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데스크코리아가 미국의 기술·언론 기업 피스컬노트(FiscalNote)와 파트너십을 맺고 미국의 블록체인·암호화폐 규제 동향을 소개하는 콘텐츠 ‘워싱턴브리핑 by Fintech Beat’를 주1회 발행합니다. 피스컬노트는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통해 각종 정책 자료와 관련 기사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자료를 제공하는 IT 서비스 기업으로, 산하 매체인 씨큐앤롤콜(CQ and Roll Call)이 엄선한 미국의 블록체인·암호화폐 관련 콘텐츠를 코인데스크코리아에 제공합니다.

내년 출시 앞둔 리브라, 점점 더 높아지는 규제 장벽


리브라 프로젝트가 규제 당국의 승인과 관련해 별다른 소득 없이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에는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까지 미국 의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오히려 논란만 가중됐다. 이 가운데 페이스북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셰릴 샌드버그도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설 거라는 얘기도 나온다.

리브라 앞에는 그야말로 첩첩산중의 규제 장벽이 있다. 당장 리브라가 세상에 나오기 위해 (미국에서) 승인을 받아야 할 규제 기관만 해도 크게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재무부가 있다. 어느 한 곳이라도 리브라의 출시를 허락하지 않으면, 리브라는 세상에 나올 수 없다.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이 이끄는 미국 금융안정감독위원회(FSOC)는 지난 7월 리브라 전담팀을 꾸렸다. 그러나 므누신 장관은 시종일관 리브라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달 22일에는 “페이스북 관계자들과 여러 차례 회의를 진행하면서 리브라 출시는 시기상조라는 재무부의 의견을 충분히 전달했다"며 "자금세탁 방지는 물론 은행비밀법(Bank Secrecy Act)의 요구 조건 등 여러 가지 근본적인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리브라의 출시를 저지하기 위해 발의한 법안만 적어도 5개나 된다. 리브라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내는 나라는 미국뿐이 아니다. 프랑스와 독일 정부도 유럽연합 내에서 리브라가 출시해서는 안 된다는 강경한 자세를 좀처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페이스북이 (주로 리브라와 관련해) 올해 3분기까지 쓴 로비 자금만 1230만 달러, 140억 원이 넘는다. 페이스북이 지난해 1년간 쓴 로비 자금(1260만 달러)과 맞먹는 액수다. 이러한 노력에도 워싱턴 정가에서 페이스북은 리브라의 지원군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장 큰 암초는 내년 대선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리브라는 물론이고 암호화폐 자체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페이스북은 각종 스캔들과 개인정보 보호 문제로 신뢰도에 금이 간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의 해인 2020년 리브라에 우호적인 공약을 내걸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한편, 저커버그는 지난달 청문회에 출석해 규제 당국이 승인하지 않는 한 리브라를 절대 출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또 한 번 분명히 밝혔다. 실제로 리브라와 스테이블코인을 무엇으로 규정하고 어떻게 분류해 규제할 것인가에 대한 결론도 아직 나지 않은 상태다.

저커버그는 “리브라가 디지털 지갑을 통해 거래될 것이므로, 페이팔(Paypal) 같은 결제 업체로 취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은 리브라를 일반 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는 펀드나 증권으로 분류해 SEC의 규제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리브라를 은행의 범주로 묶어 자본준비금의 요구 조건도 충족하도록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리브라는 아직 개발 중인 상품이다. 따라서 규제 당국의 모든 논의가 출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의 싱크탱크 케이토연구소(Cato Institute)의 정책 분석가 디에고 줄루아가는 “규제 당국의 의사결정이 리브라의 특징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지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암호화폐 바라보는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의 시선


지난달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를 증인으로 불러 진행한 ‘리브라 청문회’를 앞두고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청문회 전(10월 21일)에 제출했던 사전 질의서가 공개됐다. 페이스북과 저커버그에게 물을 질문을 넘어 구체적인 비판과 주장이 담겨있어 리브라뿐 아니라 암호화폐 전반을 바라보는 의원들의 비판적인 시선과 견해를 고스란히 엿볼 수 있는 문서다.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는 최근 발의된 은행비밀법 개정안을 지지하는 의미에서 해당 사전 질의서를 첨부해 공개했다.

“은행비밀법이 가장 최근 개정된 것은 2001년으로, 그때는 이른바 ‘외로운 늑대’ 테러리스트나 탈중앙화 암호화폐, 정교한 네트워크를 갖춘 국제적인 불법 거래나 밀매, 사이버 범죄 등이 지금처럼 심각한 문제가 되기 전이었다.” -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소속 정당을 가리지 않고, 대부분 의원이 리브라와 암호화폐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특히 암호화폐가 범죄에 직접 연루될 가능성이 큰데 이를 억제할 방법이 전혀 없다는 점을 거듭해서 지적했다.

사전 질의서는 암호화폐와 범죄의 연관성을 직접 언급했다.

“시장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나오면 이를 결국에는 받아들인다. 암호화폐나 결제 플랫폼, 블록체인 기술도 마찬가지로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러면 자연히 나쁜 의도를 품은 잠재적인 범죄자들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악용해 범죄에 써먹을 계획을 세운다.

...규제 당국은 변화하는 환경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만 전체적인 금융 시스템과 국가 안보에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동시에 혁신을 장려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 대처할 수 있다.”


연방 예금보험공사(FDIC) 출신으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정책에 관해 칼럼을 쓰는 제이슨 브렛은 포브스 칼럼에서 암호화폐를 향한 의원들의 시각이 너무 부정적이라고 꼬집었다.
“마치 자생적 테러리스트나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불법 밀매, 각종 사이버 범죄가 탈중앙화된 암호화폐 때문에 일어났거나 적어도 더 심각해졌다고 단정하는 듯한 (금융서비스위원회의) 설명을 보면 암호화폐가 워싱턴 정가에서 어떻게 취급받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하원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암호화폐 규제 법안들


페이스북의 리브라를 비롯해 암호화폐 전반을 관장하는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발의한 암호화폐 법안 5개 가운데 3개는 리브라의 출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안이다.

먼저 헤수스 가르시아(민주, 일리노이)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암호화폐를 만들거나 운영할 수 없도록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은행으로 인가받을 수 없으며, 다른 금융서비스 기관과 제휴를 맺을 수도 없다.

실비아 가르시아(민주, 텍사스)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리브라와 같은 스테이블코인을 증권으로 규정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리브라가 증권으로 규정돼 SEC의 감독을 받게 되면 리브라는 암호화폐의 특징을 포기하지 않는 한 출시가 불가능해진다.

마이클 산 니콜라스(민주, 괌) 하원 대의원(발언권은 있지만, 투표권은 없는 의원)이 발의한 또 다른 법안 초안은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는 회사는 미국 증권거래소에 상장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법으로 제정될 가능성 작지만



현재 미국 하원은 민주당이 다수당으로, 민주당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법안은 적어도 하원을 통과하기는 상대적으로 쉽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위에 소개한 법안들이 의회 안에서 특별히 주목을 받아 활발한 논의를 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런데도 이런 법안을 계속해서 발의하는 금융서비스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의도는 명확하다. 잇단 법안 발의는 의회가 리브라를 비롯한 암호화폐 전반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소비자와 투자자를 보호하는 문제부터 암호화폐가 미국 경제, 달러화의 위상에 미칠 영향에 이르기까지 의회가 걱정할 만한 사안은 한둘이 아니다. 의원들이 업계와 현장에서 듣는 말 가운데는 암호화폐를 지지하는 우호적인 의견도 있겠지만, 상황을 더 비관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아 보인다.

이밖에 암호화폐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그 영향력은 좀 더 간접적인 법안들도 발의돼 있다. 예를 들어 하원과 상원에서 모두 발의돼 논의 중인 법안 가운데는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수집하고 관리하며 어떻게 보호할지, 이를 바탕으로 수익을 낸다면 정확히 어디까지 데이터를 이용할지 구체적으로 밝히도록 한 법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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