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MBC PD수첩 갈무리

MBC 'PD수첩'이 20일 밤 국내 암호화폐 시장에서 벌어진 사기 행각을 다룬 '코인과 함께 사라지다' 편을 방송했다.

이날 방송에서 PD수첩은 지난해 6월 전주에서 암호화폐 거래소 히트코리아를 설립 후 투자금을 가로챈 '허 대표'와 안동의 인트비트 사례를 집중 조명했다.

히트코리아 허 대표는 평소 고급 외제 승용차를 끌고 다니고, 4500만 원 상당의 시계와 2000만 원 상당의 금팔찌를 차고 다니는 등 재력을 과시했다. 자신이 '돈 찍어내는 ATM'이라고 말하며, 술자리에서 수백만 원을 뿌리고 다닐 정도였다. 그러면서 "코인으로 부자가 됐다. 너희들도 돈 벌고 싶으면 코인밖에 답이 없다"며 주변 사람들을 꼬드겼다.

PD수첩 방송을 보면, 허 대표는 '자랑스러운 기업인상'을 비롯해 다수의 상을 받았다고 주장했으며, 필리핀 거래소, 태국 거래소, 베트남 거래소 등을 열겠다며 투자를 권했다. 그러나 자신에게 투자하면 대박이 난다는 허 대표의 말과 달리, 투자자들은 모든 것을 잃었다.

출처=MBC PD수첩 갈무리

PD수첩이 만난 암호화폐 거래소 히트코리아 회원에 따르면, 히트코리아는 전주 중심가에 자리 잡고 있었다. 직원도 30여 명에 달했다. 특이한 점은 일반적인 거래소와 달리 '카페형 거래소'라는 형태로 열린 공간을 제공해, 평상시에도 많은 코인사들이 와서 자기 코인 소개를 많이 했었다고 한다.

허 대표도 고객들을 초대해, 유명 코인의 거래는 물론 다양한 코인을 상장 시켜 투자 성공을 약속하는 행사를 했다. 특히 당시 개당 약 13만 원이었던 이더리움을 절반도 되지 않는 5만 원에 판매하는 이벤트도 열며 고객들을 유혹했다.

"다른 거래소에서 파는 금액보다 (암호화폐를) 싸게 갖다 팔았단 말이에요. 그러니깐 사람들이 혹해서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죠. 왜냐면 100원짜리를 70원에 파는데, 다른 거래소에 갖다 팔면 30원이 이익이지 않습니까? 그럼 70원을 주고 히트코리아에서 사는 거예요." - 히트코리아 회원인 김정욱(가명)씨의 PD수첩 인터뷰

출처=MBC PD수첩 갈무리

히트코리아는 자체 거래소 토큰도 판매했다. 허 대표 스스로가 히트코리아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은 '뮤토코인(MTC)'이라는 자체 코인이다. 뮤토코인은 배당형 코인으로, 히트코리아에서 이뤄지는 거래에 붙은 수수료의 50%를 뮤토코인 보유자에게 매월 배당하는 형태다. 김정욱(가명)씨는 "내가 뮤토코인만 사서 가만히 있으면 배당 나오는 거 가지고 이득을 볼 수 있겠다고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또 뮤토코인을 연간 방문객이 1천만 명에 달하는 전주 한옥마을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뮤토코인은 히트코리아에 원화 입금을 유도하기 위한 도구로도 활용됐다. 지난 2월 히트코리아는 뮤토마켓 오픈 기념 이벤트를 통해 원화를 입금해 뮤토코인을 구입한 고객들에게 0.5 이더리움(ETH, 약 13만 원) 등 총 2500만 원 상당의 이더리움을 공짜로 지급했다.

PD수첩의 취재에 따르면 허 대표는 직접 투자 권유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히트코리아 주변 상인들은 "(허 대표가) 코인 하면 돈이 열 배가 뛰니, 어쩌느니 그랬다"며, 처음에는 200만 원을 넣었다가 나중에 추가로 돈을 넣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모두 허 대표가 투자하면 큰돈을 번다해서 투자한 상황이었다.

출처=MBC PD수첩 갈무리

하지만 PD수첩은 '모든 것은 사기'라는 히트코리아 내부자의 고백을 확보해 내보냈다. 히트코리아의 전 직원 A씨는 "히트코리아가 진행하는 이벤트는 사기라고 보면 된다"며 "공지로 올라온 이벤트 다 내부자나 간혹가다가 의심받을 수 있으니까 투자자 한두 명씩 끼워 넣고"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토대로 PD수첩이 히트코리아 이벤트 당첨자와 직원 명단을 비교한 결과, 당첨자 대다수는 직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첨자 이메일 계정을 발표합니다. 1위부터 10위까지, 근데 모두 직원들입니다. 허 대표의 지시로 직원들은 당첨자 행세를 합니다. 히트코리아 투자자 단체 대화방에서 당첨자인 척 인증을 하죠."

뮤토코인이 전주 한옥마을에서 사용된다는 것도 사실무근이었다. 김용태 전주시 한옥마을지원과장은 PD수첩에 "비트코인이나 뮤토코인 이런 거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다"며 앞으로도 계획이 없다고 덧붙였다.

출처=MBC PD수첩 갈무리

허 대표가 10배 가까이 오른다던 뮤토코인은 2원에서 시작해서 한때 10원까지 상승했지만, 0.2원까지 추락하며 3개월 만에 상장폐지됐다. 당연히 코인을 구매한 고객들은 상장폐지로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김정욱(가명)씨는 "1억 5000만 원까지도 제가 들어봤고요. 의정부 사시는 분들은 한 분이 지인들까지 합쳐서 2억 5000만 원 정도. (피해자 모임이) 80명에서 90명 정도 되거든요. 그분들이 입은 피해만 20억 원이 넘어요"라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히트코리아의 허 대표는 고객들이 산 암호화폐와 거래소에 입금한 돈을 출금할 수 없도록 계좌를 막고, 사무실을 비웠다. '카페형 거래소'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지난 4월부터 다른 업체가 입주해서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히트코리아의 허 대표는 누구일까?

출처=MBC PD수첩 갈무리

허 대표는 거래소 사업을 하기 전인 2017년 부동산 중개 사무실을 운영했다. 허 대표의 사무실이 입주했던 상가의 건물주는 "몇 개월 하다가 집세를 못 주니깐 가게를 넘겨주고 갔다"고 말했다. 그랬던 그가 성공한 사업가로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각종 수상 내역이 큰 몫을 했다. 히트코리아가 투자자들에게 나눠준 자료에 따르면, 허 대표는 대한민국사회발전대상, 글로벌자랑스러운인물대상 등을 받은 성공한 사업가로 묘사돼있다.

대한민국사회발전대상은 한국신문방송인클럽이라는 단체가 주는 상이다. 이 단체 관계자는 "코인회사 몇 개를 내가 해준 적이 있어요. 나는 홍보해준 전문가고, 상을 주는 건 어려운 게 아니고, 돈을 들여야 하는 문제"라며, "광고비만 따져도 최하 500만 원"이라고 설명했다. 히트코리아 전 직원 B씨는 돈을 내고 받은 상이 "사람들이 신뢰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기폭제가 됐다"고 고백했다.

히트코리아에 투자를 한 고객들은 PD수첩 제작진과 함께 허 대표를 찾아나섰다. 결국 전주 내 한 신체제모(왁싱) 업소의 상호가 내걸린 건물에서 그를 찾을 수 있었다. 그곳에서 만난 허 대표는 "나도 이 회사 운영하려고 한 달에 몇천만 원이 들어가요. 내가 먹고 도망가려고 했으면 이미 도망갔다"며 오히려 고객들에게 고소하라고 큰소리를 쳤다. 추가로 진행된 PD수첩 인터뷰에서 허 대표는 "대표가 운영을 잘못했기 때문에 죄송한 부분이지만 고객 돈을 빼돌리고 뭘 하고 부끄러운 것은 없다"고 항변했다.

출처=MBC PD수첩 갈무리

하지만 허 대표의 설명과 달리, 히트코리아 전 직원 C씨는 히트코리아가 갖고있지도 않은 코인을 상장해 허위 거래를 진행해왔다고 말했다. 실제 히트코리아는 총 23종의 암호화폐를 상장해서 판매했다. 하지만 PD수첩의 확인 결과 실제 존재했던 코인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챗빗, 덱스 등 5종에 불과했다.

"저희가 타 거래소나 다른 곳에서 코인을 보유하지 않은 채로 고객분들한테 청약이나 이런 것들을 진행해서 판매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출금이 불가능했다."

투자자 이명진(가명)씨는 3개월 동안 히트코리아에 1000만원을 입금했지만, 현재 거래소 잔고에 36만여 원만 남았다. 그는"힘들게 일하는 사람들한테 투자하라고 해서 돈 벌게 해주겠다(고) 감언이설로 꾀어서 그 사람들한테 다 사기 친 거"라며 후회했다.

 

"가격 올려줘. 얼마나요? 두세배 올려줘"


이날 PD수첩은 경북 안동의 인트비트 거래소 사건을 또다른 사례로 들었다. 인트비트는 지난 4월 말 사흘 동안 은행 2곳을 돌아다니면서 고객 예치금 10억 원을 인출한 후 문을 닫았다. 대구지검 안동지청 관계자는 "지금까지 피해신고가 191명이고, 총금액이 110억 원 정도가 피해신고 금액"이라며 "돈이 지금 없다. 찾아보니까 다 이래저래 소비돼서 혹시나 다른 사람 명의로 또는 다른 형태로 빼돌린 게 있지 않을까 계속 추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MBC PD수첩 갈무리

인트비트는 암호화폐를 상장해 거래하는 기존 거래소와 달리 청약 제도를 내세우는 사업 전략을 펼쳤다. 그렇게 올해 2월 MTN '신영일의 비즈정보플러스'에서 유망 거래소로 소개되기도 했다. 인트비트의 청약 제도는 코인 상장을 앞두고 고객들이 예치금 형태로 거래소에 돈을 넣으면, 맡긴 돈의 비율대로 코인을 나눠 갖는 방식이다. 예치금이 많을수록 가져가는 코인 수량도 많아진다. 인트비트는 예치금이 들어오자 암호화폐와 원화의 입출금을 막고, 가격 펌핑(상승) 작업을 진행했다.

PD수첩 방송을 보면, 인트비트의 신 대표는 암호화폐 시세를 조작하기 위해 전문 업체와 '마켓 메이킹(Market Making)' 위탁 계약을 맺었다. 해당 작업을 진행한 S업체 대표는 "갑자기 (신 대표가) 연락이 와서 '지금 이 코인 가격을 올려줘' '얼마까지 올릴까요?' 그러면 '두세 배 올려줘' 나 아니면 가격을 정확하게 얘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S업체는 신 대표 요청대로 인트비트가 제공한 계정을 통해 암호화폐를 사고팔아 가격을 끌어올렸다. 이 과정에서 인트비트는 가상의 계정을 만들어 데이터베이스(DB) 상에 가상의 원화를 있는 것처럼 허위 장부를 만들어 거래량 부풀리기에 사용했다.

"은행이 있으면, 숫자가 찍혀있잖아요. 이걸 사람들이 돈으로 인식하죠. 은행에 돈이 있기 때문에. 여긴 그게 아니었던 거죠. 돈이 없는데 숫자만 찍어놓은 거죠. 전부 다 가짜인 거예요. 코인도 가짜, 원화도 가짜." - S업체 대표

출처=MBC PD수첩 갈무리

반면, 신 대표는 고객이 입금한 예치금을 자유자재로 인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벌집계좌' 형태의 법인계좌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현재 국내 거래소 중 빗썸, 코인원, 코빗, 업비트만이 실명확인계좌를 이용할 수 있으며 나머지 거래소는 법인계좌를 통해서 원화 입금을 받고 있다. 고객은 법인 소유의 계좌로 원화를 입금한 만큼, 신 대표는 입금된 돈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었다.

인트비트에 1억 7000만 원을 예치한 장우석(가명) 씨는 "직장생활 20년 가까이하면서 모아둔 돈"이라며 "신 대표가 엄벌을 받았으면 좋겠고, 수많은 사람한테 피해, 피눈물 나게 만들었으니까 그 대가를 치렀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신 대표 측은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신 대표 측 변호사는 PD수첩과의 통화에서, "판결이 확정되기도 전에 뭐라고 얘기할 수는 없잖아요. 제가 현직 검사 때도 그런 얘기를 방송 기자들이랑 한 적이 있는데, 재판이 확정되지도 않은 사건을 방송에 내보내는 거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출처=MBC PD수첩 갈무리

이 밖에도 한순간에 문을 닫은 또 다른 거래소 뉴비트 사례도 나왔다. 돈을 벌면 부모님 빚도 갚고, 공부할 때 쓰기 위해서 뉴비트에 1억 원을 투자했다는 강현우(가명, 24세) 씨는 여전히 또 다른 거래소에서 암호화폐를 거래하고 있다며 "1억 원을 당연히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안해요. 그래도 혹시나 내가 또 이런 기회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상황이 너무 막막하다 보니까 이게 희망, 빛, 기회. 내 상황을 타개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기 거래소'가 난무하는 이유는 뭘까? PD수첩은 전문가들의 말을 빌어, 암호화폐와 관련한 규제가 미비한 상황 탓에 요건을 갖추지 못한 거래소에게 오히려 설 자리가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된 법령이 아직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에 대한 규제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그냥 거래소가 제공하는 정보만 가지고 투자자들이 투자를 하는 상황이어서 피해를 보더라도 구제를 받기도 어렵다. 또 거래소의 어떤 불법적인 행위가 있더라도 직접적으로 적용되는 법령이 없다. ...어느 정도 자본 규모나 투명한 보호장치들을 구비한 거래소에 대해서 정부가 허가해준다거나 신고제도를 마련했다면 기반이 없는 거래소들은 아예 진입을 못할 텐데, 그런 규제가 없는 상황이다 보니까 전혀 기반이 없는 거래소들이 난립하고 운영자금이 모자라니까 회원들의 예치금을 유용하고,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 강민주 변호사

규제가 미비한 시장 환경이 사기 사건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암호화폐 시장이 참 재밌는 것이 돈 냄새를 잘 맡는 사람들이 있어요. 예를 들면 유사수신이나 방문판매나, 조직폭력배 이런 사람들이 업계에 많이 진출해있습니다. 심지어는 거래소가 아닌 다른 금융으로 인해서 돈을 많이 잃어서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도 거래소를 설립하는 경우도 있어요. 신용불량자였던 분들이 거래소에서 모금을 통해서 자기 눈앞에 한 100억 원이 있는데 그걸 과연 가만 놔둘까요? 고양이 앞에 생선이 아닌가 싶다." - 박주현 변호사

해당 방송은 MBC 웹사이트를 통해 다시 볼 수 있다.
제보,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
저작권자 © 코인데스크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