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tcoin Mining Farms Are Flourishing on the Ruins of Soviet Industry in Siberia

요약:


  • 소련 시절에 공장으로 사용되다 버려진 시설과 공간이 암호화폐 채굴장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 (역시 소련의 유산인) 시베리아의 대규모 수력발전소들이 싼값에 전력을 공급하면서 암호화폐 채굴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 전기료가 낮고 기온이 낮은 시베리아는 유럽, 아시아, 미국 등 전 세계 암호화폐 채굴자들이 몰려드는 새로운 국제 채굴 허브로 떠오르고 있다.


브라츠크 수력발전소는 냉전 시기 소련의 제조업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동시베리아에 건설됐다. 냉전이 끝난 뒤 사실상 방치됐던 브라츠크 발전소는 이제 비트코인을 채굴할 때 소요되는 많은 양의 전력을 공급하는 시설로 탈바꿈하고 있다.

안가라강에 접한 산업도시 브라츠크(Bratsk)에는 대규모 암호화폐 채굴장이 여러 곳 있다. 기온이 낮아 냉각 비용을 아낄 수 있고, 브라츠크 수력발전소에서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전력은 전기료도 저렴하다.

러시아에서는 소련의 몰락으로 폐허가 된 지역에 새롭지만 때로는 이질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는 산업이 뿌리를 내리고 성장하는 일이 종종 있다. 브라츠크가 대표적인 사례다. 소련이 붕괴하고 시장 경제가 자리를 잡으면서 그동안 군수업 위주로 운영되던 계획경제 시절의 대규모 제조업체들은 설 곳을 잃었다. 많은 공장이 문을 닫았다.

그러던 브라츠크의 풍경은 최근 몇 년 사이 암호화폐 채굴 업체들이 진출하면서 완전히 바뀌었다.

브라츠크의 수력발전소

 

카자흐스탄에서 대규모 채굴장을 건설하고 있는 엘레트로팜(Eletro.Farm)의 CEO 디미트리 오저스키는 “소련 시절 있던 공장 여러 곳이 문을 닫은 데다가 세월이 지나며 전력 효율성도 높아져 현재 러시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잉여 전력이 풍부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국영기업 러스라노(Rusnano)에서 고위 임원으로 일한 오저스키가 ASIC 채굴기 제조업체들의 데이터를 토대로 추산한 내용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 전역에서 가동되는 비트코인 채굴기가 소모하는 총 전력은 600MW에 육박한다. 이는 전 세계에서 비트코인 채굴에 동원되는 총 전력인 7GW의 10%에 육박하는 수치다.

러시아 내 비트코인 채굴기들의 연산력(hashpower, 채굴 역량)은 비트코인 네트워크 전체 해시파워의 약 7%를 차지한다. 비교적 오래되고 생산성이 낮은 채굴장들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소모 전력보다 연산력이 20% 정도 낮을 수 있다고 오저스키는 분석했다. 명실상부 전 세계 암호화폐 채굴 산업의 중심인 중국의 채굴기들은 비트코인 네트워크 전체 해시파워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시베리아에는 아직도 금속과 목재 등을 생산하는 공장들이 상당히 많이 남아있다. 그러나 살아남지 못하고 폐업한 뒤 버려진 공장들도 많다. 이 공장들은 비트코인 채굴자들이 언제든지 들어와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건물과 토지, 전력 등 기본적인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시베리아가 서서히 국제 채굴 허브로 탈바꿈하고 있는 이유다.

 

다국적 컨테이너


브라츠크 외곽의 한산한 지역에 있는 한 시설은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었다. 차를 타고 울타리 주변을 여러 번 돌았지만 입구를 찾을 수 없었다. 콘크리트 벽과 철문에는 아무런 표시도 없었다. 사전에 방문 약속을 잡거나 출입 허가증이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었다.

차로 나를 태워 준 사람은 이반 캅이었다. 캅은 브라츠크에서 비트리버(Bitriver)라는 대규모 채굴장의 보안을 총괄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날 우리가 방문한 곳은 비트리버의 경쟁 업체인 마이너리(Minery)였다. 마이너리의 CEO는 우리의 연락을 받고 문을 열어줬다. 사방이 울타리로 막힌 공간에 컨테이너 건물 26동이 줄지어 서 있었고, 컨테이너마다 설치된 여러 개의 환풍기가 시끄럽게 돌아가고 있었다.

마이너리 채굴장

 

마이너리의 CEO인 일야 브루맨을 직원 여러 명이 둘러싸고 옥신각신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손님들에게 기념 티셔츠로 무엇을 주는 게 좋을지를 둘러싸고 의견이 갈렸다. 평소에도 브라츠크에 있는 채굴장들을 둘러보기 위해 중국, 한국, 일본, 미국, 브라질 등지에서 온 많은 기업 관계자들이 이 지역을 찾는다고 한다.

비트코인을 채굴해 그 수익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랜드마크엔터테인멘트아시아(Landmark Entertainment Asia)의 샘 치 사장은 컨테이너 두 동을 가리키며 본인 소유의 ASIC 채굴기가 안에서 가동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왜 하필이면 한때 세계의 ‘격오지’로 불리던 이곳에서 비트코인을 채굴하고 있는지 묻자 그는 마이너리의 높은 보안 수준을 가장 먼저 꼽았다.

“밤에 두 발 뻗고 편히 자고 싶었다.”

비트코인을 채굴해 그 수익으로 연구소를 운영하는 스톰(Sthorm)의 파블로 로보도 거들었다. 그는 시베리아가 한랭 기후대에 속하는 덕분에 주기적으로 냉각해줘야 하는 채굴기를 가동하기에 최적의 환경이라고 주장했다. 로보는 ASIC 채굴기를 설치할 채굴장 중 한 곳으로 마이너리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브라츠크의 겨울 평균 기온은 영하 18도다. 여름에는 기온이 25도까지도 오르지만, 보통 16도 언저리의 ‘선선한 여름’이 이어진다. 연평균 기온이 영하 2도인 이곳에서 한파 없이 그나마 따뜻하다고 할 수 있는 기간은 1년에 4~5개월 정도에 불과하다.

브루맨은 마이너리가 이르쿠츠크 지역에서 운영하는 채굴장이 두 곳이라고 설명했다. 두 곳의 전력 용량은 합쳐서 30MW다. 이날 우리가 방문한 채굴장은 이 가운데 10MW의 전력을 처리할 수 있는 곳이었는데, 브루맨은 아직 채굴기를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다른 채굴장 한 곳은 한 개 기업이 전체를 다 쓰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너리 CEO 일야 브루맨

 

브루맨은 마이너리에 채굴기를 설치해 가동하는 고객들이 미국, 러시아, 한국, 인도, 일본, 스페인 등 세계 각지에서 온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방문하기 이틀 전에도 한국 고객이 보낸 ASIC 채굴기 550대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하룻밤 사이에 비트코인 반 개를 채굴했는데, 이는 현재 시세로 약 5천 달러다.

러시아에 남아있는 구소련의 대규모 공장 부지에는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전력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서 암호화폐 채굴장을 세우기 쉽다. 마이너리도 금속 부품을 수리하던 공장이 있던 자리에 채굴장을 지었다.

 

거대한 굉음


“자동소총을 소지한 보안관 세 명이 시설을 24시간 감시하고 있다. 두 명은 부지를 직접 순찰하고, 한 명이 방범 카메라를 모니터링한다.”

전직 경찰관이던 이반 캅이 비트리버의 보안 현황을 설명했다. 비트리버는 과거 금속 공장의 화물을 적재하던 부지에 세워진 100MW 용량의 암호화폐 채굴장이다. 금속 공장은 이제 영업소 한 곳만 운영하며 간신히 명맥을 잇고 있는 반면, 공장 부지에 들어선 비트리버는 채굴장 수를 이미 두 개로 늘릴 만큼 고속 성장 중이다.

브라츠크에 위치한 비트리버 채굴장에서 이반 캅

 

비트리버의 최고사업책임자인 디미트리 유사코브는 현재 비트리버에 약 1만 8천 대의 ASIC 채굴기가 설치돼 있다고 밝혔다. 대부분 러시아와 미국 고객들의 채굴기다.

구체적으로는 러시아 고객들이 설치한 ASIC 채굴기가 9천 대, 미국 고객들이 설치한 채굴기가 4천 대,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일본 고객들이 약 3천 대의 채굴기를 설치했다. 그 외에도 브라질, 리투아니아, 인도, 폴란드, 중국의 고객들도 비트리버에 채굴기를 설치해 가동하고 있다.

캅은 일주일에 한두 개 정도 업체가 채굴기 설치를 문의하기 위해 비트리버를 찾아온다고 말했다. 총 길이 약 65m에 사다리와 걸어 다닐 수 있는 통로로 이루어진 3층짜리 시설물은 기자가 방문했을 때는 아직 절반 정도밖에 차지 않았다. 그러나 캅은 2주 후면 시설이 가득 찰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에는 기존 시설과 평행하게 같은 크기의 또 다른 3층짜리 시설을 짓기 시작할 예정이다.

유사코브는 시설물 증축이 완료되면 채굴장을 사용할 수 있는 채굴자의 수가 4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안에 같은 공장 부지에 있는 비슷한 크기의 건물에 채굴 데이터 센터가 들어선다.

비트리버 채굴장에 설치된 ASIC 채굴기를 점검하고 있는 기술자

 

통로를 따라 나란히 설치된 채굴기들은 비행기 엔진 소리 같은 굉음을 내며 뜨거운 공기를 내뿜고 있었고, 곳곳에서 작은 불빛이 깜빡였다. 작업복을 입고 청력 보호장비를 쓴 기술자들이 2층 통로에서 채굴기를 점검하고 있었다. 바닥에는 앞으로 새로운 시설물을 만들 때 필요한 팔뚝만큼 굵은 전선들이 놓여 있었다.

건물에 있는 커다란 창문들은 유리 없이 뻥 뚫려 있었다. 건설 작업이 끝나면 환풍기가 설치될 자리라고 캅은 설명했다. 수리가 필요한 채굴기는 중국 선전에서 비트메인(Bitmain)의 자격증을 받은 비트리버 소속 엔지니어들이 그 자리에서 바로 수리한다.

비트리버와 마이너리 외에도 브라츠크 지역에서 운영되는 채굴장은 상당히 많지만, 적어도 공개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채굴장 중에서는 비트리버가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비트리버와 마이너리 다음으로 큰 채굴장으로는 40MW 규모의 크립토리액터(Cryptoreactor)가 있다.

크립토리액터가 사용하고 있는 건물은 과거 다양한 공산품을 생산하던 공장의 일부다. 공장 소유주는 몇 차례에 걸쳐 건물을 재개발하려고 했으나 실패로 돌아가자 건물의 용도를 바꾸기로 했다.

“15년째 생산 부진을 겪던 공장 상황이 점점 악화하자 2017년 공장 소유주는 건물의 용도를 바꾸기로 했다. 그중 한 가지 대안이 암호화폐 채굴장을 유치하는 일이었다.” - 페도 에고로프, 크립토리액터 CEO

에고로프는 현재 크립토리액터의 전력 용량 40MW 중 고객이 설치한 ASIC 채굴기가 소모하는 전력은 15MW에 이른다면서, 조만간 채굴장의 전체 전력 용량을 63MW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채굴업체 환영


시베리아의 전력 대부분은 수력발전소에서 생산된다. 킬로와트시당(kW/h) 0.04달러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수준이다. 킬로와트시당 0.07~0.08달러 정도 되는 러시아의 평균 전기료의 절반밖에 안 된다.

러시아에서 암호화폐는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자산으로 세금이나 금융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데이터 센터는 기존에 있던 사업 분야이므로 브라츠크 지역에서 비트리버는 데이터 센터 업체로 폭넓게 인정받고 있다.

비트리버 사무실에서 캅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비서가 들어와 다음 주 브라츠크 시장과 면담이 잡혔다고 알려줬다. 캅은 브라츠크 시장이 왜 만나자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와 자주 만난다고 말했다.

비트리버의 채굴장 건물

 

지난 5월 비트리버는 브라츠크시 정부와 협약을 체결하고 750만 달러를 투자해 브라츠크시에 데이터 센터를 짓기로 약속했다. 비트리버는 또 브라츠크에 새롭게 세워질 동물 병원을 후원하고 있으며, 브라츠크 주립대학 재학생들에게 인턴십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세르게이 세레브레이코브 브라츠크 시장은 비트리버를 방문해 연설했다. 그는 비트리버가 앞으로 내딛는 발걸음 하나 하나에 브라츠크시가 “함께 할 것”이라고 약속하면서 브라츠크 경제와 산업의 새로운 일원이 된 비트리버에 모두가 거는 기대가 무척 크다고 말했다.

“비트리버는 브라츠크에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상당한 양의 세금도 납부하고 있어 지역 경제에 이바지하고 있다.”

연설문 전문은 시 정부 공식 홈페이지에도 게재됐다.

비트리버를 비롯한 채굴업체들과 현지 전력 업체 사이의 관계도 좋다. 이르쿠츠크 지역에 전력을 공급하는 이르쿠츠크전력회사(Irkutskenergo)의 고위급 임원들은 지난달 초 열린 바이칼 블록체인·암호화폐 회의에도 참석했다.

이르쿠츠크전력에서 전략 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티모피 베네듀크는 최근 오래되고 효율성이 낮은 전기보일러 시설들을 폐쇄해 약 500MW의 추가 전력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2008년에 폐쇄된 보일러 시설 중 한 곳은 채굴업체와 같은 신생 테크 기업에 임대할 예정이다.” -티모피 베네듀크, 이르쿠츠크전력회사

사진 출처=애나 베이다코바/코인데스크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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