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입금 중단' 거래소 울상 "거래량 줄고 신규 안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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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모
박근모 2019년 7월19일 16:00
비트코인, 이더리움, 이오스 등 암호화폐는 전 세계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거래할 수 있다. 따라서 거래소들 사이에 큰 가격 차이는 발생하지 않는다. 혹여 가격 차가 생겨도 아비트라지(Arbitrage, 차익거래)가 일어나 이내 가격은 비슷해진다.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의 최전성기로 꼽히는 2017년 하반기의 가격 급상승기에 일명 '김치프리미엄'이 발생했다. 국내 암호화폐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해 같은 암호화폐가 국내 거래소에서 10~100%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현상이었다. 하지만 2018년 1월 법무부의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 발언을 시작으로 국내 수요가 줄고, 아비트라지가 활성화되면서 김치프리미엄은 사라졌다. 오히려 국내 암호화폐 가격이 해외보다 싼 '역김치프리미엄'도 회자됐다.

이런 가운데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에서 최근 암호화폐 가격이 다른 거래소보다 싸지고, 심지어 가격이 벌어지는 일이 있었다. 역김치프리미엄이었을까? 아니었다. 결론적으로, 해당 거래소와 거래 중인 은행의 원화 입금 중단이 주된 원인이었다.

해외 거래소의 비트코인 가격. 출처=코인마켓캡

 

18일 오후 3시 빗썸과 업비트에서 비트코인(BTC)은 각각 1177만2000원, 1176만3000원에 거래된다. 같은 시간 해외 거래소인 바이낸스, 후오비, OKEx 등에서도 각각 9848.29달러(약 1160만3200원), 9843.88달러(약 1159만6000원), 9846.18달러(약 1159만8800원) 등으로 환율 변수를 제외하면 국내 거래소와 거래 가격의 차이는 크다고 보기 어렵다.

코빗의 암호화폐 가격. 출처=코빗 홈페이지

 

하지만 같은 시간 코빗에서 거래되는 주요 암호화폐를 보면 비트코인 1046만6500원, 이더리움 22만7400원, 리플 331.3원, 비트코인캐시 31만8650원 등을 기록 중이었다. 이를 업비트와 비교하면, 비트코인 124만8500원(10.6%), 이더리움 3만1900원(12.2%), 리플 44.7원(11.8%), 비트코인캐시 3만7450원(10.4%)이 각각 낮은 가격이다. 국내 거래소 사이에 '김치프리미엄' 혹은 '역김치프리미엄'이 발생하는 셈이다.

코빗은 그 배경과 관련해 거래 은행의 원화 입금 중단 조치를 꼽았다. 코빗 관계자는 "지난 6월 둘째 주부터 주거래 은행인 신한은행으로부터 입금 중단 통보를 받았다. 당시 신한은행은 보이스피싱 신고 접수로 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있다. 코빗을 비롯해 국내 4대 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와 관련한 보이스피싱 신고가 접수되면, 신고된 계좌만 입금을 중단시키면 된다. 4대 거래소 관련 보이스피싱 신고가 접수되면 은행은 해당 계좌만 입금을 막는 게 그동안 관행이었다. 4대 거래소는 은행과 더불어 회원들의 실명 확인을 거친 뒤 개별 계좌를 개설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빗은 신한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계좌를 발급받고 있음에도, 전체 계좌의 원화 입금이 막힌 상태다.

(참고로, 4대 거래소 이외의 국내 거래소들은 이른바 '벌집계좌'를 사용한다. 벌집계좌는 은행의 법인계좌를 자체적으로 회원들에게 쪼개 개인계좌처럼 이용하도록 한 것을 가리킨다. 이 때문에 벌집계좌 거래소와 관련된 보이스피싱 신고가 접수되면 모든 계좌의 입금이 중단된다.)

코빗 관계자는 "신한은행이 전면적으로 보이스피싱 관련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하다 보니 원화 입금 중단 해제가 늦어지고 있다고 전해왔다"며, 곧 원화 입금이 재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보이스피싱 피해 근절 캠페인을 소개하고 있다. 출처=신한은행

 

그러나 사정은 그리 간단치 않아보인다. 오히려 신한은행의 거래소 원화 입금 재개는 빠른 시일 내 이뤄지기 힘들다는 설명이 설득력이 높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30일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보이스피싱에 선제 대응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이 은행은 이를 위해 FDS(이상금융거래 탐지시스템) 랩(Lab)을 신설한다. 금융사기 거래를 모니터링하는 AI(인공지능) 시스템 구축도 이달 말까지 진행한다. 이 밖에도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기 위해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근절 협의회'를 운영하고, '계좌 개설 및 한도 해제 기준'을 강화한다. 특히 암호화폐 거래소 계좌 거래 분석을 전담하는 모니터링 요원을 배치하는 등 거래소에 대한 깐깐한 관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원화 입금이 막히다보니 코빗에서는 아비트라지도 일어나지 않는다. 당장 비트코인 1개당 1046만원인 코빗에서 비트코인 10개를 사서 업비트로 옮긴 후 1개당 1176만원에 팔면,시세차익으로만 1300만원을 거둘 수 있다. 이체 수수료 등을 빼도 한 번에 약 1000만원 이상이 순수익으로 남게 된다. 아비트라지가 거듭되면 코빗에서의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고 다른 거래소와 가격이 비슷해진다. 그러나 코빗에서의 구매를 위해 필요한 원화 입금이 불가능하다. 그러니 신규 회원도 늘지 않는다. 코빗으로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

도리어 코빗의 원화 입금 중단 사태가 다른 거래소로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달 국제자금세탁방지위원회(FATF)가 암호화폐와 관련한 새로운 규제 권고안을 확정하면서, 국내에서도 '자금세탁방지(AML)' 관련 규제 논의가 들썩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 등 국내 논의가 본격화하면 은행의 요구가 지금보다 강화될 가능성도 크다.

"빗썸과 코인원 모두 8월에 실명확인계좌가 만료됨에 따라 재계약을 검토 중이다. 현재 거래소에 부과되는 자금세탁방지 의무가 딱히 있다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거래소도 금융회사가 하고 있는 수준의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해야 할 것이다." - NH농협은행 관계자(NH농협은행은 빗썸과 코인원에 실명확인계좌를 제공하고 있다.)

코빗 관계자는 "원화 입금이 막히면서 코빗 거래량이 크게 줄었다. 신규 회원도 늘리기도 쉽지 않다. 원화 입금이 풀리면 곧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는 코빗뿐 아니라 원화 입금이 막힌 국내 대다수 거래소의 바람이겠지만, 현실은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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