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 의사당.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암호화폐 청문회는 계속된다


상·하원에서 연이틀 리브라 청문회를 연 지 2주일이 지났다. 이후에도 암호화폐를 계속해서 주시해 온 의회는 현지 시각으로 오늘(30일) 또 한 차례 청문회를 연다. 상원 금융위원회에서 열리는 이번 청문회 주제는 페이스북의 리브라를 비롯한 가상화폐들을 의회가 어떻게 규제할 것인지다.

리브라를 둘러싼 실리콘밸리와 워싱턴 정가의 문화적 충돌은 어떻게 보면 예견된 일이다. 늘 빠르게 기술 혁신을 이끌어가고자 하는 테크 기업들과 신중하게 사안에 접근하려는 규제 당국 사이에는 긴장이 있기 마련이다. 상원 금융위원회가 이례적으로 한 달에 두 차례나 청문회를 연다는 건 그만큼 의회가 페이스북의 추진력과 속도를 경계하고 우려하고 있다는 뜻이다.

페이스북은 지난달 중순 리브라 백서를 발표하고, 이어 수많은 인터뷰를 통해 리브라에 관한 계획을 설명해왔다. 아직 리브라의 정식 출시 일자는 정해지지 않았다. 페이스북은 규제 당국이 관련 규제를 마련하고 리브라에 관한 우려가 모두 해소되기 전에는 출시를 강행하지 않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이에 의회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의회가 리브라를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규제를 적용하느냐에 많은 것이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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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회에 미국의 현행 데이터 보호 관련 법령과 규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손봐야 한다. 이를 정확히 어떻게 할지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 마이클 크레이포(Michael Crapo, 공화, 아이다호) 상원의원, 금융위원장

“미국인들은 월스트리트를 신뢰하지 않는다. 최근 들어 미국인들이 대형 테크 기업을 대형 은행만큼이나 믿지 않는 현상이 뚜렷이 나타난다. 이미 페이스북을 비롯한 대형 테크기업들이 미국의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고 시민을 배반한 사건이 여러 차례 있었다.” - 셰러드 브라운(Sherrod Brown, 민주, 오하이오) 상원의원, 금융위원회 민주당 간사


관련 법안


이미 하원에서는 대형 테크기업의 암호화폐 발행을 금지하는 법안 초안이 돌았다. 명백히 페이스북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법안 초안은 제목부터 “대형 테크기업의 금융산업 진출 금지 조항(The Keep Big Tech Out of Finance Act)”이다.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가 작성한 법안 초안은 “대형 플랫폼 업체는 금융 기관의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법안 초안에 대해 많은 비판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의회가 페이스북의 암호화폐 개발을 중단하거나 제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의원들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청문회 미리보기


이번 청문회에는 결제회사 서클(Circle)의 CEO 제레미 얼레어가 블록체인 업체들이 모여 꾸린 로비 단체 블록체인 협회(Blockchain Association)를 대표해서 증인으로 출석하며, 의회조사국의 무역금융 전문가 레베카 넬슨,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어바인 법과대학의 메르사 바라다란 교수도 함께 증인으로 나선다.


 

매카시 공화 하원 원내대표 “암호화폐 지지하지만, 리브라는 글쎄...”


케빈 매카시(Kevin McCarthy, 공화, 캘리포니아) 하원 원내대표가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는 지지하지만, 페이스북의 리브라는 프라이버시 문제 때문에 걱정된다고 말했다.
“새로운 기술과 혁신을 무시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나 모든 혁신은 그 기술을 이용하게 될 사람들의 개인정보와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안전장치를 마련한 뒤에 추진되어야 한다.” - 매카시 원내대표, 지난 18일

원내대표의 입에 쏠리는 이목


공화당은 가상화폐 전반에 관해, 특히 리브라에 문제가 많다고 여기고 있다. 평소에는 규제가 혁신을 가로막고 경제성장의 걸림돌이 된다며 대체로 규제 철폐를 외치는 공화당이지만, 당내에는 가상화폐를 향한 불신이 적지 않다. 공화당 정치인 가운데는 가상화폐가 달러화의 지위를 위협할 수 있다며 탐탁잖게 여기는 이들이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트럼프 대통령이다. 공화당 의원들이 암호화폐에 관한 의견을 어떻게 조율하고 어떤 당론을 정하는지를 보면, 리브라를 비롯한 암호화폐 규제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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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앞으로 10년이 지나도 비트코인에 손대지 않을 거라고 약속할 수 있다.” -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7월 24일

매카시 원내대표는 “대형 테크기업의 금융산업 진출 금지 조항”에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암호화폐와 가상화폐를 바라보는 시각이 어디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갈리는지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의 (맥신 워터스) 위원장은 리브라를 부정하는데 그치지 않고 청문회가 열리기도 전부터 연일 리브라 개발을 중단하라고 시위를 벌였다. 나는 혁신을 믿는다. 또한,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이것이 무엇인지 먼저 찬찬히 들어보고 이를 적절히 규제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혁신을 촉진하는 길이라고 믿는다.” -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CFTC 가상화폐 전문위원 “리브라 백서, 원대한 약속은 많은데 정작 알맹이는 없어”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가상화폐 소위원회 위원이자 CQ의 애널리스트인 크리스 브러머(Chris Brummer) 교수가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와 자신의 칼럼을 통해 페이스북의 리브라 백서에 몇 가지 의문을 제기했다. 페이스북은 지난달 펴낸 12쪽 분량의 리브라 백서에서 자체 암호화폐를 어떻게 운영할지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브러머 위원은 백서에 알맹이가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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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서 곳곳에 원대한 약속이 등장하지만, 정작 이를 어떻게 구현할지에 관한 설명은 너무 빈약하다. 또한, 리브라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업과 코인을 사서 이용하는 이용자들이 어떤 위험을 감내해야 하는지, 최소한 금융 시스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도 설명이 턱없이 부족하다. 공공 정책을 입안하는 데 필요한 조언을 하는 사람으로서, 무성의하고 부실한 백서에 실망했다.

페이스북은 간단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대중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전 세계 시장이 리브라에 적응하고 나면 수십억 명이 이용하게 될 결제 수단을 내놓았다. 이를 고려하면 리브라 코인을 증권으로 분류할 소지가 다분한데, 당장 미국 증권법을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만 해도 무척 골치 아픈 문제다.

백서는 암호화폐 기업이 미래의 고객과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프로젝트를 선보이는 첫 번째 관문이다. 다만 알맹이 없이 화려한 수사나 허황된 약속에 치중해서 문제가 되는 백서가 너무 많고, 리브라 백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백서에는 나중에 거짓말로 들통날 약속은 많지만, 이용자가 토큰을 사기 전에 알아야 할 중요한 정보는 정작 누락된 경우가 많다.” - 크리스 브러머, CFTC 위원


전문가 의견이 중요하다


법을 만드는 건 의회의 소관이고 이를 집행하는 건 행정부의 몫이다. 리브라와 기타 가상화폐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의회와 규제 당국이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과정은 전문가들의 의견에 큰 영향을 받는다. 브러머 위원을 비롯해 암호화폐 전문가들이 리브라 프로젝트와 암호화폐 전반을 어떻게 이해하고 분석하느냐는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래도 페이스북인데...”


브러머 위원은 그러나 알맹이 없는 백서를 내놓는 기업은 대부분 개발 자금이 부족한 초기 스타트업들이라고 지적했다.
“급히 돈을 구하지 못하면 개발 자체를 접어야 하는 상황에 선 암호화폐 업체들은 백서를 남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알다시피 세계 최고 수준의 엔지니어, 법률 자문을 모조리 고용할 능력을 갖춘 기업이다. 이런 곳에서 리브라 백서를 이렇게밖에 써내지 못했다는 점이 의아스럽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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