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출처=C-SPAN 생중계 캡처

“페이스북은 리브라연합의 일원일 뿐 리브라 프로젝트 전체를 조종하거나 주도할 권한이 없다. 만약 컨소시엄 형태로 운영되는 리브라연합이 미국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기 전에 리브라를 출시하기로 한다면 그때는 페이스북이 리브라연합에서 탈퇴하겠다.” -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23일 18개월 만에 미국 의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선 저커버그는 리브라연합이 페이스북의 하위 단체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는 데 답변의 적잖은 시간을 썼다. 리브라의 계획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시종일관 “페이스북의 비전은 이러한데, 리브라연합의 뜻이 어떻게 모일지는 이 자리에서 제가 답하기 어렵다”는 식으로 답을 내놓았다.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저커버그에게 리브라뿐 아니라 페이스북과 관련된 수많은 논란, 문제, 책임을 묻는 날 선 질문을 쏟아냈다. 고객 개인정보가 유출돼 외부 세력이 미국 대통령 선거에 부당하게 개입할 빌미를 제공했다는 의혹부터 플랫폼에 광고를 유치해 내보낼 때 이를 인종이나 성별, 계층에 따라 차별하지 않는지, 또 인공지능이 정교하게 합성하거나 조작한 이른바 딥페이크를 포함한 가짜뉴스의 범람을 방치하고 있지는 않은지 등 수많은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그러나 역시 질문과 답변이 집중된 분야는 페이스북이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결제 수단으로 삼겠다고 밝힌 리브라를 둘러싼 논란이었다.

저커버그는 규제 당국과 의회의 우려를 완전히 잠재우고 필요한 승인을 모두 받기 전까지는 리브라를 출시하지 않겠다고 수십 번을 말했다. 빌 후이젠가(공화, 미시건) 의원은 저커버그의 답변에 모순이 보인다고 꼬집었다.

“지금 미국 규제 당국의 승인이 없다면 리브라를 출시하지 않겠다고 거듭 말씀하시는데, 반대로 페이스북이 통제할 수 없다고 하신 리브라연합이 (규제 당국이 승인하기 전에) 리브라를 출시하기로 결정하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 빌 후이젠가 의원

저커버그는 그런 상황이 오지 않도록 리브라연합을 설득하겠지만, 그럴 경우에도 지금 하는 약속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때는 페이스북이 리브라연합을 떠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규제 당국을 설득해 리브라의 안전성과 필요성을 이해시키고 승인을 받는 것이 먼저일 겁니다. 그렇게 되기 전에 리브라연합이 섣불리 출시를 강행하려 한다면, 먼저 연합 회원사들에 규제 당국과 발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최대한 설득해볼 겁니다. 끝내 설득할 수 없는 상황이 온다면 페이스북은 리브라연합에 남지 않게 될 겁니다.” - 마크 저커버그

리브라연합 창립회원사들이 첫 총회를 하기 직전에 페이팔, 비자, 마스터카드 등 7개 회사가 리브라연합을 탈퇴했다. 앤 웨그너(공화, 미주리) 의원이 탈퇴 이유를 묻자 저커버그는 “리브라가 위험이 따르는 프로젝트라서” 그랬을 것 같다고 짧게 답했다.

 

익명의 디지털 지갑과 KYC


익명성은 암호화폐의 기본적인 속성 가운데 하나다.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으려는 암호화폐 프로젝트들은 익명성을 약화하고 실제로 거래에 참여하는 고객의 신원을 확인해 규제 당국이 필요할 때 제공하겠다고 약속해야 했다. 저커버그도 마찬가지였다. 페이스북의 자회사 칼리브라가 만드는 디지털 지갑은 익명으로 사용할 수 없게 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저커버그는 암호화폐 리브라를 사용하려면 반드시 신원을 인증하도록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해 달라는 의원들의 요구는 끝내 들어주지 않았다.

어제(22일) 하원을 통과한 이른바 ‘유령회사 강제 폐업법’을 발의한 캐롤린 말로니(민주, 뉴욕) 의원이 저커버그에게 딱 잘라 물었다.

“예, 아니요로만 답하실 수 있는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익명으로 쓸 수 있는 지갑에서는 리브라를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실 건가요?” - 캐롤린 말로니 의원

저커버그는 즉답을 피하며 말을 돌렸다.
“세상에 정말 많은 암호화폐가 있습니다. 우리가 만들려는 암호화폐는 가장 안전하고 보안이 뛰어나며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은 암호화폐입니다. 페이스북은 대기업으로서 더 큰 책임이 있습니다. 규제받지 않거나 완전히 탈중앙화된 암호화폐를 운영할 계획은 없습니다. 우리는 자금세탁이나 테러 단체가 돈을 빼돌릴 수 있는 여지를 조금도 주지 않는 기준을 적용해 암호화폐를 운영할 겁니다.” - 마크 저커버그

말로니 의원은 재차 저커버그를 압박했다.
“익명으로 쓸 수 있는 지갑을 허용하는 한 자금세탁방지 규정을 철저히 지키는 암호화폐를 운영할 수 없을 겁니다. 범죄자들에게 암호화폐는 범죄 수익을 은닉할 수 있는 너무나 좋은 수단이 되었기 때문이죠. 저커버그 씨에게 다시 한번 여쭙겠습니다. 리브라는 익명 지갑에서 사용할 수 없게 하실 겁니까? 지금 페이스북이 만들겠다고 하는 전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도 있는 화폐를 익명으로 쓸 수 있느냐 없느냐를 묻는 겁니다.” - 캐롤린 말로니 의원

저커버그는 이에 칼리브라가 만드는 지갑은 “모든 규제 기관이 제시하는 가장 강력한 자금세탁방지(AML), 테러자금조달방지(CFT) 규정을 다 지킬 수 있도록 철저히 신원을 인증해야만 쓸 수 있는 지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곧이어 전제가 달렸다.
“하지만 리브라연합 전체를 대표해서는 제가 확답을 드릴 수 없습니다. 다만 페이스북은 그렇게 할 것이라는 약속은 분명히 드립니다.” -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리브라?


저커버그가 수십 번을 되풀이해 말했지만, 의원들은 계속해서 사실상 페이스북과 리브라를 동일시했다. 꼭 같다고 보지는 않더라도 사실상 한 몸이나 다름없는, 긴밀하게 연결된 프로젝트 아니냐고 반문했다.

아야나 프레슬리(민주, 매사추세츠) 의원은 “사실 페이스북이 곧 리브라 아니냐”고 말했다. 새로운 암호화폐를 만드는 것이 결국 페이스북이고, 그 페이스북을 대표해서 청문회에 증인으로 선 저커버그인 만큼 의원들이 리브라에 대한 질문을 한다는 말이었다.

청문회가 끝난 뒤 언론사와 인터뷰에서도 의원들은 페이스북과 리브라를 구분하는 일은 무척 어렵다고 말했다.

“리브라연합이 독립된 기구로서 페이스북의 지휘를 받지 않는다는 말을 아마 저커버그가 오늘 5~10번은 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반복해서 말한다고 말한 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이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 실비아 가르시아(민주, 텍사스) 의원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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