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양자우위’ 달성, 암호 업계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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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Biggs
John Biggs 2019년 10월30일 07:00
How Should Crypto Prepare for Google’s ‘Quantum Supremacy’?
이미지=Mill Creek

‘양자우위(quantum supremacy)’.

이 용어는 마치 지구에 있는 모든 해안가의 모래알을 다 셀 수 있을 것처럼 엄청나게 강력한 슈퍼컴퓨터를 연상시킨다. 과연 구글은 어떤 결과를 만들었고, 실용적인 양자 컴퓨터가 만들어진다면 암호화폐 업계에는 어떤 변화가 오게 될까?

한 달 전 올라온 초안 이후 마침내 구글은 54개의 큐빗으로 이루어진, ‘시카모어’라는 이름의 양자 컴퓨터를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초저온 냉각장치를 여러 마리 뱀이 감싸고 있는 듯한 형태의 이 컴퓨터는 특별히 복잡한 계산을 200초 안에 마칠 수 있다고 한다. 얼핏 듣기에는 그렇게 대단해 보이지는 않는다. 정말 그럴까?

“우리가 측정한 결과로는 시카모어와 비슷한 계산 결과를 얻으려면 현재 세상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로도 1만 년이 걸린다.” - 시카모어 개발자

양자 컴퓨터는 중첩과 얽힘 현상을 이용한다. 양자 수준에서 존재하는 이 특별한 현상은 양자 컴퓨터로 많은 양의 계산을 동시에 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마치 마블의 닥터 스트레인지가 모든 가능한 미래를 보는 것처럼, 양자 컴퓨터는 모든 가능한 결과를 ‘관찰’한 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결과를 출력한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매우 큰 수가 어떤 또 다른 매우 큰 수의 곱인지를 양자 컴퓨터는 쉽게 계산할 수 있다.

양자 컴퓨터를 구글이 처음 만든 건 아니다. D-웨이브의 립(Leap)은 클라우드 상에 올려진 양자 컴퓨터를 파이썬 언어로 누구나 프로그램을 작성해 돌려볼 수 있는 플랫폼이다. 마치 공상과학 소설에 나오는 것 같은 이런 이야기가 이미 현실이 되어 있다. 그러나 이번 구글의 발표는 그들이 이제까지 존재한 모든 양자 컴퓨터보다 더 뛰어난 ‘양자우위’를 달성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 주장은 비록 현실에서는 작은 진전이지만, 이론적으로는 그 의미가 매우 크다.

양자우위라는 말의 뜻은 이번 구글의 양자 컴퓨터가 수행한 계산이 기존의 컴퓨터로는 불가능한 계산이라는 뜻이다. 즉 가장 빠른 메인프레임에서 아타리 800XL 에 이르는 어떤 ‘기존의’ 컴퓨터도 시카모어가 한 계산을 적절한 시간 - 그것이 우주의 종말이든, 1만 년이든 - 안에 할 수 없다는 뜻이다.

구글의 연구진은 “기존 컴퓨터로는 불가능한 계산을 수행한 최초의 양자 컴퓨터가 등장했다는 점에서, 우리는 새로운 컴퓨터의 시대를 열었다고 할 수 있다”고 썼다.

그러나 당장, 이 기술이 우주적 인공지능의 탄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선 구글 연구진이 밝힌 대로 그들이 정말 양자우위를 달성했는지를, 곧 그들이 수행한 계산이 정말 기존 컴퓨터로는 1만 년이 걸리는 일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또한, 일반적으로 양자 컴퓨터에서 풀 수 있는 문제들은 현실의 문제와 다르다. 양자 컴퓨터는 다양한 경로가 있는 문제에서 가장 빠른 경로를 찾는 데는 능하지만, 둠과 같은 게임을 할 수는 없다. 즉, 기존의 컴퓨터와 양자 컴퓨터를 일대일로 비교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연산력이 매우 빠른 컴퓨터가 있으면 큰 이익을 볼 수 있는 암호화폐 업계, 특히 암호화폐 채굴에는 양자 컴퓨터가 어떤 영향을 미칠까?

 

양자 도약(quantum leap)


양자 컴퓨터에 의해 블록체인이 직면할 수 있는 가장 큰 위험은 곧 전통적인 암호 기술이 양자 컴퓨터에 의해 무력화되는 것이다.

암호화폐를 바로 무력화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암호화폐에서 비밀번호를 “해시(hash)” 곧 무작위한 문자열처럼 보이는 값으로 바꾸는 알고리듬인 SHA-256을 푸는 것이다. (예를 들어, SHA-256을 통하면 ‘password’라는 단어는 “5e884898da28047151d0e56f8dc6292773603d0d6aabbdd62a11ef721d1542d8”로 바뀐다.)

양자 컴퓨터 전문가들은 SHA-256 문제가 마치 탄광의 카나리아처럼 양자 컴퓨터가 현실에서 지닐 위력을 가늠하게 해줄 지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양자 컴퓨터가 정말 현실 세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나면, 연구자들도 충격을 받을 것이다.

“양자 컴퓨터는 비트코인에 사용되는 SHA-256 등 암호화 기술에 영향을 줄 것이다. 비트코인은 현실에서 가치를 지니므로, 사람들에게는 비트코인을 공격할 유인이 있다. 그러나 나는 SHA-256보다 쉬운 암호화 기술이 먼저 무용지물이 되면서 비트코인 커뮤니티가 새로운 암호화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

SHA-256을 무력화하는 것은 하루아침에 일어날 수 있는 종류의 일이 아니다. 그에 앞서 다양한 경고 신호를 접하게 될 것이다. 비트코인이 암호화 기술을 바꾸면, 채굴자들은 기존 비트코인에 특화된 하드웨어를 교체해야 하고, 이에 따른 비용을 치러야 하겠지만, 비트코인 자체는 소멸하지 않고 계속 발전해나갈 것이다.” - 패트릭 다이, 큐텀(Qtum) CEO


연구자들 또 해시 알고리듬 외에도 지금의 공공키와 개인키를 안전하게 만드는 비대칭 암호기술 역시 언젠가는 깨질 것으로 보고 있다.

“양자 컴퓨터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포함한 여러 암호화폐가 사용하는 서명 알고리듬이 공격받을 수 있다는 점을 보였다. 따라서 이들은 새로운 서명 알고리듬을 채택하게 될 것이다.” - 요한 폴렌삭, 칸(QAN) CEO

칸은 양자 컴퓨터의 위협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블록체인을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업체다. 비탈릭 부테린은 트위터를 통해 양자 컴퓨터의 미래를 쉽게 낙관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구글의 양자우위 발표에 대한 내 의견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양자우위와 양자 컴퓨터의 관계는 수소폭탄과 핵융합의 관계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어떤 현상과 그 현상을 통해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는 증명은 있지만 그것으로 실제로 무언가를 해내는 데는 많은 난관이 존재하는 법이다.” - 비탈릭 부테린

 

부테린은 이어 이렇게 말했다.

“비대칭 암호는 공개키와 개인키라는 두 열쇠쌍을 가지는 방식이다. 공개키는 자신의 쌍인 개인키로부터 구할 수 있지만, 그 반대는 매우 어렵다. 이는 특정한 수학 문제를 풀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양자 컴퓨터는 이 계산을 훨씬 빠르게 하므로, 공개키를 통해 개인키를 구할 수 있게 되고, 따라서 이 암호는 무력화된다. 이미 증명된 사실을 구현하려면 더 많은 큐빗과 시스템의 안정성만 있으면 된다.” - 비탈릭 부테린

프랙시스(Praxxis)를 만든 데이비드 차움은 비록 암호화폐 지갑과 개인키는 양자 컴퓨터의 공격에 취약하지만, 작업증명 방식의 시스템이 양자 컴퓨터를 이용한 공격에 더 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작업증명 방식에서 채굴에 사용하는 해시 알고리듬은 양자 컴퓨터가 쉽게 해결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자 컴퓨터를 이용한 공격은 작업증명이나 지분증명 방식에서 사용하는 지갑의 보안을 뚫으려 할 것이다.”

양자 컴퓨터는 암호화폐 지갑을 보호하는 데 사용되는 긴 정수의 소인수분해에 쇼어 알고리듬(Shor's algorithm)이라는 것을 사용한다. 양자 컴퓨터를 이용해 오늘날 대부분 플랫폼에서 사용되는 표준 암호화 방식인 RSA를 깨는 이는 아마 자신의 기술을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을 것이다.

“과학의 발전 속도가 예측불가능하다는 점, 사람들이 비밀을 지킬 가능성이 크다는 두 가지 사실을 생각하면, 정확히 언제쯤 양자 컴퓨터가 블록체인의 암호를 깰 수 있을지 예측하는 일은 사실상 무의미하다. 양자 컴퓨터의 발전에 대처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대처가 불가능하지는 않다.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쇼어 알고리듬을 이용해 여러 암호 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는 양자 컴퓨터가 만들어질 것이다. 블록체인 업계가 그날을 그저 기다리기만 한다면 이는 바보 같은 대처가 될 것이다. NSA(미국 국가안보국)는 미국 정부가 양자 컴퓨터에 취약한 암호 체계를 사용하지 말라는 지시를 이미 4년 전에 내렸다. NSA는 양자 컴퓨터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 우리도 그래야 한다.” - 데이비드 차움


결론은 단순하다. 양자우위가 암호화폐 업계를 포함한 실제 세상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 세상의 수많은 산업이 영향을 받을 것이다. 피해를 줄이려면 철저히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비트코인의 경우 누군가가 다른 이보다 먼저 양자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이를 대비하기 전에 비트코인 다수를 자신의 계정으로 옮기려 할 것이다. 이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비트코인 주소를 한 번만 사용함으로써 공개키가 공개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 아드리안 스콧, 프리덤 스택 CEO

안타깝게도, 마치 양자 세계의 기이한 특성처럼 양자 컴퓨터가 암호화폐를 공격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이 문제는 암호화폐 업계에 닥친 밀레니엄 사태와 같다. 전체 네트워크와 여러 응용프로그램에 쓰이는 소프트웨어 라이브러리, 그리고 다른 시스템과의 통합 등에 있어 대대적인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우리는 사실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양자 저항’ 방식이 정말로 양자 컴퓨터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지도 알지 못한다.” - 아드리안 스콧

번역: 뉴스페퍼민트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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