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보스(Nervos) 출처=너보스 한국 커뮤니티

 

중개 기관이 없는 암호화폐라는 실험은 정말 성공할 수 있을까. 블록체인 업계에 몸담고 있는 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던져봤을 질문이다.

현재 이 질문은 이른바 '트릴레마 문제'라 불리는 거대한 장벽에 부딪혀 있는 상태다. 탈중앙화 암호화폐가 널리 쓰이기 위해서는 충분한 수준의 확장성(Scalability)과 보안(Security), 탈중앙화(Decentralized)를 동시에 만족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기술로는 세 가지 모두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벽을 부수려는 시도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요즘 가장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방법은 보안과 탈중앙화를 만족시킨 상태에서, 기존의 네트워크 바깥에 다량의 계산과 데이터 처리를 전담하는 고성능의 '제2 레이어'를 추가해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비트코인의 실시간 지불 프로토콜인 '라이트닝 네트워크'가 이와 유사한 방식이다. 올해 말로 출시가 예정되어 있는 이더리움 2.0에도 트랜잭션 처리 속도를 높이기 위한 플라즈마 기술이 탑재될 예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근에는 아예 네트워크 자체를 여러 개의 레이어로 구성한 블록체인도 등장했다. 중화권에서는 이미 상당한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는 프로젝트 너보스(Nervos)다.

너보스 플랫폼은 두 개의 층으로 이뤄져 있다. 메인 블록체인인 레이어 1은 퍼블릭 체인으로, 전체 플랫폼의 보안과 탈중앙화를 담당한다. 너보스는 이 체인을 CKB(Common Knowledge Base)라고 부른다. 전체 플랫폼의 자산 가치가 CKB 체인 위에 저장된다. 초당 거래속도는 100~200 TPS 정도다.

보안과 탈중앙화를 잡은 대신 확장성을 포기한 레이어 1과 달리, 레이어 2는 속도와 사용성 위주의 자유로운 설계가 가능하다. 댑(dapp)의 목적에 따라 탈중앙화를 아예 포기한 프라이빗 체인을 레이어 2에 넣을수도 있다. 너보스는 이런 구조화를 통해 암호화폐 트릴레마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하나 특이한 것은 이들의 궁극적인 지향점이 암호화된 '화폐'가 아니라는 점이다. 너보스는 스스로를 '다중 자산가치 저장 플랫폼'이라고 소개한다. 궁극적으로 트릴레마 문제를 넘어서도, 암호화폐는 지불 수단이라기 보다는 복합적인 자산 저장 플랫폼으로 작동한다는 시각을 가진 셈이다. 애초 디지털 화폐로 설계된 비트코인이 지금도 일종의 대체 자산처럼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떠올려보면 나름 실리적인 현실 인식이다.

너보스는 지난해 7월 폴리체인캐피탈, 세콰이어차이나, 완샹(Wanxing) 블록체인 등으로부터 28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올해 4분기에 첫 메인넷 공개를 앞두고 있다. 오는 2020년에는 글로벌 거래소 후오비의 모회사인 후오비그룹(Huobi Group)과 함께 탈중앙화 금융 서비스가 가능한 퍼블릭 블록체인 플랫폼을 출시할 예정이다.

코인데스크코리아는 지난 6일 밋업 개최차 서울을 찾은 너보스의 공동 설립자 케빈 왕(Kevin Wang)을 만났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너보스가 지향하는 가치와 플랫폼 콘셉트, 다른 플랫폼과의 차이점 등을 설명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블록체인 프로젝트 너보스(Nervos)의 공동 창립자 Kevin Wang. 출처=김동환/코인데스크코리아

- 오늘 한국 밋업의 취지는 무엇인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다. 일단 한국 널보스 커뮤니티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었다. 한국의 크립토 커뮤니티가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도 궁금했다."

- 너보스가 다른 퍼블릭 체인과 가장 다른 점은 무엇인가?
"너보스는 다양한 자산 가치를 저장할 수 있는 유일한 스마트 컨트랙트 플랫폼이다. 이게 본질적인 차이점이고, 형식적으로는 레이어 네트워크를 통해 암호화폐 트릴레마 문제를 해결하는 플랫폼이라는 점이 차별점이다."

- 플랫폼에 다양한 자산들의 가치 저장이 가능하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
"너보스 플랫폼에서는 여러가지 체인들을 레이어 2에 배치하고 거기서 벌어지는 거래에 따른 소유권 정보를 CKB(레이어 1)에 저장한다. 가령 비트코인(BTC) 같은 경우는 BTC의 가치를 저장하고 있는 체인이다. 이런 체인들이 레이어 2에 여러 개 배치되는 그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 비트코인과 이더리움도 최근 레이어2 접목을 진행 중이다. 너보스의 레이어 네트워크가 이들보다 더 나은 점은 무엇인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은 애초 설계 자체가 레이어2 접목을 염두에 두지 않고 이뤄진 플랫폼이다. 그래서 유연성이 떨어지고, 어느정도 한계가 있다. 반면, 너보스는 그쪽에 가장 최적화 되어있는 플랫폼이다. 예를 들면 이더리움은 일정 수준 이상의 새로운 접근법을 적용하려면 하드포크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너보스는 하드포크 없이도 업데이트가 가능하다."

- 토큰 이코노미가 궁금하다.
"플랫폼 이용자가 메인 체인 CKB 위에 뭔가를 저장하려면 필요한 만큼 데이터 저장 공간을 구입해야 한다. 이때 CKB 토큰을 사용한다. 데이터 저장에 소요되는 비용이 저장 기간에 따라서도 증가하기 때문에 플랫폼 이용자들은 CKB 토큰을 지속적으로 구매해야 한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 유통되는 CKB가 줄어들면서 토큰 가격이 유지되는 구조다."

- 전반적으로 플랫폼 설계가 독특하다. 너보스만 가능한 비지니스 시나리오를 설명해줄 수 있는지?
"우리 목표는 일종의 탈중앙화 금고가 되는거다. 돈도 넣고, 집문서도 넣을 수 있는 금고. 너보스가 자산 저장 플랫폼으로 상당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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