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규 오지스 대표
박태규 오지스 대표. 출처=오지스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 서로 다른 블록체인을 하나인 듯 사용한다는 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개발자는 고통스럽겠지만, 사용자는 편리하다. 하나의 블록체인을 통해 다양한 블록체인을 이용할 수 있는 기술, 바로 인터체인(Interchain)이다. 그래서 인터체인을 '블록체인의 인터넷'이라고 부른다.

탈중앙화 거래소(DEX) '올비트(Allbit)'을 운영하는 국내 기업 오지스(ozyz)는 자체적으로 만든 인터체인 '오르빗체인(Orbit Chain)'을 통해, 올해 1월 비트코인을 연동했고, 지난 6월에는 리플 연동에 성공했다. 지난달 26일 코인데스크코리아를 만난 박태규 오지스 대표는 뒤이어 테라, 클레이튼, 비트코인캐시 연동 작업도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오르빗체인이 암호화폐 프로젝트들 사이에서 간단하면서도 현실적인 인터체인으로 꼽히고 있다고 자랑했다.

두나무가 투자한 올비트에서는 애초 운영 초기 다른 탈중앙화 거래소와 마찬가지로 이더리움 기반 토큰인 ERC-20만을 취급했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암호화폐 마켓 시장은 비트코인이다. 박 대표는 비트코인과 이종 암호화폐를 거래할 방법을 찾다가 인터체인을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르빗체인 탄생의 배경이다.

인터체인의 가장 큰 특징은 서로 다른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발행된 암호화폐나 토큰을 교환하거나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흔히 아토믹 스왑(Atomic Swap)이라고 부르는 기능이다. 예컨대 일반적으로 비트코인을 이더리움으로 교환하기 위해서는 중앙화된 거래소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아토믹 스왑을 활용하면, 거래소 없이도 온체인 상태에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교환할 수 있다.

"이더리움 기반 토큰(ERC-20)만으로 탈중앙화 거래소를 운영하기에는 중앙화 거래소에 비해 상품성이 부족했다. 인터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중앙화 거래소와 달리 온체인에서 P2P(Peer to peer)로 서로 다른 암호화폐를 교환할 수 있다. 또 단순 암호화폐 거래뿐만 아니라 다양한 디파이(DeFi) 서비스에도 강점이 있다."

블록체인의 인터넷이 아닌, 블록체인의 웹브라우저


물론 '코스모스(Cosmos)', '폴카닷(Polkadot)', '아이온(AION)', '아이콘(ICON)' 등 대표적인 인터체인 프로젝트의 면면을 보면, 오르빗체인은 아직 그 반열에 올랐다고 보기 힘들다. 다만, 제대로 된 인터체인을 구현한 프로젝트는 아직 없다. 아직 이론적으로만, 또는 제한적으로만 가능하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인터체인을 선언했지만 다른 종류의 블록체인을 하나처럼 묶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던 듯하다.

오르빗체인 구조
오르빗체인 구조. 출처=오지스

오르빗체인은 현실적인 타협을 했다. 서로 다른 블록체인을 오르빗체인에 욱여넣기 보다는, 각각의 블록체인에서 발생한 결과값을 블록체인 간 통신 규약인 IBC(Inter blockchain communication) 프로토콜로 받아서 오르빗체인에 기록한다. 신뢰를 기반으로 서로 다른 암호화폐를 교환한다는 아토믹 스왑의 기본에 충실한 방법이다.

"오르빗체인은 각각의 블록체인 메인넷에서 지원하는 프로토콜과 스마트계약 등을 최대한 활용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결과값만 기록한다. 이 과정에서 각각의 블록체인과 오르빗체인을 연결하는 통로에 7개의 검증자를 붙여 결과값의 신뢰를 확보한다. 이 검증자는 내년에 21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오르빗체인의 이같은 방식은 코스모스나 폴카닷과 같은 인터체인과는 차이가 난다. 대표적인 인터체인인 코스모스는 자신들의 블록체인 네트워크 안에 '존(zone)'이라는 구역을 설정해 서로 다른 블록체인을 담게 된다. 존에 담긴 블록체인은 '허브(hub)'라는 기능을 통해 서로 연결된다. 세부적인 합의 알고리듬 부분은 다르지만 큰 틀에서 폴카닷 역시 유사하다.

코스모스나 폴카닷이 모든 블록체인을 자신들의 네트워크 안에서 활용할 수 있는 '블록체인의 인터넷'이 되고자 한다면, 오르빗체인은 서로 다른 블록체인을 연결해주는 '블록체인의 웹브라우저'를 추구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박 대표는 오르빗체인이 누구나 지금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인터체인을 지향한다고 덧붙였다.

박태규 대표는 블록체인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도 인터체인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현재의 댑(Dapp)들은 서로 다른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만큼, 단일 암호화폐나 토큰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 예컨대 클레이튼 댑은 클레이튼의 토큰인 클레이로만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인터체인이 결합되면, 별도의 암호화폐 교환 없이도 이더리움이나 비트코인으로 클레이튼의 댑을 사용할 수 있다.

"오르빗체인은 탈중앙 거래소인 올비트에서만 사용하기 위해 개발한 것이 아니다. 오르빗체인을 통해서 서로 다른 블록체인 기반의 댑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두나무 자회사로 디파이 사업을 진행 중인 DXM의 암호화폐 담보 서비스 '트리니토(Trinito)'가 오르빗체인으로 동작한다. 이 밖에도 게임, 결제 등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 분야의 프로젝트와 오르빗체인 협업을 통해 블록체인 생태계 활성화에 앞장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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