이는 그 자체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효율적인 수단이 될 수 없다.”

 

거버넌스의 딜레마


시리는 민주적 거버넌스가 복잡하고 진행 속도가 더디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바로 그 때문에 사용자들과 이해 당사자들이 민주적 유형의 거버넌스를 더 적법한 것으로 여긴다고 주장했다.
“포크(fork)가 일반적인 정치적 관행으로 자리 잡은 블록체인 환경에서 커뮤니티를 하나로 결속해야 한다면, 민주적 수단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네트워크의 포크를 방지하고 커뮤니티를 결속하려면 의사결정 절차를 거쳐 나온 결과를 모두가 믿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의사결정 절차 자체가 대단히 공정하고 타당해야 한다.”

블록체인 시스템에서는 사용자 신원 확인도 매우 중요한데, 암호화폐 업계의 가장 뛰어난 인재들조차 아직 신원 확인 문제를 확실히 풀지 못했다.
“사용자나 참가자를 확인할 때 적용 가능한 공식 신원 확인 시스템을 갖춘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신원 확인은 대단히 어려운 문제다. ‘신원’이라는 것은 블록체인 환경에선 매우 곤란한 개념이다.”

쿠엔데는 블록체인에서의 민주적 거버넌스 시스템에 대한 연구도 이제 막 시작됐음을 고려할 때, 과반의 토큰을 보유한 사람이 투표의 결정권을 갖는 단순한 시스템이 불완전할지언정 최선의 솔루션이라는 주장을 한다. 그러면서도 이것이 모든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위한 솔루션이 아니며, 특히 코드 베이스의 변화가 상대적으로 적은 네트워크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고 인정한다.
“일부 사람들은 블록체인은 불변이어야 하기 때문에 블록체인 자체의 거버넌스를 온체인 투표에 맡기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런가 하면, 블록체인 기술은 언제나 진화하는 기술이어야 한다는 정반대의 주장도 있다. 이는 정답이 없는, 그야말로 열린 문제다.”

쿠엔데는 예를 들어 비트코인과 같은 블록체인에는 온체인 거버넌스 매커니즘이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한다. 계속해서 변화하는 가치를 저장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반면 금권주의를 토대로 한 거버넌스를 통해 의사결정 과정을 단축함으로써 이득을 볼 수 있는 네트워크도 있다고 주장한다.
“이더리움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나는 이더리움이 향후 1~2년간 빠르게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더리움이 해야 할 역할을 앗아가려는 경쟁자가 많기 때문이다. 이더리움은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거버넌스 메커니즘을 속히 정의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장기적인 가능성


쿠엔데와 시리는 블록체인이 장기적으로 사회적 상호작용과 조직을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토대를 제공할 수 있다는 데서는 의견이 같다.
“거버넌스와 관련해서 블록체인의 가능성은 매우 중요하다. 선거 (혹은 투표) 과정에서 발생한 상호작용을 허가 절차 없이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은 공정한 거버넌스에 필요한 투명성을 제고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 산티 시리

“거버넌스와 관련해서 암호화폐 환경이 대단히 흥미로운 이유는 기존에 공식화하기 굉장히 어려웠던 문제를 공식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투표와 선거가 조작되었다고 끊임없이 의심하고 불평한다. 하지만 블록체인에서는 위조나 조작이 없었음을 증명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 제이크 요컴 피아트, 비트코인 관련 프로젝트 디크레드(Decred) 책임자

메이커다오(MakerDAO)의 코어 커뮤니티 책임자인 리차드 브라운도 블록체인 거버넌스가 매우 어려운 문제이긴 하지만, 전통적 형태의 거버넌스로는 불가능했던 특별한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데 동의한다. 브라운은 블록체인 거버넌스 시스템의 강점에 대해 “블록체인에서 이루어지는 감사 내역이나 상태, 추적 양상 등이 시간이 지나도 변경 없이 보존된다는 점이 가장 흥미롭다”고 말했다.
“이것은 블록체인 거버넌스의 문제라기보다, 오픈소스를 어떻게 조직화하느냐의 문제에 더 가깝다.” - 루이스 쿠엔데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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