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거래소 WEX에 드리운 러시아 정부의 그림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Anna Baydakova
Anna Baydakova 2019년 11월20일 15:05
Criminal Case Against Failed WEX Crypto Exchange Points at Russian Law Enforcement
출처=셔터스톡

지난여름 폐업한 암호화폐 거래소 WEX(웩스)의 운영자가 러시아 경찰의 조사를 받으면서 거래소 고객 자금 ‘수십억 달러어치 암호화폐’의 행방에 대해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진술을 했다고 BBC가 보도했다.

BBC 러시아는 지난 15일 자신이 악명 높은 BTC-e(비티씨이) 거래소의 기술 운영자 출신이며, WEX 공동 창립자이자 운영자라고 밝힌 러시아 국적의 알렉세이 빌류첸코(Alexei Bilyuchenko)에 대한 기사를 실었다. BBC 러시아는 빌류첸코의 진술 조서를 포함한 수사기록을 확보했고, ‘이번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 2명에게 문서의 진위를 확인한 뒤 기사를 썼다고 밝혔다.

진술 조서에 따르면, WEX가 폐업하기 직전에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직원들은 빌류첸코에게 WEX 거래소의 지갑에 든 암호화폐 전량을 자신들이 지정한 지갑으로 옮기라고 강요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은 소련의 정보기관 KGB의 후신이다.

빌류첸코는 자신이 알렉산더 비닉(Alexander Vinnik)과도 가깝게 지냈다고 진술했다. 비닉은 마운트곡스(Mt. Gox)의 대규모 해킹 사건에 연루돼 2017년 7월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폐쇄한 거래소 BTC-e의 실질적인 운영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비닉은 BTC-e 거래소를 통해 최소 40억 달러의 자금을 세탁한 혐의로 그리스에서 체포됐다. 체포 직후 비닉은 자금세탁 혐의에 불법 자금 공모 및 거래 혐의가 추가돼 곧바로 구속됐다. 빌류첸코는 비닉이 그리스에서 체포될 당시 비닉과 같이 있었고, 자신은 이후 러시아로 도피했다고 진술했다.

러시아로 돌아온 빌류첸코는 당시 WEX를 소유하고 있던 장외거래 투자자 드미트리 바실리에프(Dmitri Vasiliev)와 함께 WEX 거래소를 정식 출시했다. 거래소 플랫폼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BTC-e의 이용자 데이터가 활용됐다.

그러나 거래소 운영은 처음부터 난항에 빠졌고, 바실리에프는 이내 동우크라이나 내전에 참전했던 민병대원 드미트리 카브첸코(Dmitri Khavchenko)와 거래소 매각 방안을 논의했다. BBC는 카브첸코가 우크라이나에서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을 후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의 부호 콘스탄틴 말로피프(Konstantin Malofeev)와 연줄이 있다고 보도했다.

BBC는 진술 조서를 토대로 빌류첸코가 2018년 여름 말로피브와 만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당시 WEX는 폐업 직전이었고, 블라덱스(Vladex)라는 새로운 암호화폐 거래소를 설립하려던 말로피프는 WEX의 이용자 데이터가 필요했다. 말로피프는 BBC와 인터뷰에서 WEX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말했고, 이번 기사에 대해서도 “BBC가 확보한 자료는 모두 가짜”라며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BBC는 자신들이 확보한 진술 조서와 음성 파일을 법의학 전문가에게 의뢰해 진본이라는 판단을 받았다며, 음성 테이프에 담긴 내용을 보도했다. 말로피프는 러시아 정부와 가까운 인물로, 그가 만들려던 블라덱스는 다분히 ‘친정부 암호화폐 거래소’라는 것이다. 그리고 안톤 넴킨(Anton Nemkin)으로 추정되는 연방보안국 전 직원이 빌류첸코에게 WEX의 이용자 데이터를 블라덱스에 넘기라고 압력을 가했다.

넴킨은 블라덱스에 공식적으로 적을 둔 적이 있지만, 대변인을 통해 본인이 빌류첸코나 그의 사업에 어떠한 관여도 하지 않았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빌류첸코는 또 이고르(Igor)와 그리고리(Grigori)라는 이름의 연방보안국 직원을 2018년 모스크바 시내에 있는 롯데호텔에서 만났다고 진술했다. 연방보안국 직원들은 이 자리에서 빌류첸코에게 약 4억 5천만 달러어치에 달하는 WEX 고객의 암호화폐가 든 플래시 드라이브를 자신들의 지갑으로 이체하라고 강요했다는 것이 빌류첸코의 주장이다.

러시아 경찰과 연방보안국은 모두 BBC 러시아의 취재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암호화폐 거래소의 어두운 역사 BTC-e


BTC-e는 2011년부터 운영을 시작한 1세대 암호화폐 거래소로 거래량도 많은 대형 거래소였다. 그러나 미국 FBI가 자금세탁 혐의로 BTC-e 관계자를 잇달아 기소한 뒤 결정적으로 운영자 비닉이 체포되면서 2017년 완전히 폐쇄됐다.

비닉이 체포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출범한 WEX 거래소는 BTC-e 고객들의 자금을 찾아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두 거래소의 운영자들은 항상 익명으로만 활동했고, 거래소 내 자체 채팅방이나 비트코인톡 포럼 등지에서만 필명을 쓰며 이용자들과 소통해왔다.

그러나 1년 후 WEX도 운영을 중단하고 모든 인출을 동결했다. CEO 바실리에프는 카브첸코에게 거래소를 매각하고 러시아를 떠났다. 지금은 카브첸코의 딸이 거래소의 명목적인 소유주다.

코인데스크는 당시 수백억 달러어치 암호화폐가 2018년 7~10월 WEX 거래소의 지갑을 떠나 다른 지갑으로 이체됐다고 보도했다. 이용자들은 10월 들어 이 사건을 본격적으로 경찰에 신고하기 시작했고,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의 일부 도시에서 개별적으로 조사가 이뤄졌다. 바실리에프는 지난여름 러시아 경찰의 요청에 따라 이탈리아에서 체포됐지만, 이내 석방되었다.

미국 법원의 기소장에 따르면 BTC-e 직원들도 마운트곡스 해킹 사건과 관련해 비트코인 53만 개를 BTC-e의 지갑으로 몰래 옮겼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9월 러시아의 ZP리걸이라는 로펌은 이 도난 사건이 러시아에서 발생했다며, 마운트곡스 채권자들에게 잃어버린 자금을 대신 회수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지난달에는 마운트곡스의 파산관재인 노부아키 고바야시가 미국 법무부에 알렉산더 비닉의 마운트곡스 해킹 사건 연루 의혹에 관한 정보를 요청한 사실이 밝혀졌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제보,보도자료 contact@coindeskkorea.com